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에 대비해 막판 반전을 노리고 있다. ‘고영태 녹취록’을 통해 고 씨가 최순실 씨와 박 대통령의 관계를 이용해 사익을 취하려 했다는 주장으로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을 ‘고 씨 일당의 사기사건’으로 몰아가는 모양새다. 공영방송 KBS와 MBC는 ‘고영태 녹취록’에 많은 시간을 할애해 보도하고 있다. 민주언론실천연합은· “공영방송이 노골적으로 대통령 측에 힘을 싣는 것은 아닐지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KBS<뉴스9>는 12일 <운명의 일주일…대통령, 헌재 출석 검토>에서 “이른바 '고영태 녹음파일'을 분석하고 있는 대통령 대리인단 측은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리포트에서 “대리인단 측은 고 씨와 측근들이 사익을 챙기려한 정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근거로 여론을 되돌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또 필요할 경우 대통령이 헌재에 직접 출석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날 <뉴스9>는 "고 씨 관련 녹음파일과 녹취록은 탄핵심판의 본질과 거리가 멀다"고 한 국회 소추위원단 측의 반론은 실지 않았다.

▲KBS<뉴스9> 11일 보도 화면 갈무리.

<뉴스9>는 11일에도 <검찰, ‘고영태 파일’ 제출…탄핵 심판 변수 되나?>에서 “대학 선후배 관계인 이들이 최 씨를 이용하려다 실패하자 국정 농단 의혹을 만들어냈다는 게 대통령 측의 논리”라고 보도했다. <뉴스9>는 9일과 10일에도 <고영태 헌재 불출석…‘고 씨 측근들 최순실 이용’>, <헌재, 고영태-측근 대화 담긴 녹취파일 검찰에 요청>이란 제목으로 고영태 씨와 관련된 논란을 연이어 보도해왔다.

MBC<뉴스데스크>도 KBS와 마찬가지로 ‘고영태 녹취록’을 연달아 리포트하고 있다. 11일 <檢 '고영태 녹음파일' 헌재 제출, 탄핵심판 영향은?>에서 “검찰이 고영태 씨와 주변 인물들의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며 “대통령 탄핵심판에 변수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10일에는 <고영태의 욕심? "문체부 차관 교체 시도 정황">, 9일에는 <고영태, 최순실 영향력 이용 '부당 이득' 구상 정황>, 8일에는 <"고영태 측근들 최순실 이용하려 했다" 녹음파일 공개>를 연달아 보도해왔다.

▲MBC<뉴스데스크> 11일 보도 화면 갈무리.

민주언론실천연합(민언련)은 9일 KBS의 헌재 관련 보도에 대해 “‘이정미 권한대행이 양측에 주장한 내용을 정리한 준비서면을 23일까지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사실만 잠깐 언급했을 뿐 이에 대한 분석이나 대통령 측의 지연작전, 재판관들의 대통령 대리인단 비판은 전하지 않았다”며 “MBC는 아예 모든 사실을 누락한 채 헌재가 고영태·류상영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고만 전했다”고 13일 비판했다.

민언련은 “KBS와 MBC는 헌재에서 일어난 일을 축소보도하고 곧바로 ‘고영태 흠집내기’ 관련 보도를 했다”며 “공영방송과 일부 종편이 이제 노골적으로 대통령 측에 힘을 싣는 것은 아닐지 의심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JTBC<뉴스룸> 손석희 앵커는 12일 <고영태 파일에 "VIP, 최씨 없인 아무것도 못해">, <문체부 장관 보좌관 "최씨 위에는 아무도 없다">를 리포트하며 “박근혜 대통령 측이 이번 사건의 판을 뒤집겠다고 그러면서 제시한 고영태 파일이 도리어 국정농단의 결정적 증거라는 정황이 나왔다”고 멘트했다. 대통령 측의 주장과 달리 ‘고영태 녹취록’에는 국정농단 사태의 증거들이 담겨 있었다는 것이 JTBC의 보도 내용이다.

손석희 앵커는 이날 <녹취파일로 '시간끌기'…헌재도 '속 터진' 탄핵 지연전>에서 대리인단이 ‘고영태 녹취록’을 계속 언급하는 이유에 대해 “시간끌기를 위한게 아니냐 이런 의심이 가는 대목”이라며 “지금까지 열두번 진행된 변론때마다 대통령 대리인단의 시간끌기로 정상적인 재판이 어려울 정도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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