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쌓인 한겨울 새벽 3시에 나와 학원 문이 열리기를 기다리며 공부하는 공시생들. 영하 10도가 넘는 매서운 추위 속에서도 그들이 그렇게 공부를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함이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모든 것을 흔들어 놓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리는 그렇게 또 다른 내일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시간 도둑들의 시대;
관변 단체 동원한 관제 데모, 돈 미끼로 헌법 유린한 청와대

대통령 측 대리인단은 헌재에 증인 39명을 추가 신청했다. 유리하든 불리하든 상관하지 않고 모두 집어넣었다. 증인으로 채택되든 안 되든 그것도 상관없다. 헌재 판결을 늦추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하겠다는 확신이 만든 결과일 뿐이다.

헌재 심판관들마저 대통령 대리인단의 행동을 지적할 정도로 그들의 행태는 비이성적이다. 헌재가 25일 수요일 증인 채택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용 시기는 달라질 수도 있다. 국회 측 변호인단의 소추의결서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다시 동의를 얻으라며 어깃장을 놓고 있다. 헌재에서 진행되고 있는 내용에 대한 간략화 작업도 국회 동의를 다시 얻으라는 주장은 말 그대로 모든 사안에 대해 부정하겠다고 볼 수밖에 없다.

JTBC 뉴스룸 보도 영상 갈무리

대통령 측의 시간 끌기는 결국 개인을 위한 선택이다. 최소한 그들이 국가를 생각한다면 이런 식의 행동을 할 수는 없다. 수많은 증거들이 쏟아진 상황에서 합리적인 반박은 하지 못한 채 오직 시간만 끌면 그만이라는 식의 이들 행동은 국가가 붕괴되더라도 박근혜만 살릴 수 있다면 상관없다는 사고일 뿐이다.

자유총연맹은 국가지원금을 100억이나 받고 있다. 그런 관변 단체를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움직여왔다는 사실은 경악스럽다. 어버이연합 등의 문제에 이어 헌법을 유린한 이번 관제 데모 논란은 큰 파장을 불러올 수밖에는 없다. 청와대 허현준 국민소통관실 행정관이 직접 데모를 요구했다는 사실을 한국자유총연맹 전 고위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드러났다.

허 행정관이 자유총연맹에 연락해 관제 데모를 조직적으로 움직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전국 350만의 회원들을 통해 '동원령'을 내렸었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정부지원금 100억이 집행되는 상황에서 관제 데모에 동원해도 일일이 돈을 지불할 이유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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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지원금을 쥐고 있으니 무엇을 하라고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일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엄청난 예산과 훈장이 절실한 자유총연맹으로서는 청와대의 요구를 거절할 그 어떤 명분도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관변 단체에 지원하라는 김기춘의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전경련에 요구해 문제의 친정부 성향 단체에 돈을 지원하도록 요구했음이 증언들을 통해 드러났다. 이 모든 것을 총괄한 것이 정무수석실이다. 당시 정무수석이 조윤선이었고, 그 자리는 박근혜의 최측근들만이 앉았었다는 점에서 이 모든 일이 누구에 의해 움직이고 진행되었는지를 증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전히 논란의 한 축으로 자리하고 있는 태블릿 PC와 관련해서 최순실이 모두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최순실 형사 재판'에서 노승일 부장은 모든 것을 쏟아냈다. 녹취 파일 속 최순실은 더블루K 사무실에 책상 하나가 남았고, 태블릿 PC가 그곳에 있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구속될 수도 있다는 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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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과정을 최순실이 모두 알고 있었던 것은 민정수석인 우병우가 아니라면 불가능했다는 점에서 그의 특검 조사는 당연함으로 다가온다. 검찰의 조사과정을 모두 알고 있던 우병우가 최순실에게 연락해 향후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알려줬다는 것은 중요한 범죄 사실이 아닐 수 없다.

문제가 터지면서 청와대에서 관련자들을 어떻게 움직여왔는지도 재판 과정에서 드러나고 있다. 더는 침묵하지 않고 모두 털어놓기 시작하며 청와대는 고립무원이 되어가고 있다. 지킬 것도 이유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그들의 증언은 더욱 과감해질 수밖에는 없어 보인다.

'블랙리스트' 단체들을 지원에서 차단한 행위는 철저한 농락이었다. '문화예산'을 부당하게 지원하는 방식으로 '블랙리스트' 단체들을 차단했음은 공개된 채점표가 중요한 증거가 될 수밖에는 없었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행위들이 그대로 드러났다는 점에서 박 정권의 추악함은 더는 감출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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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을 위해 앞장서는 자들에게는 엄청난 돈을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이들에게는 돈줄을 막아 고사시키려 한 것은 민주주의 사회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가 아닐 수 없다. 헌법을 유린한 추악한 범죄들은 관제 데모와 블랙리스트가 잘 보여주고 있다.

대선에 나선다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말 바꾸기는 황당한 수준이다. 이 정도면 진실이 존재하기는 할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코피 아넨 전 유엔 사무국장의 업적을 자신의 것으로 이야기하는 반 전 사무총장의 발언을 들어보면 과연 그가 국민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의아해진다. 권한대행을 하면서 대선 행보를 벌이고 있는 황교안 총리 역시 동일하게 다가올 뿐이다. 군대도 가지 않은 자의 "건빵 맛 여전하네"의 발언은 실소를 낳게 만든다.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오은의 '계절감'으로 시작한 앵커브리핑에선 시간에 대해 언급했다. 헌재의 대통령 탄핵 인용을 막으려는 시간 끌기에 대한 이야기였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국민의 일상을 빼앗아 가버렸다. 일상을 빼앗겨버린 국민에 대한 이야기를 미하엘 엔데의 '모모' 속 시간 도둑들로 풀어내는 과정 역시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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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중절모를 쓴 시간 도둑들은 사람들에게 쓸모없는 시간들을 저금하라고 제안했다.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시간과 밥 먹는 시간, 잠 자는 시간까지 줄여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게 되어 버렸다. 실제 현실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우리의 시간들을 위정자들에게 빼앗기고 있으니 말이다.

"대통령이 그 아까운 1분 1분에 미련을 둘수록, 이상하게도 시민들은 그 1분 1분을 잃어가고 있는 아이러니. 그런 사이 대통령 측이 또 한 시간을 벌기 위해 신청한 증인수는 무려 39명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빨리 봄이 오기를 기다리겠지만, 누군가는 계절의 자락을 길게 늘여서 지금의 세상을 이어가려 소망하고 있을지도 모르죠"

"미련이 많은 사람은 어떤 계절을 남보다 조금 더 오래 산다. 그리고 회색 중절모를 쓴 사람은 우리의 쓸모없는, 아니 사실은 너무나 소중한 시간들을 빼앗아서 그 서류 가방에 넣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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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중절모와 두꺼운 서류 가방을 든 자들은 현실에도 존재한다. 사람들의 소중한 시간들을 빼앗아 자신들의 탐욕을 채우는 어둠의 존재들, 이들의 시간 벌기가 무엇을 위함인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차가운 겨울 강추위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위해 거리에서 공부를 해야만 하는 청춘들. 그 청춘들이 원하는 것은 노력한 만큼 대우 받는 세상을 살고 싶다는 바람 외에는 없다. 그들의 이 소박함을 막아선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는 그래서 사악한 범죄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기본을 송두리째 흔들어버린 그들은 결코 용서 받아서는 안 된다. 그래야만 대한민국이 새롭게 태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엔딩곡으로 담은 'Time in a Bottle'까지 시간을 주제로 한 뉴스룸의 일관된 이야기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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