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컵 4부 리그 위컴 원더러스와의 경기에서 토트넘은 주전들을 빼고 경기를 했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이 주전으로 출전했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하다. 토트넘의 주축 선수가 아니라는 방증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시선과 상관없이 손흥민은 패배의 위기에서 팀을 구했다.

손흥민 연속골과 큰절 세리머니, 극장골의 완결판

손흥민이 EPL에 진출한 한국 선수 중 최다골을 기록했다. 아시아에서 한국 선수들을 능가하는 기록을 가진 이가 없다는 점에서 손흥민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더욱 팀이 4부 리그 팀에 질 수도 있는 상황에서 침착하게 두 골을 몰아넣어 팀을 위기에서 구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아쉬움은 컸다. 초반의 흐름과 달리, 중반을 넘어서며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으며 토트넘 주전에서 밀려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 끝나기 2분 전 교체 선수로 출전하는 것은 치욕과 같다. 그런 취급까지 당해야 했던 손흥민이었다는 점에서 연속 골의 가치는 더욱 특별해진다.

결승골을 터트리는 손흥민(맨오른쪽).(AFP=연합뉴스)

FA 32강전 위컴과의 경기에서 10호와 11호 골을 넣은 손흥민은 새로운 역사를 썼다. 주전들이 대거 출전하지 않은 경기에서 원톱으로 나선 손흥민에게 이 경기는 중요했다. 반전을 이끌 그 무언가가 절실했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에서 골을 넣기는 했지만,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입지가 불안정한 것도 분명했다.

물론 이런 시각은 우리의 시선일 수도 있다. 영국 현지에서는 분명 토트넘의 핵심 선수로 손흥민을 꾸준하게 언급해왔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손흥민에 대한 우려는 과도한 애정이 만든 결과일 수도 있다.

갈 길 바쁜 토트넘에게 FA 경기는 어쩌면 쉬어가는 경기로 인식될 수도 있다. 32강전에 팀 전력 모두를 쏟을 수 없었던 토트넘으로서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원톱으로 나선 손흥민은 자신의 존재감을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토트넘의 홈구장에서 펼쳐진 FA 컵 경기의 초반 우위는 위컴의 몫이었다. 수비 조직력이 엉망인 상황에서 져도 상관없다는 위컴의 공격은 토트넘을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골키퍼까지 바뀐 토트넘은 수비 조직력이 무기력한 상황이었다. 이 무기력한 상황에서 두 골을 먼저 내준 토트넘은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분위기였다.

득점 후 기뻐하는 손흥민과 동료들[AP=연합뉴스]

원정 온 위컴은 초반 흐름을 이어가며 대어를 낚는 듯했다. 원정 경기에 함께 온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분위기 반전을 이끈 것은 결국 손흥민이었다. 0-2로 뒤진 상황에서 후반을 맞은 토트넘의 반격은 후반 15분 손흥민의 발끝에서 나왔다. 각이 존재하지 않는 패널티 왼쪽에서 공을 잡고 왼발로 강하게 슈팅을 해서 선제골을 넣었다. 달려드는 수비수의 발을 맞고 약간 굴절이 되기는 했지만 손흥민의 골을 의심할 그 무엇도 없었다.

손흥민의 골은 분위기 반전으로 이어졌다. 얀센이 후반 19분 자신이 얻은 패널티킥을 직접 넣어 동점을 만들었다. 알리까지 투입하며 이 경기를 꼭 잡겠다고 나선 토트넘이었지만 후반 38분 37살 노장 게리 톰슨에게 헤딩 골을 내주며 패전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었다.

4부 리그라고는 하지만 세 번째 골을 만드는 과정에서 보인 오버래핑은 수준급이었다. 왼쪽 측면을 빠른 주력으로 뚫고 나가 패스를 하고, 엄청난 서전트 점프에 이은 완벽한 골 연결은 멋질 수밖에 없었다. 그 나이에 그 정도 감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정도였다.

위컴이 이 상태로 경기를 마무리했다면 노장의 한 방은 큰 화제가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흐름을 틀어내는 것은 알리와 손흥민의 몫이었다. 후반 44분 델리 알리는 상대 골키퍼의 실수에 가까운 킥으로 얻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극적인 동점골이 터진 후 경기는 연장 6분이 모두 흐른 후 나왔다.

손흥민의 세배 세리머니[토트넘 페이스북 캡처=연합뉴스]

6분 연장의 마지막 휘슬이 울리기 직전 다시 한 번 손흥민은 왼쪽에서 첫 골과 비슷한 상태에서 역전골을 만들어내며 승리의 여신이 되었다. 두 번째 골 역시 상대 수비수를 맞고 골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흥미롭기도 했다. 첫 골과 달리, 만약 상대 수비수에 맞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알 수 없었다는 점에서 아슬아슬했지만 극적인 골을 넣은 손흥민은 그렇게 위기의 토트넘을 다시 구했다.

역전골을 넣고 손흥민은 경기장 안에서 큰절을 하며 설날 연휴를 맞은 한국인들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 외국 사람들은 그 행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지만, 그를 응원하던 팬들에게는 엄청난 세리머니가 아닐 수 없었다.

손흥민은 시즌 11골을 넣었다. 리그에서는 아직 7골로 기성용의 8골 기록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지만, 현재의 흐름을 생각해보면 손흥민의 기록 갱신은 시간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각이 없는 상황에서 과감하고 강력한 슈팅을 하고 골로 연결해내는 과정은 손흥민의 존재 가치이기도 하다.

설 연휴 많은 이들에게 큰 즐거움을 전해준 손흥민. 우승 경쟁을 위해 토트넘에게 가장 절실한 선수가 되어갈 손흥민의 진화가 더 기대된다. 연속골을 통해 감각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흥민의 한국인 EPL 최다골 기록은 그저 시간문제로 다가온다. 리그 경기에서 손흥민의 기록 경신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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