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주말 부진이 예사롭지 않다.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기엔 시기적으로 너무 오래 지속되고 있다. 그 사이 벌써 몇 번의 개편이 있었지만 전혀 듣질 않고 있다. 토일 합쳐서 <무한도전> 정도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내세울 프로그램이 없어 뵌다. 특히나, 일요일 시청률은 그야말로 형편없는 수준인데, 월화 드라마인 선덕여왕 재방송 정도를 제외하면 TOP10에 든 프로그램이 전무하다.

물론, '시청률'이란 지표만으로 방송을 말하는 것은 온당치 않음을 잘 알고 있다. 더군다나, 지상파라면 말할 것도 없다. 지상파는 시청률과 상관없이 방송되어야 하는 프로그램들을 편성할 사회적 책임이 있고, 게 중에는 아무리 시청률이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의무적인 것들도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것은 이론이다. 아직까지는 이상일 뿐이다. 더욱이 방송 시간 전체에서 구현될 수 있는 원칙도 아니다. 아무리 KBS와 MBC가 공영방송이라고 한 들, 여전히 수익을 '광고'에 기대고 있는 상황에선 하나마나한 소리가 되기 십상이다.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구조적 틀의 전부가 시청률이라는 잣대로 논해져서도 안 되겠지만, 현실적으로 시청률의 중요성도 간과할 수 없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일요일 저녁과 같은 황금 시간대의 시청률은 더욱 중요하다.

▲ MBC 예능 '일요일 일요일 밤에-오빠밴드'ⓒMBC

그 시간은 상대적 시간대이다. 명문화된 합의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공영방송의 예외성이 통용되고 인정되는 시간이다. 공영방송의 가치를 존속시키기 위해서, 공영방송이 수행해야 한다고 요구되는 것들을 실행하기 위해선, 첨예한 시청률 경쟁이 벌어지는 투쟁의 장에서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 시간대에 시청률 논리와 전혀 상관없는 아예 전혀 다른 편성의 기획을 가져갈 것이 아니라면, 그 시간대의 ‘경쟁’과 ‘투쟁’에서 이겨야, 다른 것을 도모할 여력이 생긴다. 현실이다. 지금 항간에는 나돌고 있는 ‘MBC의 위기’가 결국, 경영의 위기라고 한다면, 전부는 아니겠지만, 결국 경영의 일부가 시청률로 밖에 평가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단도직입적으로 <PD수첩>, <뉴스데스크>로 경영을 판가름할 순 없다. 그건 아무리 심각한들 해석의 여지가 다른, 상대적 공정성의 문제일 뿐이다. 위기 언설의 심화는 역시 경영, 결국 시청률, 그 중에서도 황금시간대의 시청률에서 일차적으로 판가름 난다고 봐야한다.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간판 예능인 <일밤>의 시청률이 한 자리 수 후반에도 턱없이 못 미치는 3~4% 대에 머문 지도 꽤 오래 되었다. 프로그램을 넣었다 빼고, 바꾸고 또 어떤 것은 독립시키고 할 수 있는 웬만한 방법들은 모조리 써봤지만 백약이 무효에 가깝다면 심각하다 못해 참혹한 상황으로 봐야한다. 어느덧 <패밀리가 떴다>와 <1박2일>의 아성은 감히 범접할 것이 못 되고, 서브프로그램이라고 할 <남자의 자격>과 <골드미스다이어리>를 쫒기에도 벅차 보이는 상황이다.

▲ MBC 예능 '무한도전'ⓒMBC
분석은 심층적으로 해법은 근본적으로 내놓아야 한다. 사실, 현재 <일밤>의 라인업인 ‘오빠밴드’와 ‘노다지’는 그렇게 나쁜 포맷은 아니다. 동시간대의 강자들인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와 마찬가지로 ‘리얼’을 표방하는, 비슷한 형식의 커뮤니티 버라이어티이다. 하지만 <1박2일>과 <패밀리가 떴다>가 출연진과 여행의 동기가 다를 뿐이지 극적 요소는 상당히 유사한 것에 반해 ‘오빠밴드’는 커뮤니티 버라이어티의 형식을 취하되 밴드로의 도전이라고 하는 보다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함으로써 어찌 보면 진화 된 형태의 모습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 어차피 소화 할 수 있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형태들은 얼추 나온 상태에서 괜찮은 아이템이었다. 그런데, 안 된다. 왜 안 될까? '오빠밴드' 초반만 하더라도 기획의 신선함에 대한 찬사와 함께 이번엔 좀 될 것 같던 기운들이 있더니만 최근 들어 완전히 방향을 잃은 느낌이다.

