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강력한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에 대한 검증이 이어지고 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 상당을 받았다는 의혹부터 친인척 비리, 사이비종교까지 반 전 총장에 대한 문제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자신이 직접적으로 연루된 23만 달러 수수설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어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 (연합뉴스)

시사저널은 반기문 전 총장 귀국 직전인 지난달 24일 '박연차 23만 달러 수수 의혹'을 제기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4일 "시사저널의 후보검증을 빙자한 음해"라면서 해당 기사에 대한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요청했다. 그러나 반 전 총장은 강제성을 갖는 형사고소는 하지 않았다. 반 전 총장이 금품수수 의혹을 제기한 시사저널에 법적조치를 하겠다고 엄포를 놨지만, 사실상 정정을 요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시사저널이 강하게 나오는 분위기다. 복수의 언론에 따르면 시사저널 관계자는 "금품을 수령한 적이 없다면, 반기문 전 총장이 직접 나서서 해명을 하면 된다"면서 "나아가 언론중재위를 통해 우회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민·형사 고소를 하게 되면 오히려 명명백백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이 아닌 시사저널 측이 오히려 소송을 요구하는 양상이다.

오마이뉴스 보도에 따르면 해당 기사를 작성한 김지영 기자는 "반기문 전 총장이 진실규명을 원한다면, 차라리 형사고소를 빨리 해주기를 바란다"면서 "우리로서는 관련 증언이 구체적이기 때문에 검찰로 가도 좋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지영 기자의 말대로 반기문 전 총장이 형사고소를 해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 지난 2007년 박연차 전 회장을 통해 대검 중수부가 확보한 '박연차 리스트'를 열람할 수 있다. 반 전 총장이 박 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적이 없다면, 형사고소를 하는 편이 신속한 의혹해소로 본인의 대권 행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검찰 안팎에서도 반기문 전 총장이 시사저널을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는 것이 의혹을 가장 확실히 정리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한 검찰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수뢰 혐의로 특검 수사를 받고 있는데, 유력 대선주자인 반 전 총장의 금품수수 의혹을 그냥 넘길 수는 없지 않겠느냐"면서 "고소를 통한 검증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긴 한데, 과연 반 전 총장이 자신있게 (고소장을) 낼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기문 전 총장은 형사고소가 아닌 언중위 조정을 고수하고 있다. 반 전 총장이 23일 과거 자신의 일기장까지 공개하며 해명에 나섰음에도, 23만 달러 수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23일 반 전 총장의 관련 의혹을 해명하는 자리에서 반 전 총장의 법률대리인인 박민식 전 새누리당 의원은 '시사저널 고소 계획'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늘 그거까지 다 말씀드리기는 그렇다"면서 주저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는 사견의 수준에서 "(형사고소는)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이 떳떳하다면 시사저널과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달 28일 송현섭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떳떳하고 사실무근이라면 의혹을 제기한 시사저널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법적대응을 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압박했다. 지난 6일 정청래 전 의원은 "고소할 경우 사실여부를 검찰이 수사하게 되는데 이를 피하고 보도의 문제점만 다투겠다는 의도"라면서 "뭔가 자신이 없는 듯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24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떳떳하면) 의혹을 제기한 언론을 형사고소 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반기문 전 총장의 23만 달러 수수설을 증폭시키는 부분은 이 뿐만이 아니다. 반 전 총장은 지난 12일 귀국한 다음날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김홍일 전 고검장을 만나 해당 의혹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홍일 전 고검장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의 뒤를 이어 중수부장을 맡아 박연차 리스트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공교롭게도 김홍일 전 고검장은 반기문 대선캠프에 합류했다. 김 전 고검장은 반기문 캠프의 핵심으로 알려진 '10인 전략회의'의 멤버로 네거티브 공세 대응과 함께 각종 소송을 전담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