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황교안 권한대행이 "국회에서 대정부질문에 '국무총리'의 출석과 답변을 요청한 데 대해 재고해줄 것을 요청한다"면서 사실상 국회의 출석 요구를 거부했다. 황 권한대행의 국회 출석 거부에 대해 야당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일 황교안 권한대행은 국회에 출석할 수 없는 이유로 대통령 권한대행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 국정공백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 등을 들어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을 거부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장시간 자리를 비우는 것은 곤란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황교안 권한대행이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인지는 의문이다. 황 권한대행은 지난달 25일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양천구 소재 신영시장을 방문했다. 연휴 첫 날인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동대문 '코리아 그랜드 세일' 이벤트 현장을 찾기도 했다. 지난 2일 황 권한대행은 직접 전남대학교를 찾아 정병석 신임 전남대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황 권한대행이 벌써부터 대권행보를 시작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황교안 권한대행의 국회 대정부질문 출석 거부와 대권출마설 등에 관해 야권은 한 목소리로 비판하고 나섰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기문 현상의 신기루가 걷히자 이 때다 하며 등장하는 또 한 분의 인물이 있다"면서 "황교안"이라고 밝혔다. 추 대표는 "새누리당이 말하는 깜짝 놀랄만한 후보가 고작 황교안 권한대행이라면 국민들이 대단히 분노할 것"이라면서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황 대행은 탄핵된 정권의 2인자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황교안 권한대행은 정당대표연설 본회의에 참석했다. 이제 대정부질문에는 참석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면서 "그 이유는 지난 임시국회에서는 합의가 돼서 그 때만 출석했던 것이고, 이번 국회에서부터는 출석하지 않겠다고 한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황 권한대행은 지난달에만 대통령 권한대행을 한 게 아니라, 지금도 대통령 권한대행을 하고 있다"면서 "왜 지난달에는 한 것을 이번 달에는 못하겠다고 하는지, 이제 진짜 대통령이 됐다고 생각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주승용 원내대표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최근에 전통시장도 가고 각종 행사장을 다녀온 것은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라면서 "국정농단의 책임, 대선출마설에 대한 본인의 입장 등 곤란한 질문을 피하고 싶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황교안 권한대행은 한국갤럽 2월 1주차 주간집계(2월 1~2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3명 대상, 휴대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해 전화인터뷰 방식으로 실시,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 ±3.1%p, 응답률 20%)에 따르면 황교안 권한대행은 9%의 지지를 얻어 3위에 위치했다.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황교안 권한대행이 아직 출마할지 여부에 대해 말씀을 안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저 정도의 지지가 나온다는 건 충분히 보수 단일후보로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이 암시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