<일밤>의 문제는 단순히 한 프로그램만의 문제가 아니다. 주말 프로그램들 전체를 흔드는 도미노로 작동하고 있다. 주말 프로그램 전체가 흔들리는 것은 주중에 드라마 한 시즌 말아 먹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될 대중적 파급력을 갖는다. MBC 볼 꺼리가 없다는 이러한 지적들이 결국 MBC의 경쟁력 약화 논리로 치환되어 정치적 언어로 변질되는 문법이 생성됨을 간과해선 안 된다.

미스터리한 일이긴 하다. 사실, 앞서 말했듯 ‘오빠밴드’와 ‘노다지’는 프로그램의 질적 측면에서 그렇게 떨어지는 포맷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찌 보면 비슷비슷한 버라이어티들의 경합과 신변잡기식 버라이어티들의 득세 속에서 진일보한 목적을 갖는 형식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거기까지 뿐이다. 어차피 시청자들이 주말 저녁에 TV에 요구하는 것은 '재미'이다. 시청률이라고 하는 논리의 속성상, ‘그럼에도 불구하고’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강조하지만, 이 시간은 어디까지나 결과가 중요한 게임이다.

단호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감할수록, 급격할수록 좋다. 결국, 갈림길은 '모방'과 '창조'로 나뉠 것이다. 일본 포맷을 베껴오란 얘기도, 하늘 아래 없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란 얘기도 아니다. '오빠밴드'에는 구심이 되어 줄 메인MC가 없고, 활력소 역할을 할 새로운 얼굴이 발굴되지 않고 있다. '오빠밴드'의 라인업은 식상하고 진부하다. 김구라는 구심을 맡기엔 너무 거칠고, 탁재훈/신동엽은 서서히 그러나 확실히 지고 있는 느낌이다. 새로운 얼굴을 소화해야 할 성민과 김정모의 예능감과 숫기는 감히 은지원과 MC몽의 그것에 비할 바가 못 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리얼리티쇼를 소비하는 패턴은 일단, 권력관계를 중심으로 커뮤니티의 위계를 살피는 것에서 시작되고 있다. 결국, 어떤 형식을 취하듯 재미는 거기서 발생한다. '오빠밴드'의 경우 구심이 없고, 발굴이 안 되니 겉돌고 있는 것이다. 간간히 탁재훈의 말재간과 김구라의 역정이 잔재미를 주긴 하지만 '오래 볼수록 빠져드는 밴드'라고 하는 기획 목적이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무 숱하게 보아왔던 그들의 개인기들이 작렬되는 것 외엔 최선의 것들이 뽑아지지 않고 있다.

▲ SBS‘일요일이 좋다-패밀리가 떴다’ⓒSBS

모방이 필요하다. 텍스트로 삼을 만한 프로그램은 MBC의 <무한도전>이다. 앞서 말한 구심점을 중심으로 한 관계의 속성을 살리는 재미에서 <무한도전>은 압도적이다. <무한도전>은 이미 7명의 멤버들 그 자체만으로도 1시간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관계망이 복합적이고 촘촘하다. 또한 이미 <무한도전>은 예능이, 혹은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버라이어티들이 해 볼 법한 것들은 모두 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진화되어 있다. 동시간대에서 <무한도전>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는 <천하무적 야구단> 조차도 <무한도전>의 차용 버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오빠밴드'는 결국, <무한도전>이 했던 여러 포맷 가운데 '에어로빅 편'이나 '봅슬레이 편' 같은 도전을 특화시킨 컨셉이다. 그 에피소드들의 재미 요소는 무엇이었는지, 감동의 울림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인지 한 번 꼼꼼히 복기해보길 권한다.

권태로움은 많은 것을 제약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상상력을 묶는 악덕을 발휘한다. 상상력이 묶이면 재미가 없어진다. 지금, MBC의 주말이 전체적으로 권태에 빠진 것은 아닌지, 그래서 비상한 시기이건만 진부한 기획들만 남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차분한 얼굴로 그러나 냉정하게 돌아봐야 할 때이다. 시청률은 동시대적 감각의 척도라는 프레임에서 보면, 문제는 많이 달라진다. 지상파의 압도적 독점구조에서, 주말 저녁에 3~4%의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은 그 자체로 '참사'라고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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