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기영 기자] 2월 UHD 수도권 본방송은 애초 불가능한 계획으로 판단된다. 주무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전시행정’과 지상파의 ‘버티기’가 예고된 논란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지상파3사는 지난 2015년 7월 미래부와 방통위에 700MHz 주파수의 30MHz 대역을 배정받으면서 2017년 2월 UHD 수도권 본방송을 예고했다. 이에 미래부와 방통위는 2015년 말 ‘평창올림픽 개최 D-1년 2017년 2월, 지상파 UHD 방송 개시’ 제하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미래부와 방통위가 작성한 '지상파 UHD 방송 도입을 위한 정책방안'.(제공=해당부처)

지난해 7월 지상파 UHD 방송 추진위원회가 출범했고 9월에는 지상파 UHD 방송표준방식으로 북미식(atsc3.0)이 결정됐다. 원래 10월로 예정됐던 수도권 지상파 UHD 방송 허가는 한 달 뒤인 11월에 승인됐다.

하지만 지상파는 다음달인 지난해 12월 방통위에 “2017년 2월 본방송 시작이 어렵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지난 2015년부터 합의했던 계획을 단 2개월 남기고 본방송을 미룰 것으로 요구한 것이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지상파의 UHD본방송이 지연된 것은 지난해 6월 결정된 북미식 기술 표준(ATSC 3.0)때문이다. 북미식 기술표준은 기존 HD방식에서 사용했던 유럽식(DVB-T2) 기술표준과 비교해 인터넷(IP)기반 통신으로 융합한 방송서비스에 용이하다. 하지만 새로운 방식이기 때문에 일각에서 ‘미완성’이란 평을 받을 정도로 부가서비스 관련 기술 등의 세부사항이 미비하다.

실제 UHD방송을 하기 위한 촬영 장비는 이미 상용화된 상태다. UHD TV 판매량도 시장조사기관 IHS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1447만대에 달한다. 문제는 송출 장비다. 북미식 기술표준식 UHD방송을 송출하는 장비는 아직 전 세계에서 완전히 상용화된 곳이 없다. 찍을 수도 있고 볼 수도 있지만 방송 송출이 불안정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지난해 6월 UHD 방송기술표준이 북미식으로 결정된 순간부터 지상파의 2월 UHD 본방송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방송 허가 후 3-4개월 만에 새로운 방송기술표준으로 UHD방송을 상용화하는 것은 기술적·장비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유럽식 방송기술표준을 채택했다면 기한을 맞추는 것이 어렵지 않았을 것”이라며 “하지만 북미식 방식이 장기적으로 이점이 많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 끝에 북미식을 채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무리한 일정 강행의 배경으로 지상파의 ‘버티기’와 주무부처의 ‘전시행정’ 논란이 꼽히고 있다. 지상파 관계자는 “시험방송에만 6개월이 걸리고 장비 발주 등 여러 가지 상황을 봤을 때 처음부터 무리였던 계획”이라며 “지상파가 허가를 받는 입장이기 때문에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방통위·미래부의 수장에게 업적이 될 '세계최초 지상파 UHD방송'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방통위 위원의 임기 만료는 3월과 4월에 몰려있어 본방송 연기시 해당 타이틀이 차기에게 넘어간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에 따르면 방통위의 실무자들 사이에서도 “사실상 지상파의 UHD본상송을 연기 해주는 방법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말이 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처음부터 무리였던 일정을 허가한 주무부처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지상파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허언’을 한 셈이 됐다. 국민들의 재산인 700MHz 주파수 대역을 방치하고 있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신기술인 북미식 UHD방송에 대한 검토가 부족했던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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