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음악 활동을 해왔지만 최근 4년 동안 충격적인 마음고생의 시간을 보냈다는 한 가수가 있다. 그의 이름은 박혜경. 소송 사태도 모자라 성대 결절로 극심한 고통을 겪은 그가 ‘인동초’처럼 고난을 극복하고 음악 팬들의 곁으로 돌아왔다.

9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박혜경의 새 싱글 ‘너드 걸(Nerd Girl)’ 발매 기념 음감회 자리. 박혜경은 그의 음악 인생에서 가장 인상적인 세 가지를 꼽았다. 첫 번째는 ‘이소라의 프로포즈’ 때 벌어진 일.

9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박혜경의 새 싱글 ‘너드 걸(Nerd Girl)’ 발매 기념 음감회 Ⓒ더그루브ent

박혜경은 “처음 음반을 냈을 때 수개월이 지나 반응은 있었는데 방송을 못했다. 당시 ‘이소라의 프로포즈’에 나갔다. 목소리만 들으면 예쁘고, 천사 같고, 외국에서 온 유학생 같은, 신비로우면서도 이런 목소리가 있었나 하는 반응이었는데, 실제는 화장은 떡칠하고 피부는 두꺼워서 밀릴 것만 같은 산골 소녀가 등장해서 그날 밤 댓글이 난리 났다”고 공개했다.

두 번째는 그가 ‘고백’을 발표했을 때라고 한다. “8개월 동안 아무도 안 찾아주고, 노래도 반응이 없었다. 그런데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가 저를 살렸다”며 박혜경은 “탑 연예인이 ‘저는 발렌타인데이 때 ‘고백’을 들어요 해서 (반응이) 빵 터졌다. 그 후 10년 동안 ‘고백’이 듣고 싶은 부동의 1위 노래가 됐다”는 비화를 공개했다.

세 번째는 지난 4년 동안의 마음고생이다. 박혜경은 “별 탈 없이 음악 활동을 잘해오다 목에 병이 오고, 노래를 못하고, 사람도 만나지 않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졌다. 엄청난 늪이 4년 동안 있었다”면서 “당시 선입견이 없는 중국으로 도피해서 앨범을 냈지만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가슴 아픈 이야기를 꺼냈다.

이어 그는 “피눈물 나는 재활이었다. 첫 곡 작업할 때만 해도 성대를 굳히는 훈련을 했다”고 말을 이어갔다. “2년 전에는 말을 하지 못했고, 1년 전에는 몸과 마음, 정신이 망가졌다. 성대가 돌아와도 몸과 마음이 돌아오지 않으니 마이크 잡는 게 제일 두려웠다. 이를 극복하기까지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있었다. 노래를 못 하면 다른 걸로 살아야 하는데, 좋아하는 것(노래)으로 살고 싶었다.”

9일 오후 서울 신촌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박혜경의 새 싱글 ‘너드 걸(Nerd Girl)’ 발매 기념 음감회 Ⓒ더그루브ent

“너무 어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태어나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보다 충격적인 4년을 보냈다. 노래를 못 하니까 멘붕이 왔다. 20살부터 가수를 해왔는데 성인이 돼서 할 줄 아는 게 없었다”는 박혜경은 “인생의 엄청난 시련을 겪었다. 상상하고 싶지 않을 정도로 괴로웠다. ‘슈가맨’ 이후 수천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단 한 줄도 싫은 댓글이 없었다. 모두 캡처해서 매일 읽었다”며 극복의 메시지를 취재 현장에서 공개했다.

타이틀곡인 ‘너드 걸’에 대해 박혜경은 “딱 나라고 생각했다. 자기주장이 분명하고, 좋아하는 게 확실하다. 다른 것에 빠지면 그것밖에 할 줄 모른다”며 “하이힐도 (음감회를 위해) 몇 년 만에 신었다. 외모와 용모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답변하며 타이틀곡과 자신의 싱크로율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신곡 ‘너드 걸’은 박혜경의 20주년 기념 프로젝트 ‘4가지 맛’의 포문을 여는 노래로, 인디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롱디와 함께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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