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사장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사장 후보에 지원한 14명을 5명으로 압축해 10일 최종 면접을 실시했다. 최종 사장 후보 5인은 박경재 동우대학 총장, 이명희 공주대 사범대 교수, 이원창 전 한나라당 의원, 임영학 CJ 홈쇼핑 부사장, 최현섭 전 강원대 총장 등이다.

▲ 서울 도곡동 EBS 사옥 ⓒEBS
이날 치러진 면접은 각 후보자의 EBS 경영전략 프레젠테이션과 방통위원들의 질의와 답변 순으로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각 후보자들은 공통적으로 EBS의 최우선 과제로 'EBS를 통한 사교육경감과 공교육정상화'를 꼽았다. 또한 EBS 콘텐츠 질의 향상과 DB화의 필요성도 공통 분모였다.

그러나 EBS의 개혁 방향과 전략에 대해서는 큰 차이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EBS교양프로그램의 존폐여부에 대한 입장이 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희·이원창 후보, “EBS 교양 다큐 프로그램 없앨 것”

이명희 후보와 이원창 후보는 각각 “EBS 프로그램 제작과 관련해 교육콘텐츠를 ‘명품’으로 만드는 데 노력하겠다”, “사교육과의 전쟁을 선포하겠다”며 그 방편으로 스타강사 영입과 인센티브제 도입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교육콘텐츠의 질을 높이겠다는 것과는 반대로 이명희 후보는 “EBS의 교양·문화·음악·다큐 프로그램은 축소 또는 폐지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원창 후보도 “EBS의 고급 다큐를 없애고 대상별 실용 영어교육 콘텐츠를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이원창 후보는 “채널 13번에서 오전에는 황당한 다큐가 많이 나온다”며 “다큐멘터리, 만화, 영화, 드라마, 일반 프로그램들을 개혁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원창 후보는 다규 등 프로그램 폐지에 따른 내부반발을 걱정하는 방통위원의 질문에 “EBS PD들이 ‘(우리는) 칠판방송 PD가 아니다’며 다큐멘터리 제작만 하려한다”면서 “많은 저항이 있을 것으로 알지만, 우수한 PD라면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능력 있는 PD는 차출하겠다”면서 “그래도 안 된다면 외부에서 스카웃이라도 해 강의의 질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장이 된다면 바로 취임하지 않고 ‘사교육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먼저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과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취임식을 해볼까하는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임영학 후보, “프로그램 교양·문화 장르별로 확장돼 나가는 것이 바람직”

이명희·이원창 후보와는 달리 임영학 후보는 “프로그램은 교양·장르별로 확장돼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또한 EBS의 미션으로 ‘교육불평등 해소’를 꼽았다. 임 후보는 “EBS에서 공부하면 상급학교에 갈 수 있다는 확신을 국민에게 주어야 한다”며 “이를 통한 사교육 절감이 절실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임 후보자는 사교육 절감을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면접에서 임영학 후보는 타 후보에 비해 많은 질문을 받았다. 특히 최시중 방통위원장과의 질의응답은 주목할만하다.

최 위원장이 “선진국과 한국의 교육의 차이를 말해달라”고 요구하자, 임 후보자는 “선진국은 주입식 암기보다는 원리를 알아서 응용하도록 교육하며 학생들이 잘 하는 것을 더 잘하게 교육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에 임 후보자는 “잘 하는 것을 더 잘하게 북돋워 주는 것이 교육이라고 본다”며 “EBS가 일조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 위원장은 선진국의 교육과 접목시킬 방법에 대해 물었으며 이에 대해 임 후보는 “학교 교육의 목적부터 따져 봐야한다”면서 “기본적으로 국가의 교육정책과 연관되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는 답하기 곤란하다”고 답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은 “(임 후보의 말을 들으면) EBS는 자체적으로 별로 할 일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을 받았다. 그러자 임 후보는 “EBS 혼자서 교육 개혁을 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이원창, '방송사 노조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집단행동, 단호하게 대처'

오늘 면접에서 노사문화의 방향은 방통위원 질문의 주요 축이었다. 이에 대해 박경재 후보는 “노조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면서 “노조원들의 협조를 이끌기 위해 정당한 요구는 받아들이겠지만 안된다고 생각되는 것은 과감하게 자르겠다”고 답했다.

이명희 후보는 “노조의 본래 본분을 벗어나서 그 이상의 일을 할 때 문제”라는 단호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원창 후보는 “지난 미디어법 파동당시 방송사 노조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집단행동을 했다”며 “따라서 불법 파업을 통해 경영권 침해를 한다면 단호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박경재 후보는 특목고·자사고를 대비하는 중학생을 위한 콘텐츠 특화 프로그램을 강조했고, 최현섭 후보는 영어 몰입교육을 강조하며 ‘타 과목의 영어로의 수업’을 주장했다.

한편, 방통위는 오는 14일 전체회의를 열어 신임 사장을 결정하고 15일 임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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