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드라마에 개그맨 러시가 펼쳐지고 있다. 개그맨 입장에선 한계가 보이는 공개코미디 무대를 벗어나 활동영역을 넓힐 수 있고, 드라마 입장에선 시청자에게 깜짝 재미를 줄 수 있기 때문에 개그맨의 드라마 진출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생각된다.

▲ 정주리(드라마 '탐나는도다')ⓒMBC
웰메이드 드라마이면서도 시청률 재난을 맞은 저주받은 걸작 <탐나는도다>에는 정주리가 나와 서우와 함께 제주 잠녀 투톱을 형성했었다.

정주리는 말로 ‘사부작사부작’하는 개그보다 몸으로 하는 슬랩스틱 코미디극에서 더 강점을 보이는 개그맨이었다. <스타골든벨>에서도 주로 몸으로 웃기고 있다. <탐나는도다>에서 그런 코미디적 재능을 맘껏 선보였다.

서우를 견제하며 귀양다리에게 추파를 던지는 역할이었는데 웬만한 배우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소화한 것이다. 보통 개그맨의 영상물 출연이 이벤트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고, 연기자에 비해 뻣뻣한 느낌으로 한계를 보이는 것이 다반사였는데 정주리는 아니었다. 정말로 연기자처럼 보였다.

정주리는 개그에만 전념하려 했었지만 슬럼프가 왔다면서, 능력이 된다면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겠다고 했었다. 이 길이 맞는 것 같다. 정주리는 개그맨의 느낌보다는 코미디 배우의 느낌이 더 강하다. <탐나는도다>에서 그 가능성을 확인시켰다고 할 수 있다.

<스타일>에는 한승훈이 중요한 역할로 나온다. 연기는 자연스럽게 하는 것 같다. 하지만 비호감과 캐릭터의 한계를 어떻게 돌파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여자같은 느끼한 남자 캐릭터가 굳어지면 잠시 강한 인상은 줄 수 있을지 몰라도, 다양한 배역을 맡는 데 한계가 있다.

김병만은 <대한민국 변호사>에서 여주인공을 짝사랑하는 식당 종업원으로 나왔었는데, 자연스러웠다. 몸으로 하는 모든 종류의 연기가 가능한 사람이기 때문에 액션 코미디극의 조연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인다. <선덕여왕>에 괴이한 무사로 출연해 신기의 무공을 선보이는 건 어떨까?

<개그콘서트>의 송준근과 박영진은 최근 <공주가 돌아왔다>에서 얼굴을 보였다. 하지만 드라마만의 캐릭터를 보여주지 못하고, <개그콘서트>에서 익히 알려졌던 캐릭터를 드라마에서 반복 소비함으로서 이벤트에 그치고 말았다. 드라마 제작진이 개그맨을 좀 더 창조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상이 최근 연달아 나타난 드라마 속 개그맨들이다. 이들 중에서 최고를 꼽으라면 단연 류담이다. 앞에 열거한 개그맨들은 모두 개그프로그램을 할 때 주역을 맡았던 사람들이다. 개그맨으로서 인기도 얻었었다. 반면에 류담은 개그프로그램에서 존재감이 전혀 없었다. 언제나 남을 받치는 역할만 했던 것이다.

덕분에 개그맨으로서는 뚜렷이 각인된 이미지가 없었다. 백지 상태였던 것이 차라리 다행이었을까? <선덕여왕>에서 그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죽방의 파트너처럼 보인다. 개그프로그램에서 유명해졌던 개인기를 반복할 필요도 없다. 그런 것이 원래부터 아예 없었으니까. 때문에 억지스러운 에피소드도 없고, ‘오버’도 없는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 류담(드라마 '선덕여왕')ⓒMBC
<선덕여왕>에서 류담의 캐릭터는, <무한도전> 꼬리잡기 특집에서 천재 사기꾼 노홍철을 따라다니던 성실남 정준하의 캐릭터와 같다. 류담은 천재 사기꾼 죽방을 따라 다니며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성실남이다.

그러면서 주 캐릭터의 정서와 연결된 감정표현을 보여준다. 즉, <무한도전>에서 노홍철이 웃을 때 따라 웃던 정준하의 모습처럼, 죽방이 웃을 때 따라 웃고, 죽방이 으스댈 때 따라 으스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건 애니메이션에도 잘 나오는 보조 캐릭터인데 이런 캐릭터의 공통점은 귀엽다는 데 있다.

아무리 캐릭터의 기본 속성이 귀여움이라고 해도, 그것을 표현하는 연기자가 받쳐주지 못하면 캐릭터의 성격이 살아날 수 없다. 하지만 류담의 얼굴과 천진스러운 표정이 절묘하게 캐릭터의 성격과 어울린다.

그리하여 류담은 완전 귀여운 캐릭터로 <선덕여왕>의 완소 감초남이 됐다. <선덕여왕>은 F4 및 꽃남 화랑들이 지나갈 때 마다 집중도가 올라가는 작품인데, 류담이 등장할 때의 집중도도 만만치 않다.

단지 그가 꽃남이 아니기 때문에 화제의 인물로 조명을 못 받을 뿐이지 극 기여도로 따지면, 웬만한 화랑보다 훨씬 나은 수준이다. 요즘 비담, 미실, 서우 등의 표정 100종 세트가 유행인데 류담 표정 100종 세트도 충분히 가능할 것처럼 여겨질 정도로 표정도 귀엽고 매력적이고 활력있다.

정주리도 연기를 잘 했지만, 극 자체의 성공여부와 캐릭터의 호감도까지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올 중반기 개그맨들의 드라마 진출러시에서는 역시 류담이 가장 돋보였다고 할 수 있다. 완소 류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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