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바른정당의 대권주자인 유승민 의원이 '보수후보 단일화'를 주장한 데 대해, 역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반발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달 31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상대로 승리할 보수 후보를 위해 단일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보수단일화 카드를 뽑아 든 바 있다. 남 지사는 새누리당을 제외한 야권을 아우르는 '연정론'으로 맞서고 있다.

▲6일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유승민 의원(왼쪽)과 남경필 경기도지사. (연합뉴스)

6일 바른정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남경필 지사는 유승민 의원의 보수단일화 주장에 대해 "이 국면에 이 얘기를 하는 건 우리 당에 큰 해가 된다"면서 "바른정당이 개혁 합리 보수로 가는 노력을 등한하게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남 지사는 "원칙 없는 단일화는 바른정당의 존립 근거를 상실케 한다"면서 "선거 전략 면에서도 너무나 한계가 뚜렷하다. 지금 보수끼리 뭉쳐서 진보와 겨루자는 것은 스스로 이번 선거를 지자는 얘기와 같다"고 주장했다.

전날 남경필 지사는 새누리당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자당 후보 중 한 명인 유승민 의원을 대선 '필패 카드'로 규정하기도 했다. 남 지사는 "(황 권한대행이) 당장 지지율은 조금 더 나올지 모르지만 무난하게 지는 필패카드"라고 했고, 유 의원에 대해서는 "(보수 후보 단일화는) 선거에서 가장 나쁜 결과인 원칙 없는 패배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했다.

이 자리에 참석했던 남경필 지사 캠프에 자리한 정두언 전 의원은 유승민 의원을 향해 "과거 이회창·박근혜 대표 시절 강경보수였던 사람이 시절이 바뀌니까 '개혁의 기수'처럼 입장을 바꿨다"면서 "지지율 답보 상태를 돌파하려고 새누리당과 손 잡겠다는 건데, 너무 기회주의적이다"라고 꼬집었다. 남 지사는 "바른정당과 새누리당의 뚜렷한 차이는 탄핵에 대한 찬반"이라면서 새누리당과 손을 잡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남경필 지사 측의 보수단일화 비판에 유승민 의원은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유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해당행위는 한 사람이 판단하는 게 아니고 당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면서 "생각에 변화가 없는데 논의에 응할 필요가 뭐가 있나"라고 무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지사 사이에 보수단일화를 두고 벌어진 논쟁은 결국 차기 대선 여론조사에서 바른정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일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사퇴했음에도 바른정당 주자들의 지지율은 반등하지 않았다. 보수 표심이 바른정당을 향할 것이란 기대와 달리, 오히려 반 전 총장의 표가 문재인 전 대표와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쏠리는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유승민 의원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3~4%대의 지지를 얻는 데 그치고 있다. 남경필 지사도 어렵긴 마찬가지다. 일각에서는 유 의원과 남 지사의 존재감이 미미하다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무성 전 대표의 재등판론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유 의원으로서는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고, 결국 새누리당과 단일 후보를 내는 강수까지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6일자 조선일보 28면.

6일자 조선일보에는 유승민 의원의 이러한 구상이 잘 나타난다. 유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군소후보밖에 안 된다는 지적에 "하지만 '보수 후보로 누가 적합하냐'고 물으면 1, 2위로 나온다"면서 "헌재의 판결은 예정된 계기다. (지지율은) 헌재의 결정이 이뤄지면 박근혜 대통령 지지자들도 다음 대통령에 대해 생각하게 될 것이다. 후보 중에 상대평가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핵 이후 아직 새누리당을 지지하고 있는 보수 표심을 잡아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유승민 의원은 "정권 교체만 하면 되나? 국민의 분노에 올라타 정권을 바꾸기만 하면 되나? 그러면 '제2의 박근혜'를 뽑게 된다"면서 "다음 대통령은 나라를 잘 이끌어갈 거냐, 대통령직을 잘 수행할 거냐를 봐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나도 부족한 사람이지만 20년 전 IMF 위기를 보고 정치에 뛰어들었다"면서 "경제와 안보 위기 극복에 역할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승민 의원의 보수후보 단일화 주장에 대해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럼 우리 당으로 들어오면 되겠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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