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주 전 KBS 사장이 7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미디어지형에 관한 특별강연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사장은 “한국의 현재 언론 지형과 미디어악법이 통과 된 뒤에 있을 지형을 생각하면 이 나라의 민주주의의 근간이 어떻게 될지 굉장히 걱정스럽다”는 소견을 밝혔다. 또한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 통과 등의 속도전과 ‘서민’, ‘중도’라는 이미지 정치 등으로 인해 이 사회의 인권침해나 민주주의 후퇴가 많이 가려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 전 사장은 “지난 1년간 한국사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되살려야 하는 것이 우리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 9월 7일 국회에서 민주당 초청으로 특강을 하고 있는 정연주 전 KBS 사장ⓒ권순택
정 전 사장은 특별강연에서 KBS 사장에서 물러나던 때를 회고했다. “참여정부 때부터 ‘관둬라’라는 이야기는 수도 없이 들었다”던 정 전 사장은 “그런데 2007년 대선이 끝나고부터는 그 강도가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김금수 이사장을 만나 사퇴압력을 행사했다”며 “당시 ‘정연주 때문에 못해먹겠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말해 당시의 압력 수준을 짐작케 했다. 이어 정 전 사장은 “저를 쫓아내기 위해 당시 이사였던 신태섭 동의대 교수를 KBS 이사라는 명분으로 교수직에서 해임했고, 동의대에서 해임됐다고 해서 KBS 이사직을 해임했다”며 “이거 개그콘서트 소재아닙니까?”라고 쓴 소리를 보탰다.

정 전 사장은 “최근 법조계 선배님을 뵈었는데, 그 분한테 ‘법조인 생활 40년인데 형사사건에서 검찰의 주장을 이렇게 조목조목 반박한 것을 본 적이 없다’고 전해들었다”면서 “그만큼 검찰의 기소가 무리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 전 사장은 “그 사건으로 나는 KBS를 맡아서는 안 되는 인격 파탄자로, 무능경영인으로 게다가 비리까지 저지른 파렴치한까지 되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그렇게 한 개인을 무참히 짓밟아놓고 당시 검사장들은 승진이 되었다”고 강조해 좌중으로부터 쓴 웃음을 짓게 만들었다.

그러나 정 전 사장에게는 자신으로 인해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당한 외주제작사와 촛불집회로 인해 기소당한 일반 국민들에 대한 걱정을 전했다. “정연주의 비리가 있나 없나를 들춰내려고 7군데의 외주제작사에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들어갔고, 그 중 일부는 문을 닫았다. 저는 그래도 KBS 사장을 지냈기 때문에 제 방어권이 일반 시민들보다 더 좋은 위치였다. 이름도 없는 일반 촛불시민들은 공권력을 외롭게 감당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정 사장은 이외에도 “지난 1년 6개월간 국민들로부터 위임을 받아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켜야할 국가권력기관인 검찰, 경찰, 국세청, 감사원 이런 단체들이 보여 왔던 행태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네르바 사건, 작가의 개인 이메일까지 증거로 채택된 MBC <PD수첩> 사건, 박원순 변호사와 시민운동가들의 국정권 개입과 간섭 이외에 최근 진중권 교수도 도저히 우연이라고 볼 수 없이 여러 대학에서 강의를 거부당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금 현재 우리 미디어지형은 거의 9 대 1로 기울어져있다”며 “미국의 경우를 보면 그 사회이 구성과 미디어 분포도가 5 대 5로 되어 있다”며 “그런데 우리는 진보적이라고 규정돼 있는 매체가 지금 몇 개나 남았나?”라고 한탄했다. 또한 “조중동방송까지 나오게 되면 어찌될지 끔직하다”며 미디어관련법의 통과이후를 걱정했다.

이에 정 전 사장은 “MB 정권 출범 이후 정부광고와 대기업 광고가 줄어들어 경향과 한겨레가 어렵고 진보적 인터넷 매체도 사라지고 있다”며 “그냥 뻔하다고 넘어가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유료회원 가입’ 등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정 전 사장은 MBC 엄기영 사장을 향해 “감사원의 감사도 없고, 노동조합과 함께하는 엄 사장은 저보다 훨씬 더 좋은 조건 아니겠습니까?”라고 응원했다. 또한 “의로운 싸움을 하고 있을 때 격려는 큰 힘이 된다”며 “엄 사장에게 많이 격려의 전화를 해달라”는 말을 덧붙이며 이날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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