[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여야가 오는 3월 임기가 종료되는 방송통신위원회 후임 위원 인선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이번 주 안에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1명씩 방통위원 후보자를 추릴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추천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빌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원내대표단, 방통위원 인선 합의

방통위원은 대통령이 방통위원장과 위원 1명, 여당이 위원 1명, 야당이 2명을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한다. 현재 방통위 구성을 살펴보면 최성준 방통위원장과 이기주 위원은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이며 김석진 위원은 여당이,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위원은 야당이 추천한 인사다. 김재홍 부위원장과 김석진, 이기주 위원은 3월 26일, 최성준 위원장은 4월 7일, 고삼석 위원은 6월 8일 각각 임기가 종료된다.

▲왼쪽부터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여야는 3월 임기가 종료되는 위원 3명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황교안 대행이 각각 추천권을 행사하고, 6월 임기를 마치는 고삼석 위원의 빈자리는 국민의당이 추천하기로 했다. 단, 방통위원장은 차기 정부에서 임명한다.

관련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한국당과 민주당, 국민의당 원내대표단이 이 같은 내용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석진 위원 몫은 한국당, 이기주 위원 몫은 황교안 대행, 김재홍 부위원장 몫은 민주당, 고삼석 위원 몫은 국민의당에서 임명하기로 했다"면서 "다만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통위원장에 대해서는 황 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하지 않고, 차기 정부에서 임명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이번 방통위원 인선 방침 합의는 여야 원내대표단 주도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의 경우 이번 인사와 관련 내부 반발이 있었으나, 원내대표단 차원에서 밀어붙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원내대표 임기 종료가 임박한 우상호 원내대표가 자기 사람을 심으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우 원내대표의 임기는 5월까지다. 우상호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자기 사람 심기라는 얘기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황교안이 방통위원 추천? 인사권 행사 정당성 부여하는 꼴

여야의 방통위원 인선 합의에 대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먼저 황교안 대행에게 방통위원 추천권을 주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황교안 대행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으로 지난 12월부터 임시로 국정운영 전반을 책임지고 있다. 황 대행의 권한이 어디까지 인정이 되느냐를 두고 논쟁이 일기도 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연합뉴스)

황 대행이 장·차관급 인사에까지 권한을 행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법조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박근혜 탄핵심판 진행 도중 대통령이 임명한 박한철 전 헌법재판소장의 임기가 종료됐음에도 황 대행은 인사권을 행사하지 못했고, 헌재는 8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여야 합의에 따르면 장관급인 방통위원장은 차기 정부로 임명을 미루기로 했지만, 차관급인 방통위원 1명에 대해서는 황교안 대행의 인사권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황 대행의 권한을 벗어나는 인사권 행사에 대해 여야가 합의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뿐만이 아니다. 당장 임기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온 김재홍 부위원장과 김석진 위원의 후임 인선에도 문제가 있다. 한국당과 민주당이 국회 몫 2명을 추천한다고 해도, 결국 임명권자는 황 대행이기 때문이다. 역시 황 대행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냐는 논란이 일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이 같은 인사가 이뤄질 경우 황교안 대행의 각종 인사권 행사에 빌미를 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국당은 지속적으로 황 대행의 헌법재판소장 임명 등을 주장하고 있는데, 방통위원 임명이 선례가 되면 황 대행이 인사권 행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우상호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그런 합의는 이뤄진 바 없다"면서 "황 대행이 어떻게 방통위원을 추천하느냐.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느냐"고 전면 부인했다. 미방위 야당 관계자도 "1월 말에 국회의장 앞으로 국회 추천 위원 2명에 대한 추천 요청 공문이 왔다"면서도 "다만 대통령 선임 몫에 대해 방통위에 확인을 해본 결과 황 대행 측에는 어떤 요청도 보낸 적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원내수석부대표 측 관계자 역시 "전혀 합의된 바 없다"면서 "논의할 시간이 없어 제대로 된 논의도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방통위원 인선 합의설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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