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석 사단의 새로운 예능이 찾아온다. 큰 사랑을 받은 <삼시세끼>의 스핀오프와 같은 느낌이 드는 <신혼일기>가 바로 그것인데, 안재현과 구혜선 부부의 일상을 그대로 전달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의도적인 개입 없이 신혼부부의 일상을 있는 그대로 지켜본다는 점에서 관찰 예능의 새로운 변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친구들에서 부부로;
나영석 사단의 진보 or 퇴보의 갈림길에 서게 된 신혼일기

나영석 사단의 <신서유기3>가 현재 방송 중이지만, 과거와 같은 큰 사랑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방송보다는 인터넷에 더욱 적합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히 방송 시청률로 이를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화제성에서도 기존 나영석 사단의 예능과 달리,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전성기 <1박2일>에 대한 추억을 가진 이들에게 <신서유기3>는 무척이나 반가웠을 듯하다. 그런데 과거의 영광을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들이 그 안에서 묻어나고 있지만, 이상하게 시청률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된다. <삼시세끼>가 안정적인 시청률을 보여주었던 것과 달리, <신서유기> 시리즈가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신호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tvN <신서유기3>

나영석 사단의 장점과 전통은 어쩌면 <신서유기> 시리즈에 모두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박2일>을 이끌었던 피디와 작가들이 모두 <신서유기> 제작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소가 중국이고, 형식이 '서유기'를 기본 바탕으로 깔고 있다고 하지만 이 역시 여행 버라이어티다. 남자들끼리 함께 여행하는 과정에서 식사를 하고 게임을 즐기는 방식은 <1박2일>이라 봐도 무방하다.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이 시즌3에도 출연 중이다. 이승기까지 가세했던 첫 시즌은 말 그대로 tvN판 <1박2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일부에서는 엠씨몽까지 출연시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그만큼 <1박2일> 팬들에게 <신서유기>에 대한 기대치는 크다.

그런데 과거로 회귀한 추억담이 그대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반가웠지만 대중의 선택은 달랐다. 다양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나영석 사단의 새로운 예능에는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 <신서유기>에 대해 반응을 보이지 않는 점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예능은 따로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신혼일기>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래서다. 나영석 사단이 꾸준하게 예능을 만들고 있고, 색다른 시도로 흐름을 이끌고 있다는 것만은 명확하다. <신혼일기>는 시청자들이 반가워할 만한 소재와 형식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신혼일기>는 안재현과 구혜선의 일상을 그저 담담하게 관찰하는 것이 전부다. <삼시세끼>는 나름의 미션들이 존재했다. 농촌과 어촌의 특징을 극대화해 직접 일도 하고 밥을 해 먹는 형태를 취했다. 하지만 <신혼일기>에는 그런 미션도 없다.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일을 하는 것도 없다.

미션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단 점에서 불안 요소 역시 강하다. 스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호불호가 갈릴 수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안재현과 구혜선이라는 신혼부부의 일상을 과연 얼마나 많은 이들이 지켜볼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다.

tvN <신혼일기>

북유럽에서 큰 호평을 받는 예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말 그대로 CCTV 같은 모습이다. 기차를 타고 혹은 배를 타고 일정한 목적지까지 가는 동안을 그대로 담은 예능이 6, 7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기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더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이 곧 최고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나영석 사단은 그 길을 걸으려 한다. 그리고 시청자들 역시 장치들이 화려한 예능이 아니라 많은 것들을 덜어낸, 보다 담담한 일상의 모습을 더 추구하기 시작했다. 관찰형 예능이 인기를 끄는 이유 역시 그 맥락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관음증 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관찰형 예능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두가 나가 아닌 타자를 바라보며 살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친구들의 농촌과 어촌 여행을 넘어 한 부부의 일상을 들여다본다는 것은 대단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tvN <신혼일기>

물론 안재현과 구혜선을 싫어하는 이들은 시청을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들에 대한 호불호에 따라 선택 자체가 결정된다는 점은 약점이 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일단 보기 시작한다는 것은 그들의 일상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외로 성공적인 도전이 될 가능성도 높다. 일상성을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이 도전은 새로운 유형의 예능이 탄생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사람과 그들이 키우는 개와 고양이가 전부인 <신혼일기>는 진보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선택을 했다는 사실은 나영석 사단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만큼 많은 성공을 만들었기에 가능한 도전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이번 신작 프로젝트가 큰 성공을 하기를 바란다.

편견이라는 선글라스를 벗어버리고 신혼 생활을 하는 젊은 부부의 일상을 바라본다는 것은 흥미롭다. 그들을 통해 나를 보고 이를 통해 담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분명 <신혼일기>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 결혼이라는 가치 자체에 대한 담론이 수없이 생산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나영석 사단의 도전은 흥미롭고 기대된다. 장황하거나 시끌벅적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날 것은 반갑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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