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업계뿐만 아니라 대중의 평판이 안 좋은 기획사라면 반드시 문제 요소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적어도 떠나는 아티스트 가는 길에 꽃길 돼라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을 놓아주는 대신, 미끄러져 넘어지라고 바나나 껍질을 놓는 기획사라면 떠나야 했던 것이 맞다.

10일 큐브 엔터테인먼트는 장현승을 주축으로 3인조 ‘비스트’ 결성을 한다고 밝혔다. 소속돼 있던 ‘비스트’ 멤버들 모두가 떠났기에 마련한 계획이겠지만, 이 행보로 인해 불편한 이는 한둘이 아니다. 아니, 한둘 빼놓고 모두가 그 결정에 불쾌함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큐브의 ‘비스트’라는 아이돌 그룹의 실제 멤버는 떠난 장현승이 아닌, 그룹을 끝까지 지켜냈던 이기광, 윤두준, 양요섭, 용준형, 손동운 5인이다.

팬미팅 개최한 비스트 멤버들 [어라운드어스 제공]

실제 상표권의 가치를 만들어 온 것은 기획사의 몫도 있겠지만, 그 중심에 5인이 만들어 낸 몫이 90%라고 해도 될 정도로 활약은 대단했다.

그럼에도 회사를 떠난다고 상표권을 넘겨주지 않고 움켜쥐고 있다가, 그들이 다시 활동을 이어 가고자 하니 ‘비스트’라는 팀을 만들겠다는 것은 시쳇말로 ‘엿 먹인다’라는 표현이 딱 맞을 정도의 행위인 것.

게다가 문제는 장현승을 주축으로 팀을 만들겠다 선언했단 점이다. 이미 장현승은 팀에서 좋지 않은 모습으로 떠났기에, 그를 주축으로 팀을 만들겠다는 것은 ‘비스트’를 사랑해 온 대중에게 또 다른 시쳇말로 ‘빅엿을 먹인’ 행위다.

대중은 아무리 상표권이 큐브 측에 있다고 해도 실제 활동을 했던 이들에게 돌려주길 바라왔다. 원칙상 회사에서 상표권을 등록한 것이지만, 도의상 활동해온 멤버들에게 넘겨주는 것은 당연한 이치였기에 그런 바람을 가져왔다. 하지만 어디에도 배려는 없었다. 배려 대신 판을 뒤집는 행위를 했을 뿐.

비스트 출신 장현승 [연합뉴스 자료사진]

한국이든 외국이든 상식적으로 팀이라고 하는 것은 기획사가 상표권을 등록할 수 있지만, 실제 사용상 전체 상표권을 갖긴 어렵다. 경영상 상당 부분을 가질 수 있겠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의 효력이 상실하면 그 효력을 빛낼 이들에게 돌려주는 건 당연한 일. 그러나 그렇게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 어떤 기획사든 지금까지 상표권을 실제 활동한 이들 외에 다른 이에게 넘겨준 적은 없다. 멤버 변화가 조금씩 있는 경우 상표권 유지 차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몇몇 경우가 있었지만, 실제 활약 멤버 모두가 떠나는 경우 도의상 사용을 하지 않았다.

상표권을 갖고 있는 경우라도 대표성을 갖고 있기에 다른 이로부터 보호코자 갖고 있는 것이지, 다른 사람으로 팀을 만들겠다고 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일이기에 큐브 측의 결정은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다.

‘비스트’ 실제 활약 멤버였고, 끝까지 정체성을 유지했던 5인이 아니라면 새로운 비스트 멤버는 가짜 취급받을 것이다. 새로운 멤버는 대체 뭔 죄란 말인가!

국내 중대형 기획사에서 이런 일을 할 곳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빅뱅이 떠난다고 YG가 새로운 빅뱅을 만들까? 또 원더걸스가 해체됐다고 JYP가 또 다른 원더걸스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되든 안 되든 어떤 기획사도 상표권을 움켜쥐고 딴 팀을 만들 시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제라도 큐브엔터테인먼트의 상식적인 판단을 기대한다.

대중문화평론가 김영삼. <미디어 속 대중문화 파헤치기>
[블로그 바람나그네의 미디어토크] http://fmpent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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