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기 대선이 확실시 되고 있는 가운데 대선 구도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세론을 형성하며 독주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인사영입, 내부갈등 등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문재인 대세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인사 영입 문제로 집중포화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4일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을 안보자문역으로 영입했다. 한미 연합사령부 작전참모차장, UN 군사정전위원회 한국군 수석대표 등을 역임한 전 전 사령관에 대해 영입 당시만 해도 '영원한 특전사령관', '참군인' 등의 호의적인 평가가 주를 이뤘다. 안보 불안을 불식시키는 영입이라는 호평도 이어졌다.

그러나 며칠이 지난 지금 문재인 전 대표는 전인범 전 사령관의 존재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전 전 특전사령관의 아내인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이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법정 구속됐기 때문이다. 서울북부지법 형사7단독 오원찬 판사는 8일 업무상 횡령 및 사립학교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심 총장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심 총장은 지난 2015년 5월 성신여대 총학생회와 교수회, 총동창회 등으로부터 교육과 무관한 소송비 등에 교비를 유용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전인범 전 사령관이 자신의 소장 승진 축하파티에 아내가 총장으로 있던 성신여대 교직원, 학생 등을 동원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9일 전 전 사령관이 성신여대 전 부총장 조 모 교수를 고소한 명예훼손 사건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성신여대 직원은 자발적으로 참석한 것일 뿐 전 전 사령관이 직원을 강제로 동원한 것은 아니었다"면서도 "지엽적인 부분에서 약간 차이가 나더라도 총장 남편의 사단장 승진 축하파티에 직원과 학생을 동원했다는 제보 내용은 객관적 사실과 합치된다"고 판단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영입한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 (연합뉴스)

논란은 더 있다. 전인범 전 사령관이 특전사령관 시절이던 지난 2014년 13공수특전여단 예하부대에서 '포로 시 행동요령 훈련' 도중 부사관 2명이 질식사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군 검찰은 현장 교관 4명과 훈련 연관 장교 2명만을 기소했고, 장교 2명은 무죄, 교관 4명은 벌금형을 선고받는데 그쳤다. 1군사령부 부사령관으로 자리를 옮긴 전 전 사령관은 서면경고를 받았다. 당시 군의 처벌 수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정치권은 문 전 대표의 인사가 잘못됐다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민의당은 "문 전 대표가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그에 대해 불안과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문 대표의 폐쇄적인 엉터리 인사 행태와 무관치 않을 것"이라면서 "문 전 대표는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라"고 비판했다.

바른정당은 "사드 말 바꾸기 논란 등 불명확한 대북 안보관을 그야말로 땜질하기 위한 졸속 영입, 꼼수 영입의 결과"라면서 "오직 대선 승리에 눈이 멀어 보여주기식 영입, 검증 회피 등 오만과 독선으로 일관하는 행태는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을 수밖에 없음을 명심하라"고 비난했다.

인사영입을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문 전 대표는 지난달 이화섭 전 KBS보도본부장을 영입하려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전 본부장은 KBS 근무 시절 <추적60분>에서 만든 4대강 사업 비판 프로그램을 불방시키고,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KBS 대선 후보 토론회 불참 의사를 밝히자, '문재인, 안철수 후보만 토론회를 하면 불공정하다'면서 토론회를 무산시키기도 한 인물이다.

문재인-송영길 불협화음

문재인 대선 캠프 내부도 심상치 않다. 문 전 대표는 8일 송영길 의원을 캠프 총괄선대본부장으로 영입했지만 문 전 대표와 송 의원이 불협화음을 내 우려를 더한다.

▲문재인 전 대표(왼쪽)와 송영길 의원. (연합뉴스)

송영길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 공약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송 의원은 "공공일자리 81만 개, 이것은 정확한 매시지가 잘못 나갔다고 생각한다"면서 "국가 예산과 세금을 걷어가지고 나눠주는 일 처리 누가 못하겠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메시지들이 좀 정리 안 된 채 나가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제가 본부장을 맡으면서 후보님과 긴밀히 상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전 대표는 송영길 의원의 지적에 "어쨌든 우리 캠프나 선대위에 다양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함께할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후보는 접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민주당 내 비주류 사이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의 공공부문 일자리 공약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고 있다. 민주당 비주류 의원 측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표가 내세운 81만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은 한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면서 "문 전 대표가 세부적으로 배치하겠다는 공공부문을 살펴보면 한국에서는 이미 사적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는 부분이 많아 현실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송영길 의원은 문재인 전 대표 지지그룹의 실세로 지목되고 있는 '3철(이호철, 전해철, 양정철)'에 대해서도 입을 열었다. 송 의원은 캠프 구상에 대해 "문재인 캠프에는 '비선이다, 3철이다'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송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캠프 주변에서는 "권력 핵심자리를 두고 공식 라인과 비공식 라인의 신경전이 시작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굳건하지만 안희정 상승세 돋보여

민주당에서 문 전 대표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는 안희정 충남지사는 세력을 쌓아올리고 있는 중이다.

▲안희정 충남도지사. (연합뉴스)

9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6~8일 전국의 유권자 15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2.5%p)에서 안희정 지사는 15.7%의 지지를 얻어 3위에 위치했다. 지난 주보다 2.7%p오른 수치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2위자리를 내주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8.2%의 지지를 얻은 당내 경쟁자인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격차를 점점 벌리는 모양새다.

정당 지지도에서는 민주당의 지지율이 45.4%까지 치솟은 상황이다. 따라서 이 추세가 유지된다면 민주당으로의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따라서 민주당 내 문재인, 안희정 두 대선 경선 후보의 지지 추이가 상당히 중요한 상황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33.2%를 기록해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다만 여론조사 시기가 6~8일이었던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8일과 9일 언론에 보도된 전인범 전 사령관 의혹과 송영길 의원과의 충돌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문재인 대세론'이 쉽게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문 전 대표를 둘러싼 크고 작은 잡음이 발생하면 기세를 탄 안희정 전 지사 측에도 기회가 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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