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은 우리가 MBC를 신뢰해도 되냐고 묻고 있다. 이제 MBC 구성원들은 유예해왔던 저항적 실천을 꺼내 들어야 한다. 2017년 2월 지금부터 국민들이 물어온 답을 구해야 한다. 노동조합에 힘을 모아 달라. 작더라도 지금부터 저항을 시작해 달라. 노동조합은 저항의 목소리가 나오는 현장에 반드시 함께하고 지켜드리겠다. 잠시 잊고 있었지만 우리에겐 힘이 있다. 우리로부터 새로운 역사가 시작 될 것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12대 본부장에 입후보한 김연국 기자가 조합원들을 향해 던진 출사표다. 3일 상암동 MBC신사옥 1층 로비에는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로 가득 찼다. 이들은 11시30분부터 12시까지 피케팅을 실시했으며 12시부터 30분 간 집회를 개최했다.

공정방송을 위해 싸우다 해직된 박성제 MBC 해직기자, 정영하 전 MBC 본부장, 강지웅 전 MBC 본부 사무처장, 박성호 전 MBC 기자협회장 등은 회사의 저지에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밖에서 피케팅을 이어갔다. MBC에서 쫓겨난 최승호 뉴스타파 PD도 건물 밖에서 조합원들의 피케팅·집회 현장과 해직자들의 모습을 취재했다.

▲3일 상암동 MBC신사옥 1층 로비에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제12대 집행부 위원장에 입후보한 김연국 기자가 조합원들과 함께 ‘언론공범 청산하고 공정방송 쟁취하자’란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이날 김연국 기자는 한겨레 신문을 들고 나와 조합원들 앞에 섰다. 최근 MBC 임명현 기자가 ‘2012년 파업 이후 공영방송 기자들의 주체성 재구성에 관한 연구’란 주제로 석사 논문을 냈다. 이날 한겨레 지면에는 해당 논문에 대한 임 기자의 인터뷰가 실렸다. 임 기자는 논문에서 MBC가 파업 뒤 징계, 전보, 직종 전환 등의 방식을 통해 파업 참가 구성원들을 본업무에서 배제했고, 그 결과 구성원들은 저항적 실천을 유예하게 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연국 기자는 “지난 수십 년간 MBC가 지켜왔던 가치들, 용기 있는 권력 비판, 공정 보도 등이 파괴되는 동안 우리는 서서히 저항적 실천을 유예해왔다”며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다. 바로 내 얘기이고 우리의 얘기”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는 동안 MBC는 철저히 파괴됐다. 역설적이지만 MBC는 더 처절하게 파괴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완전히 무너뜨려야 다시 세울 수 있고, 제거해야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MBC의 사장 및 임원 선임 권한이 있는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는 2일 MBC 사장 선임 일정을 2월 말로 정했다.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인 방문진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있다. 해당 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방문진은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이사회와 MBC 사장을 선출해야 한다. 불과 몇 개월 만에 사장이 뒤바뀔 수도 있는 상황인데, 방문진 이사회는 2월 말 사장 선임을 강행한 것이다.

언론노조 조능희 MBC본부장은 “어제 방문진 여당 이사진은 사장 선임을 일정을 토론하자는 야당 이사진의 반발에 표결로 일정을 결정했다. 이게 바로 방문진 여야 추천 6대3 이사 구성의 문제점이고, 이를 개선하자는 게 ‘언론장악방지법’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법이 국회에서 통과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방문진 고영주와 여당 이사진은 사장 선임에 돌입했다”며 “MBC 사장이 인사 권한을 가지고 있는 수십 명을 인사하기 위한 최후의 발악”이라고 비판했다.

▲3일 상암동 MBC신사옥 1층 로비에서 제11대 집행부 위원장 임기 만료를 일주일 앞둔 전국언론노동조합 조능희 MBC본부장이 조합원들을 향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본부장 임기 만료 일주일을 앞둔 그는 조합원들을 향해 “존경하는 조합원 동지 여러분 감사합니다”라고 말한 뒤 “이제 우리의 목표는 국민에게 좋은 방송을 돌려주고, 방송인으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것이다. 그것을 한 순간도 잊지 않고 조합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과 함께 임기를 마치는 언론노조 이호찬 MBC본부 민실위 간사는 “지난 2년 간 MBC 뉴스가 몰락해 가는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이 무거웠다”며 “무엇하나 바꿔보지 못하고 오히려 더 추락한 MBC 뉴스를 보며 집행부 임기를 마치게 됐다”고 개탄했다. 그는 “MBC 뉴스는 여전히 청와대 방송이다. 특검 수사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지만 MBC는 뉴스를 찾아 나서지 않는다”며 “특검 브리핑만 받아쓰기 급급하고, 그 뉴스조차도 무슨 얘기인지 알 수 없게 뭉뚱그려낸다”고 비판했다.

▲3일 상암동 MBC신사옥 1층 로비에서 언론노조 MBC본부 조합원들과 건물 밖에서 MBC 해직자들이 피케팅을 하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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