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종합 격투기 선수 송가연이 ‘수박E&M’과의 매니지먼트 계약 해지와 로드FC와의 출전 계약해지를 구하는 소송을 진행 중인 가운데 로드FC 정문홍 대표가 송가연에 대해 성적인 모욕과 협박을 일삼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태가 진흙탕 싸움으로 변질되어 가고 있다.

앞서 작년 4월 서울지방법원은 송가연이 수박E&M을 상대로 제기한 계약 해지 확인 소송에서 20대 초반의 여성 송가연의 이미지가 크게 실추됐다고 봤고 인격권이 훼손됐다고 인정하면서 "송가연과 수박E&M의 계약이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고 송가연의 손을 들어줬다.

사정이야 어찌 되었든 자사가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선수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는 정보를 외부에 노출시켰다는 점은 분명 매니지먼트사로서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행위였음은 부인할 수 없다.

문제는 당시 법원이 송가연 측이 계약 해지의 이유로 든 여러 사항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수박E&M이 송가연과 서두원의 관계를 외부에 흘린 데 대해 송가연이 당한 이미지 실추를 계약 해지 사유로 인정한 부분이다.

송가연은 당초 소송을 제기하면서 수박E&M이 훈련 시간을 확보해 주지 않았고 방송 출연료를 제때 지급하지 않는 등 매니지먼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는 부분을 계약 해지 사유로 들었으나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수박E&M이 송가연과 서두원의 관계를 외부에 흘리지 않았다면 패소했을 가능성이 높았다는 이야기도 된다.

수박E&M 측은 1심 패소 이후 즉각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항소심에서 1심 판결의 이유를 그대로 인정할지 아니면 1심 판결을 뒤집을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송가연 선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런데 여기서 또 하나의 쟁점이 등장했다. 송가연 측은 수박E&M과 로드FC가 사실상 같은 회사 내지 모화사와 자회사 개념의 관계사이므로 로드FC와의 출전 계약도 해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로드FC 측은 ‘수박E&M과 로드FC는 별개의 회사’라는 입장이다. 송가연과의 계약서도 두 회사의 계약서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문제도 법원이 수박E&M과 로드FC의 관계를 송가연 측이 주장하는 대로 하나의 회사로 볼지 아니면 로드 FC의 입장대로 별개의 회사로 볼지가 중요한 쟁점으로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안은 약간 간단해 보이기도 한다. 수박E&M과 로드FC 두 회사의 사업자등록 번호가 다르고 송가연과의 계약서도 별도로 존재한다면 간단히 판단할 때 수박E&M과의 매니지먼트 계약이 해지됐을 경우에도 로드FC와의 출전 계약은 분명 유효하다.

따라서 송가연은 로드FC의 동의 없이는 다른 단체의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인 판단일 것이다. 물론 로드FC와의 계약도 격투기 단체의 특성상 ‘소속’ 개념의 계약일 것이므로 성격상 수박E&M과의 매니지먼트 계약과 유사한 대목도 존재할 것이다.

송가연의 입장에서는 수박E&M과 로드FC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이는 관계라는 점을 강조, 두 회사가 사실상 같은 회사로 자신에게 부당한 대우를 한 데 대해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하고 계약 해지의 효력 역시 로드FC까지 넓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셈이다.

어차피 법원에서 다투고 있는 사안이니 만큼 법원에서 결론이 내려지면 그에 따르면 될 뿐이다.

그런데 최근 송가연이 남성전문 잡지 ‘맥심’과의 인터뷰에서 로드FC 정문홍 대표가 자신에게 지속적인 성적 모욕과 협박을 일삼았다고 주장하면서 “성적인 모욕이나 협박을 받고 수치심을 느껴가면서까지 그 단체에 있어야 할 이유를 모르겠더라”고 말해 파문은 다시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정문홍 대표가 전화로 서두원과의 성관계 여부를 물어 봤다거나 ‘너 하나쯤 사회에서 매장시키는 일은 일도 아니다’라거나 ‘너는 몸 로비를 안 해도 되니 행복한 것’이라는 식의 말을 정 대표가 자신에게 했다는 것이 송가연의 주장이다

송가연은 “정문홍 대표가 성관계 여부를 물어본다든가, 그걸 빌미로 협박하거나 악의적인 언론 플레이를 했다”며 극도의 수치심으로 공황장애까지 생겼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로드FC 측은 송가연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면서 “이러한 악의적 허위사실 유포와 조직적 언론플레이는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계약해지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명백한 허위사실인 성희롱, 모욕, 협박을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자극적 언론플레이로 언론을 호도하고 여론을 조장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로드FC는 유효하고 정상적인 계약관계를 이탈하려는 불순한 시도를 계속 인내하면서 지켜만 볼 수 없다.”고 강경 대응 방침을 분명히 했다.

송가연 선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송가연의 정문홍 대표에 대한 폭로는 다소 뜬금없는 것이 사실이다. 소송 내용과는 어찌 보면 직접적 관련이 없는 이야기다. 실제로 정문홍 대표가 했다는 부적절한 행위를 증명할 자료를 가지고 형사고소를 하든지 민사소송을 진행하면서 진실을 규명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면 그 뿐이다.

송가연이 문제의 폭로를 통해 소송전을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여론몰이를 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여러 군데서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송가연의 배후에 누군가가 있어 소송에 들어가는 비용을 포함한 금전적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와 같은 전폭적인 지원이 온전히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 것 역시 사실이다.

송가연이 그동안 공백기에 얼마나 기량이 발전했을지 알 수 없고, 실전에서 얼마만큼의 파급력을 가진 선수로 대중에게 어필될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소송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불리한 쪽은 로드FC가 아닌 송가연 쪽이다. 만약 송가연의 배후에서 이 사태를 조종하는 존재가 있다면 빨리 하던 일을 그만두기를 바란다. 송가연이 로드FC와의 법정공방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그래서 다른 어떤 단체의 격투기 대회에 출전한다고 해도 환영 받는 선수가 되기는 매우 어렵다.

로드FC에서 대회의 채널을 열어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는 만큼 송가연은 지금이라도 로드FC와 원만한 사태해결을 위한 협상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수박E&M과 로드FC, 그리고 정문홍 대표 역시 송가연이 로드FC가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는 데 있어 적지 않은 기여를 한 만큼 그 공로를 인정한 기초에서 전향적인 태도로 송가연과의 대화에 나서야 할 것이다.

그리고 로드FC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있는 선수, 연예인 등 주변인들은 무분별한 언급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언급들로 정문홍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려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반면 로드FC 측에서 바라는 사태의 원만 해결에는 걸림돌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송가연과 로드FC와 정문홍 대표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어질수록 사태는 장기화 될 것이고, 송가연 못지않게 정문홍 대표의 이미지와 명예 역시 회복하기 쉽지 않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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