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조끼를 입은 김과장은 노조 파괴를 위해 TQ 택배로 들어선 조폭들에 의해 끌려갔다. 김과장은 우연하게도 TQ 그룹의 모든 일들에 관여하게 되었다. 그의 운명은 그렇게 벗어날 수 없는 필연의 힘으로 엮여 있었다. 너무 정직했던 아버지의 불행이 싫어 부정을 선택했던 김과장은 그렇게 다시 외부의 힘으로 인해 본심을 드러내고 있다.

김과장의 의인 본성;
우주의 힘이 김성룡을 진짜 의인으로 만들어간다

택배 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은 5회는 기러기 아빠의 힘겨운 현실도 함께 품었다. 주목받지 못했던 <김과장>이 큰 사랑을 받는 이유는 바로 이런 현실에 대한 시선 때문이다. 블랙코미디 형식으로 웃음 속에 우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그래서 반갑다.

이 과장 부인을 끌고 가는 경비원들을 막아선 김 과장은 그렇게 진짜 의인의 면모를 갖춰가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다면 결코 관여하지 않는 원칙이 완벽하게 깨지기 시작했다. 이런 자신의 행동에 대해 김 과장의 멘토인 광숙에게 묻지만, 자신이 변하고 있음을 확인할 뿐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부당하게 끌려가던 이 과장 부인을 지켜낸 김 과장은 중국 업체와 협상 중인 회의실로 끌려갔다. 그곳에서 그는 의도하지 않은 존재의 무거움을 경험한다. 중국 업체 측에서는 투자 조건으로 김 과장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실사 준비팀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780억이라는 거액을 투자하는 중요한 거래에서 김 과장은 모든 것을 쥔 캐스팅보드가 된 셈이다. 누구보다 상황 판단이 빠른 김 과장은 현장에서 그 제안을 거부해버렸다. 중국 투자자가 김 과장이 아니라면 투자 건은 끝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김 과장의 마음을 돌리는 일이었다.

이미 모든 판을 읽고 있었던 김 과장은 박 회장에게 자신의 요구 조건을 제시했다. 이 과장 부인에 대한 고소건을 취하하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김 과장의 비밀 장부를 가지고 있는 서 이사에게는 문제의 장부를 달라고 요구했다. 양수겸장을 하듯 거대한 판에서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만 하는지 잘 아는 김 과장의 이런 행동은 결과적으로 그의 본성을 깨어나게 하는 이유가 되어갔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이 과장 부인을 구한 것이나, 회장 아들의 부당한 요구에 맞선 것 모두 용감해서는 아니었다. 살얼음판에 미끌어지면서 혹은 타이타닉에서 살아나기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그런 그의 행동은 결과적으로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겨져 있던 본성을 자극하게 되었다.

유연함이 그 무엇보다 강할 수 있음을 김 과장은 잘 보여주고 있다. 기고만장한 서 이사를 자신의 틀 속에 가둬 두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면 김 과장의 존재감은 더욱 뚜렷해진다. 너무 잘나서 자존심이 강한 자를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그는 잘 알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이 자신도 모르게 변하고 있음을 광숙과 통화 후 재차 확인한 성룡은 변하지 말자고 다짐까지 한다. 하늘이 무너져도 변하지 말자는 그의 말에 하늘이 아닌 천장은 즉시 대답했다. 멀쩡하던 천장이 무너져 내리는 상황은 코믹스러운 상황 속에서 만들어진 복선이니 말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서 이사에게 비밀 장부 절반을 받아 소각하고 TQ 택배로 향한 김 과장은 그곳에서도 열일 하는 존재가 되어갔다. TQ 택배 실사 과정에서 드러난 부정을 서 이사는 철저하게 감추고자 한다. 이 모든 문제의 핵심을 택배 노동자들의 과도한 요구로 치부하면서 말이다.

쥐꼬리만 한 수수료 인상이 택배사 부실의 원인이라 몰아가는 그들에게는 노동자들의 현실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 14시간씩 일하고, 명절에는 18시간이 넘는 과도한 일을 해야만 하는 택배 노동자들은 그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과도한 노동이 그에 상응하는 대가로 이어진다면 그건 선택의 문제가 된다. 하지만 그렇게 과도하게 노동을 해도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면 이는 시스템의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힘없는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현실은 좀처럼 바뀌지 않고 있다.

<김과장>이 사회적 문제를 언급하는 방식은 그래서 반갑다. 김성룡이라는 캐릭터를 내세워 사회적 적폐들의 중심에 서게 하고 이를 바로잡게 만드는 과정은 시원한 사이다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현실에서 보기 어려운 이 시원하고 통쾌한 모습이 바로 <김과장>이 큰 사랑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니 말이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TQ택배의 노조위원장이 군산에 있던 시절 웨이터 일을 하던 이였다. 당시에도 잘 지냈던 둘이 만나 회포를 푸는 사이 노조위원장 조끼를 한 번 입어보고 싶었다던 김 과장의 소원은 의도하지 않은 상황을 만들어내고 말았다. 그곳에는 같은 경리부 소속의 기옥의 아버지도 노동자로 함께하고 있었다. 이 상황은 결과적으로 기옥이 김 과장의 충실한 조력자가 되는 과정으로 이어질 것이란 점에서도 흥미롭다.

택배 노동자들의 힘겨운 현실을 토로하는 그들과 이를 들어주고 공분하는 김 과장의 모습은 든든하게 다가왔다. 김 과장이 '삥땅 전문가'임은 분명하지만 자신보다 약한 사람을 공격하거나 사기 친 적은 없다. 그가 행하는 '삥땅'은 말 그대로 부당한 일을 하는 자들에게서 뺏어내는 것이니 말이다. 약한 사람에게 약하고 강자에게 강한 김 과장은 타고난 의인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측에서 고용한 노조 파괴를 위한 깡패들이 TQ 택배로 들어서고 그렇게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걷잡을 수 없이 커진 현장에서 김 과장은 노조위원장 조끼를 입었다는 이유로 깡패들에게 납치를 당하고 만다. 조 이사 측에서 동원한 용역 깡패 무리 속에서 김 과장을 찾는 하경과 그녀를 돕기 위해 나선 서 이사. 이 기묘한 상황은 삼각관계의 전조다.

KBS 2TV 수목드라마 <김과장>

싫어하기만 했던 김 과장의 실체를 보기 시작하며 하경의 마음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야구 연습장에서 호쾌한 타격을 하는 하경에게 첫눈에 반한 서 이사는 그저 짝사랑만 하고 있을 뿐이다. 절대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는 서 이사가 아수라장에 뛰어들 인물은 아니었다. 그런 그가 하경을 구하기 위해 나선 것은 사랑이라는 이름 외에는 이야기할 수가 없다.

김 과장이 가는 곳마다 벌어지는 굵직굵직한 사건들. 그리고 김 과장을 감시하다 사랑이라는 감정까지 품게 되는 가은. 복잡해질 수도 있는 다각관계 속에서 김 과장의 DNA는 본격적으로 살아나기 시작한다. 의도하지 않았던 일들이 필연적으로 발현되며 김과장이 애써 숨기고 있던 의인으로서 본성이 되살아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재미있는 장면의 연속이지만 그 안에는 서글픈 우리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담겨 있다. 결코 쉽게 웃고 넘길 수 없는 이 문제들은 그래서 더욱 아프게 다가온다. 채플린의 명언처럼 멀리 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인 것이 바로 우리네 인생이니 말이다. 이런 관조와 간섭이 오가는 <김과장>의 시원한 쟁투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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