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영수 특검팀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소환을 바라보는 조선일보와 한겨레의 시각이 극명하게 갈렸다. 조선일보는 특검의 이 부회장 재소환을 '먼지떨이 수사'로 평가절하한 반면, 한겨레는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를 명확히 하는 요소로 판단했다.

▲13일 특검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연합뉴스)

13일 박영수 특검팀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뇌물공여 등 혐의의 피의자로 재소환했다. 특검은 지난달 12일 이 부회장을 소환해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같은 달 16일 특검은 뇌물공여, 횡령, 국회에서의 위증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혐의 소명 정도, 관련자 조사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후 특검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 사유를 보충하기 위해 지난 4일 공정거래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을 압수수색하고,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 39권을 추가로 압수했다.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는 실패했지만, 최순실 씨를 소환해 뇌물죄 혐의를 추궁하는 등 뇌물수수수사를 이행하고 있다.

보강 수사 끝에 13일 특검은 이재용 부회장을 재소환해 조사에 착수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이번 주 중으로 구속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러한 특검의 재벌 수사 의지가 조선일보는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새다. 13일자 조선일보 <이재용 재소환, 정상 수사인가 먼지떨이 수사인가> 사설은 불편한 심기를 그대로 드러냈다.

▲13일자 조선일보 사설.

조선일보는 "지난달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뇌물죄 성립 요건인 대가 관계나 부정한 청탁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했다"면서 "수사가 부실했거나 없는 죄를 만들려 했거나 둘 중의 하나"라고 특검을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대통령은 2015년 7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이뤄진 후인 7월 25일 이재용 부회장을 만나 승마 지원을 독촉한 것으로 확인돼 있다"면서 "삼성의 승마 지원이 합병 대가였다고 보기엔 시간적 선후가 뒤집혀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는 "특히 박근혜 대통령은 7월 25일 독대 때 이 부회장에게 삼성의 승마협회 지원이 지지부진한 점을 질책하면서 승마협회에 파견된 삼성 간부 두 명의 교체를 요구했다"면서 "삼성이 합병을 성사시키기 위해 박 대통령에게 청탁을 했다면 이런 일이 있기 힘들다는 것은 상식이다. 특검은 이 상식을 해소하지 않은 채 영장을 청구했다"고 특검의 구속영장 청구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특검이 '직권남용과 강요'라는 검찰 수사 결론에서 한발 더 나아간 결과를 내놓겠다는 의욕에서 '뇌물 수수'라는 주관적 심증을 밀어붙이려 든다면 수사 정도에서 벗어나는 것"이라면서 "기업 총수라고 해서 봐줘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마찬가지로 군중 정서를 업고 '이것 안 되면 저것'하는 식으로 먼지떨이 수사를 하는 것이라면 그것도 결코 정상이 아니다"라고 특검 수사를 폄하했다.

얼핏 보면 조선일보의 지적도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사건의 전말을 보지 않은 채 일부 사실에 대한 지적만 하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 사건으로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자, 지난해 9월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은 독일에서 최순실 씨를 만나 정유라 씨 훈련 지원 계약을 파기했다. 그리고 다음달 삼성은 250억 원 상당의 비밀 계약을 다시 맺었다. 삼성은 허위계약서까지 작성하며 최 씨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이라면 이는 명백한 범죄다.

특검은 삼성이 사회적·도의적·법적 위험까지 감수하며 최 씨에게 금전을 제공한 것을 부정한 청탁의 대가 관계로 의심하고 있다. 특검은 관련자들로부터 최순실 씨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도왔다는 진술도 이미 다수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이 충분히 이재용 부회장을 재소환 해 조사할 수 있는 이유다.

▲13일자 한겨레 사설.

조선일보와 달리 한겨레는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특검의 구속영장 재청구 방침이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를 짙게 하는 요소로 봤다. 한겨레는 13일자 사설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보완 수사를 통한 영장 재청구는 적절하고 당연한 조처"라면서 "뇌물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혐의 역시 뚜렷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한겨레는 "정유라를 콕 짚어 지원하라고 했다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증언이나 재벌 총수 독대 전 '말씀자료'들, 추가 확보된 안종범 전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 39권, 공정위의 '외압일지' 등 증거와 증언들은 차고 넘친다"면서 "대통령의 혐의는 뇌물수수뿐 만이 아니다. 공문서 유출과 블랙리스트를 통한 직권남용 등 형사범죄 이외에 법치주의와 시장경제질서, 언론 자유 등 헌법 원칙을 유린한 것을 포함하면 그 죄악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겨레는 "증거가 뚜렷해지자 박근혜 대통령 쪽은 막가파식으로 나오고 있다"면서 "중대한 국익 침해가 아니면 거부할 수 없는 법원의 압수수색 영장마저 막무가내로 막아서고 특검수사에도 불응하면서 탄핵심판은 시간 끌기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박 대통령 측의 자세를 "지도자로서의 책임의식이나 공직자 윤리는커녕 인간의 도리마저 내팽개친 행태"라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