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야권통합’ 프레임을 던지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주요 대상인 국민의당은 우상호 원내대표의 구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지만 이후 대선 국면에서 ‘야권통합’이 중요하게 다뤄질 수 있는 주제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보인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2일 국회 교섭단체대표연설에서 “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힘을 합쳤을 때 정권교체가 확실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라면서 “정당 통합이 여러 사정 때문에 어렵다면 적당한 시점에 공동정부 구성을 위한 연립정부 협상이라도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현재의 다당제적 체제를 “정책과 노선에 따른 분화가 아니고 각 당의 세력 대립이 정당 분열로 이어진 것”으로 규정하며 “과도기적 체제”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우상호 원내대표는 “어느 당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도 여소야대가 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는 안정적인 국정 운영이 불가능하며 개혁도, 개헌도 불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우상호 원내대표의 주장은 국회 제1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1석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리 있는 것으로 비쳐진다. 여당이 국회 과반을 점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국정과제를 책임있게 추진하기 어렵다. 정권 초기 여소야대 국면의 불안정성은 과거 노태우 정권의 3당합당을 통한 인위적 정계개편이나 김대중 정권의 ‘의원 빼오기’ 또는 ‘의원 꿔주기’ 등 반강제적 다수의석 확보 사례를 통해서 볼 수 있듯 바람직하지 못한 정치로 이어졌다. 노무현 정권 초기의 열린우리당 창당은 앞의 두 사례와 비교할 것은 아니지만, 어찌됐든 지금까지도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사이에 갈등 관계가 풀리지 않는 먼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월 임시국회 첫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현대정치의 절반은 어쩔 수 없이 ‘공학’이기 때문에 우상호 원내대표의 메시지는 본인의 ‘충심’과는 별개의, 또 다른 상황을 만들어내기 마련이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이날 우상호 원내대표의 주장에 대해 “그러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그런 공허한 말씀은 이제 우리당에게 예의를 갖추는 의미에서도 하지 말라”고 반응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야권통합’ 주장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국민의당은 그 때마다 매번 이런 구상에 대해 거부반응을 보여왔다.

국민의당의 이런 반응은 1차적으로 안철수 국민의당 전 공동대표의 대권 행보에 당의 명운이 걸려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 국민의당은 우상호 원내대표의 주장처럼 정책적 노선을 이유가 아닌, 이들이 ‘친문 패권주의’로 지칭하는 모종의 정치적 사정 때문에 제1야당에서의 분화가 이뤄졌다. 여기서 ‘정치적 사정’이란 안철수 전 대표의 대선 전략과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회의원들의 공천 문제다.

뒤집어 말하자면 대권주자로서 안철수 전 대표의 지위가 붕괴하면 국민의당이라는 정치결사체를 유지해야 할 가장 큰 이유가 무너진다. 우상호 원내대표의 제안은 안철수 전 대표의 대권주자로서의 지위를 무너뜨리는 결과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국민의당으로서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정치권이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전 대표의 ‘완주’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비록 적은 의석 수를 갖고 있지만 정의당의 입장에서는 우상호 원내대표의 메시지가 중요하다. 정의당의 대선후보 경선은 심상정 대표와 강상구 전 대변인의 2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는데, 심상정 대표의 승리를 예측하는 경우가 많다. 심상정 대표는 다수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결선투표제 도입과 연립정부 구성을 언급한 바 있다. 진보정당의 대선 후보로서 정권교체의 당위를 위해 사퇴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운명이 작용한 결과다.

결선투표제의 도입은 소수정당의 정치적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는 견해가 많지만, 이번 대선을 기점으로 도입이 될 것인지에 관하여는 부정적 견해가 우세하다. 정의당의 주장은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면 굳이 진보정당 후보가 정권교체를 위해 사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결선투표제가 도입되지 않는 경우에 대해 심상정 대표는 연립정부 구성 논의나 정치협상 등을 언급한 바 있다. ‘공학’의 문법으로 해석하자면 이는 ‘조건부 사퇴’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에 해당한다. 따라서 심상정 대표의 입장에서 우상호 원내대표의 메시지는 이에 대한 ‘응답’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2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달 31일과 1일 전국의 성인 1032명을 대상으로 조사(무선전화 90% 유선전화 10% 병행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한 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전 대표는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양자대결 구도에서 전체의 42.7%의 지지를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31.6%의 지지를 점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바른정당과 연대한 대선후보로 나선다는 전제가 들어간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운데)가 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국민의당 창당 1주년 기념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치로만 보면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무난한 패배로 보이지만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로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는 점을 고려하면 양자대결에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추가 상승 여지를 예측해볼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되는 시점에 보수층이 결집하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사법처리 문제와 대권구도가 분리되면서 ‘문재인이냐 안철수냐’의 구도가 형성된다면 위의 여론조사 결과는 충분히 뒤집힐 수도 있다.

결국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국민의당의 운명은 이 여론조사 수치의 전제인 ‘바른정당 대선후보와의 연대’가 가능하느냐에 상당 부분 좌우될 전망이다. 문제는 바른정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후보로 꼽히는 유승민 의원이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일종의 ‘단일화’에 나서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는 거다.

유승민 의원은 최근까지 ‘보수단일후보’를 주장하고 있다. 여기서 ‘보수단일후보’란 이 정권의 특성상 결국 외교안보 노선의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유승민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사드 한반도 배치를 가장 적극적으로 주장한 바 있다. 바른정당의 정강정책에 6·15 선언과 10·4 선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반영되었다고는 하지만, 대선후보로서 유승민 의원은 대북정책의 기본 골격을 압박 위주의 강경책으로 가져갈 여지가 대단히 높다.

이는 필연적으로 김대중 정권 시절의 ‘햇볕정책’에 대한 재평가의 과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안철수 전 공동대표는 ‘호남의 맹주’ 지위의 회복을 노리는 입장에서 오히려 김대중 정권의 대북정책을 계승하겠다고 주장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구도가 유지된다면 유승민 의원과 안철수 전 공동대표의 연대 연합은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바른정당의 대선후보가 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지만 이 가능성이 얼마나 되느냐는 여전히 문제다.

만일 이런 저런 이유로 바른정당과의 연대 연합이 성사되지 않은 상태로 대선구도가 유지돼 국민의당 집권이 불가능한 상황이 확연해지면 우상호 원내대표의 제안은 개헌을 고리로 한 권력분점 등의 논의로 불이 옮겨 붙는 역할을 하게 될 수 있다. 권력분점형 개헌을 전제로 해 일종의 ‘예행연습’으로 정권을 운영하는 게 ‘연립정부’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 방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대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는 것은 곧 문재인 대통령의 탄생이 현실이 된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 경우 국민의당은 사실상 존재 이유를 상실한 상태로 집권당에 흡수될 가능성이 커진다.

즉, 반기문 전 총장의 불출마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활로’를 찾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벼랑 끝 승부를 각오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를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자력으로 얼마나 감당할 수 있느냐에 따라 대권의 향방은 사실상 결정될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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