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이 드디어 나왔다. 새누리당은 언론장악방지법이 야당과 노조가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를 담은 법안이라고 규정했다. 이와관련해 공영방송의 현실과는 동떨어졌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 (연합뉴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별 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언론장악방지법을 반대해왔다. 박대출 미방위 새누리당 간사는 "언론장악방지법 반대가 당론"이라고 했고, 신상진 위원장은 "당론은 아니다"라고 하는 등 혼선이 이어졌다. 3일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새누리당의 언론장악방지법에 대한 공식적인 당론을 밝혔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방송의 공영성을 말하면서 야당이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언론장악방지법)은 기존의 방송계를 흔들어 야당과 노조의 방송장악으로 이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고 주장했다. 정 원내대표의 발언은 야당과 언론노조가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해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 공영방송에 손을 대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광장에 나온 국민들은 '언론도 공범'이라고 분노하고 있고, 공영방송 KBS와 MBC 기자들이 촛불집회 현장에서 분노한 국민들에게 쫓겨나는 사태까지 일어났다. 언론인들의 자성의 목소리도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야당이 발의한 언론장악방지법은 여야 합의가 가능한 인물을 사장으로 선출해 공영방송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을 목적으로, 여야 추천 이사 비율을 7대6으로 바꾸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골자로 한다. 새누리당이 우려하는 야당의 방송장악은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

현행법 공영방송 KBS와 MBC의 사장을 임명하는 KBS 이사회와 방문진 이사회의 여야 추천 이사 비율은 각각 7대4와 6대3이다. 정부여당의 입맛에 맞는 사장이 선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오히려 현행법이 여당의 공영방송 장악을 조장하고 있다.

국회 미방위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정의당 등은 성명을 내고 "정우택 원내대표는 지금의 공영방송들이 정말 정상적이라고 보는가"라면서 "공영방송 이사회를 집권세력에 매우 편중되게 구성한 후, 이사회가 결국 청와대와 여당 뜻에 맞는 사장을 임명하고 이 사장을 통해 해당 방송사의 인사와 보도에 개입하는 것이 방송장악이 아니면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미방위 야당은 "언론을 장악할 의도도 없고 불가능하다면서 공영방송 정상화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당선 후 이를 정면 부정했고, 그 결과 세월호 사태, 최순실 국정농단 등 정국 혼란기마다 공정보도 논란이 지속됐다"면서 "작금의 국정혼란을 야기한 새누리당의 눈에는 '공영방송도 공범'이라고 외치는 분노한 민심이 보이지 않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대한민국이 새롭게 나아가야 하는 이 시점에 대선 승자가 공영방송마저 장악하는 비정상적인 악순환을 반드시 끊어내야 한다"면서 "언론장악방지법은 여당이건 야당이건 그 누구도 공영방송을 장악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국민의 품에 돌려주자는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방위 야당은 "조기 대선을 앞둔 2월 임시국회야말로 대한민국의 적폐를 해소할 골든타임"이라면서 "정우택 원내대표와 새누리당은 적반하장의 거짓 선동을 거두고 대통령 탄핵 사태를 불러온 구시대적 관행과 잘못을 바로잡는 협조로 석고대죄하라"고 촉구했다.

끝으로 미방위 야당은 정우택 원내대표를 향해 "언론장악방지법의 개정 취지나 내용을 제대로 알기나 하고 오늘 국민 앞에 선 것인가", "야당과 언론노조를 마치 방송을 장악하려는 불순한 세력으로 폄훼한 것은 바로 사과해야 하지 않겠는가", "각 당의 원내대표, 상임위 간사들과 함께 국민 앞에서 이 법의 개정에 대해 공개토론에 임할 자신은 있는가"라고 공개적으로 질의했다.

앞서 김경진, 신용현, 오세정 의원 등 국민의당 미방위원 3인은 새누리당의 언론장악방지법 반대를 규탄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국민의당 미방위원들은 "새누리당은 망가진 공영방송을 보면서 반성과 참회 대신 여전히 정권의 나팔수로 인식하고 있다"면서 "촛불민심과 시대정신을 정면으로 거스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민의당 미방위원들은 "세월호 보도에 대한 이정현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KBS 보도 개입, MBC 내부의 공정방송 요구에 대한 사측의 무리한 인사 보복 문제 등에 대해 눈 감고, 귀 닫은 정우택 원내대표의 인식은 후안무치의 극치"라면서 "대다수 국민과 촛불민심은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에서 벗어나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언론장악방지법은) 이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국회의원 162명이 공동발의한 방송관련 법안"이라고 강조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정우택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연설에서 적반하장의 끝을 보여줬다"면서 "지난 9년 동안 언론을 장악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공범으로 만들어버린 새누리당 지도부가 내뱉을 말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1000만 촛불민심은 언론을 검찰, 재벌과 함께 공범으로 규정하며 '언론장악 적폐와 부역자 청산'을 명령했다"면서 "(새누리당은)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거부한 채 구시대적인 언론장악 망령에 사로잡혀 정권을 재창출해보겠다는 파렴치한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정우택 원내대표가 노조를 물고 늘어진 것은 편성규약과 편성위원회 부분을 얘기하는 것 같은데, 이 부분은 지난 국회 공정언론특위에서 여야가 합의했던 내용"이라면서 "새누리당이 재집권을 위해 지푸라기라도 잡아보려는 얄팍한 정치적 술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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