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가 2월 말 공영방송 MBC 사장을 선임하기로 결정했다. 야당 추천 이사진은 일정 논의 과정에서 방문진 이사들의 도덕성과 국회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을 근거로 사장 선임 일정을 3월로 미루자고 주장했다. 하지만 표결에서 다수의 여당 추천 이사진에 밀리며 이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문진은 2일 오후 2시 여의도 율촌빌딩 방문진 회의실에서 제3차 정기이사회를 열고 ‘2017년 MBC 주주총회 일정’을 논의·결정했다. 방문진 주주총회에서는 MBC 및 자회사 임원 선임과 예산편성과 관련된 논의를 진행한다. 현재 안광한 MBC 사장 등 본사 임원들은 2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고영주) (사진=미디어스)

방문진 임무혁 사무처장은 이날 방문진 이사회에 이달 3일에서 13일까지 MBC 신임 사장을 공모, 23일 열리는 방문진 이사회에서 사장 선임 일정을 잡았다고 보고했다. 또 27일에는 임시이사회를 개최, MBC 임원 선임 및 자회사 임원 선임도 사전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에 야당 추천 이완기 이사는 “최근 방문진 이사회에 대한 도덕적인 문제들이 의혹으로 제기되고 있다”며 “의혹이긴 하지만 감사를 진행해 결과를 봐야 한다. 법적·도덕적 문제가 발생한다면 현 방문진 이사회가 차기 MBC 사장 선임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또 “현재 국회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2월 임시 국회에서 가속화될 예정”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현 10기 방문진 이사회가 앞으로 3년을 일할 사장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신중해야 한다. 방송법 통과 여부를 2월까지 기다렸다가 3월 중에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여당 추천 이인철 이사는 도덕성 문제에 대해 “언론에 의혹이 제기됐다고 해서 모두 다 사실은 아니다. 신문에 났다는 것만으로 문제를 삼는 것은 사찰”이라고 반박했고, 방송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방송법 개정안은 논의를 진행하는데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데, 임기가 만료되는 MBC 임원들을 공백 상태로 놔두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당시 박근혜 정권을 떠받드는 보도를 하며 현재 MBC가 위기에 처했다. 이 상황에 대한 1차적 책임은 MBC 경영진에 있고, 2차적 책임은 방문진에 있다”며 “안광한 사장 체제는 MBC가 이런 상황에 처한 것에 대한 무한 책임을 져야한다. 또 방문진은 이 시점에서 MBC에 권한행사를 하려하기 보단 책임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 차기 사장 선임은 법과 정관에 따라 가능한 범위인 3월20일 이내에 뽑으면 문제가 없다”며 “그것이 방문진 이사회가 조금이라도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방문진 법 개정안의 취지가 공영방송 사장을 제대로 뽑자는 취지인데, 방문진 10기 이사들이 사장을 뽑고 나가는 것은 사실상 권한남용에 해당하는 게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당 추천 이사들은 방문진 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라는 이유로 방문진 이사들이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사장 선임 일정을 2월로 해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토론이 계속되자 사장 선임 일정을 찬반 표결로 부쳤다. 일정을 3월로 연기하자는 것에 야당 추천 이사 2명이 찬성표를, 여당 추천 이사 5명이 반대표를 던지며 사장 선임 일정은 2월로 결정됐다.

한편, 현재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계류 중인 방문진법 개정안은 2월 임시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태다. 해당 법안 부칙 제3조에 따르면, 이 법 시행 후 3개월 이내에 새로운 이사진과 사장을 구성해야 한다. 방문진이 2일 결의한 일정대로 MBC 사장을 선임하게 되면, 불과 몇 개월 만에 사장이 뒤바뀔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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