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야에 개헌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그러나 정작 국민들이 궁금해 하고 있는 바른정당 입당 여부 등에 대해서는 입장을 유보해 또 다시 '반반행보'에 나섰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연합뉴스)

31일 오후 3시 서울 마포에 위치한 캠프 사무실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헌법을 고쳐 승자가 독식하고, 그 승자가 제왕적 권력을 행사하는 이런 전횡, 권력구조를 바꿔야 한다"면서 "수명을 다한 5년 단임 대통령제를 폐기하고, 분권과 협치가 가능한 새로운 제도의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반기문 전 총장은 "분권형 대통령제가 우리 시대에 맞는 바람직한 권력구조 개선 방향"이라면서 "분권형 권력구조를 만들기 위해선 의회와 대통령이 같은 시기에 출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차기 대통령 임기 단축도 충분히 받아들일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개헌의 물리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대선까지 약 3개월의 시간이 있기 때문에 의지만 있으면, 개헌안을 준비하고 대선을 치르면서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정작 관심을 모았던 바른정당 입당과 신당 창당 여부에 대해서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이 신당을 창당하지 않는다면 바른정당으로 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반 전 총장은 지난 29일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과 1차 회동을 가졌고, 이날도 김 의원과 오찬 회동을 갖고 개헌을 고리로 한 연대 가능성 등을 논의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바른정당 입당 여부에 대해 "입당, 창당 여부에 대해서는 빠른 시일 내에 결단을 내리고 언론인 여러분께 가장 먼저 알려드리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반기문 전 총장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또 다시 '반반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 이후 뚜렷한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간 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기문 전 총장은 자신을 '진보적 보수주의자'라고 표현하고, 하루에 광주와 대구를 넘나드는 등의 애매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진보·보수를 아우르겠다는 생각을 보여준 행보로 풀이할 수 있지만, 특별한 메시지는 없었다는 게 대다수 여론이다. 여기에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자신의 거취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않음으로써 반기문 전 총장은 결국 '반반' 이미지만 더했다는 평가다.

한편 반 전 총장은 촛불광장을 두고 "제가 또 보니까 이 광장민심이 초기에 순수한 뜻보다는 약간 변질된 면도 있다”며 “다른 요구들이 나오고 그러기 때문에 그런 면은 경계해야 한다. 조심스럽게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