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출마 여부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명확한 입장 대신 애매한 답변만 늘어놓고 있다. 정치권은 황 권한대행에게 대선출마에 대한 입장정리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7일 바른정당 교섭단체대표연설에 참석한 황교안 권한대행이 기자들의 질문공세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바른정당 교섭단체대표연설에 참석한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대선출마 여부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세례가 쏟아졌다. 황 권한대행은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고 애매한 답변을 던졌다. 기자들이 대선출마 입장을 재차 묻자 황 권한대행은 "국회에 왔어요", "자 갑시다"라고 말한 채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황교안 권한대행은 전날 기자들의 질문에 "말할 기회가 있으면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황 권한대행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다. 대권 도전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우세한 가운데 아직 입장을 저울질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황 권한대행이 애매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현 상황을 즐기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된다.

박경미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대선출마 여부와 관계없이 이 얼마나 후안무치한 답변시리즈인가"라며 "국민을 상대로 언어유희를 하겠다는 것인가. 숨길 수 없는 개그본능인가"라고 꼬집었다. 박 대변인은 "이대로라면 대정부질문에 출석할 즈음엔 출마선언이라도 할 기세"라고 비판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착각하지 말라. 국민들께선 황교안 권한대행에 별 관심 없다"면서 "우리 민주당으로서도 황 권한대행의 출마는 오히려 호재"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황 권한대행에게 적당한 때는 결코 오지 않음을 분명이 알라"고 경고했다.

국민의당 주승용 원내대표는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은 자신의 역할과 진로에 대해서 매우 교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면서 "대선에 출마할 의지가 없다면 부화뇌동하지 말고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빼달라고 언론사에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 원내대표는 "황 권한대행의 애매한 처신이 계속 된다면 국민들은 '황교만'이라는 별명을 붙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통령 코스프레를 즐기면서 국회와 국민이 요구하는 대정부질문에 출석하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황 권한대행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성실하게 답변해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바른정당도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이날 오전 바른정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이종구 정책위의장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새누리당과 일부 언론이 조장하는 대권놀음에 빠져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 같다"면서 "어려운 시기에 권한대행으로서 맞는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우 의원은 "중차대한 외교안보 상황에서 총체적인 난국 관리를 해야 하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계속해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고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면서 "외교, 안보뿐만 아니라 조류독감, 구제역까지 창궐한 상황에서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상황은 정말 위험하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김영우 의원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대선출마에 대해 '말 할 기회가 있으면 말하겠다'고 했는데 오늘 당장, 지금이라도 말하면 그게 기회가 되는 것"이라며 조속한 입장표명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황 권한대행은 이날 또 다시 "적당한 때가 있을 것"이라며 여운만 남겼다.

한편 황교안 권한대행은 지난 2일 민주당 교섭단체대표연설에 참석할 당시 본관 앞에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의 불출마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문 조심하시라"며 대답을 피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門)이 아니라 문(文)을 얘기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등장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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