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민지의 공주가 점령군의 장군과 사랑에 빠진다면? 그런 일이 오페라와 뮤지컬에서 벌어진다. ‘아이다’에서 말이다. 뮤지컬 ‘아이다’의 히로인 아이다는 이집트에 점령당한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는 조국 누비아 사람들에게 있어 이집트의 통치에서 벗어나게 해 줄 희망의 아이콘이지만, 맞서 싸워야 할 이집트 장군 라다메스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이다.

점령 국가와 식민 국가라는 대극의 상황에도 사랑의 하모니가 꽃피는 뮤지컬이 ‘아이다’인데, 아이다의 두 히로인(더블 캐스팅) 중 한 명인 장은아를 샤롯데씨어터에서 만났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레베카’ 당시 그가 신종 플루에 걸렸던 비하인드 스토리가 최초로 공개된다.

- 아이다는 조국 누비아를 점령한 장군과 사랑에 빠지는, 아이러니한 사랑을 한다.

뮤지컬 <아이다> 아이다 역 장은아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아이다는 처음 라다메스를 보았을 때 비록 점령군이긴 하지만 찌릿한 감정이 있었다고 본다. 라다메스가 ‘우연이란 없어. 운명도 없는 거야. 내 길은 내가 만들 거야’라고 노래하는 걸 아이다가 엿듣는 장면이 있다. 이때 아이다는 ‘저 남자는 장군이라는 직분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길 바라는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라다메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아이다가 암네리스처럼 왕실이라는 온실 안에서만 곱게 자랐다면 주체적인 인물이 되지 못했을 거다. 하지만 아이다는 당당하고 주체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이런 점이 라다메스와 잘 통하고 맞아서 사랑에 빠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 사랑에 골인하는 대개의 뮤지컬 남녀 주인공과 달리 아이다와 라다메스는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공연을 하면 할수록 두 남녀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그려진다. 뮤지컬의 팬 분 중 어떤 이가 순장을 당했을 것이라고 추측되는 유골 사진을 SNS에 올린 걸 봤다. 두 남녀가 죽음까지 함께하는 사랑에 너무 공감된 나머지 공연을 하면 할수록 마지막 장면에서 눈물을 많이 흘린다. 너무 많이 울어서 (붙인) 눈썹을 떨어뜨리고 커튼콜에서 인사할 때가 많다.

산채로 매장 당한다는 게 무섭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마지막까지 한 공간에 있기에 여러 가지 감정이 공존한다고 본다. 죽음을 눈앞에 두었으면서도, 사랑하는 사람이 ‘괜찮아, 내가 옆에 있잖아’하는 위로의 말을 건넬 것이기에 아이다는 비록 순장을 당하면서도 말로 다할 수 없는 복잡미묘한 감정이 교차할 것이다.”

뮤지컬 <아이다> 아이다 역 장은아 (사진제공 신시컴퍼니)

- 여러 뮤지컬 무대에 올랐지만 4개월이 넘는 뮤지컬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다.

“뮤지컬에 올인하기 위해 아무것도 안 하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앨범 작업을 해야 하는데(영화 ‘국가대표’ OST 작업 등 가수 활동도 병행 중이다-필자 주) 뮤지컬을 소화하기 위해 앨범 작업도 연기 중이고, 집도 공연장 근처로 옮겼다. 공연에 최적화된 음색을 들려드리기 위해 성대 마사지를 받는다.

작년에 뮤지컬 ‘레베카’를 하면서 신종 플루에 걸린 적이 있었다. 일 년 전 이맘때였다. ‘레베카’를 할 당시가 ‘머더 발라드’에 출연하고 있을 때였다. 신종 플루에 걸려 아프기도 많이 아팠지만 3주 동안 매일 링거를 맞다시피 했다. 당시 링거 비용이 백만 원 넘게 들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레베카’에 투입되고 나서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해 6kg이나 빠져 몸이 안 좋았던 것 때문일 수도 있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밥을 못 먹는데, 이번 공연 같은 경우에는 밥을 먹지 않으면 작년에 신종 플루에 걸린 것처럼 또 몸이 안 좋아질까봐 지금은 소화제를 먹어가며 식사를 한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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