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으로 인해 국정운영 전반을 '대리청정'하고 있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설이 가라 앉지 않고 있다. 반기문 전 UN 사무총장의 바른정당행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의 새로운 후보로 황 대행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황 대행의 대선출마설을 바라보는 시각은 호의적이지 않다.

황교안 대행은 2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대선 출마 고려 여부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권한대행으로서 국내외 어려움을 극복하고 국정을 안정화시키기 위한 모든 방안을 강구하면서 거기에 혼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지금은 오직 그 생각뿐"이라고 즉답을 피했다.

▲23일 신년기자회견 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연합뉴스)

황교안 대행은 신년기자회견에 대해 비판적인 논평을 낸 바른정당 장제원 대변인에게 전화를 걸어 역정을 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변인은 '황교안 국무총리는 민생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논평을 통해 "대선 출마에 대한 모호한 태도에서 벗어나 차기 대선 불출마를 명확히 밝히고 오로지 민생현안에만 집중하라"고 비판했다.

황교안 대행은 장제원 의원에게 '바른정당이 나에 대해 이렇게 대응할 건가', '장제원 의원의 생각인가', '논평을 장제원 의원이 직접 썼느냐'고 꾸짖었다. 장 의원은 "황 대행이 상당히 성이 나 있었고, 말투는 위압적이었다"면서 "4~5분 가량 꾸짖듯 말해서 당황스러웠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4일자 중앙일보 사설.

황교안 대행의 대권 출마설에 대해 보수언론도 반대하고 나섰다. 중앙일보는 <'대선 출마설' 묘한 뉘앙스 풍긴 황교안> 사설을 통해 황 대행의 대선출마는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황교안 권한대행의 대선출마설이 밑도 끝도 없이 나돌고 있다"고 전했다. 중앙일보는 신년기자회견에서 황 대행의 대선 출마 관련 답변에 대해 "굳이 '직접', '지금은'이라는 부사어를 사용한 것에서 지난해 국회 답변 때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한 발언과 다른 뉘앙스를 풍긴다"면서 "어떤 다른 조건과 상황이 전개되면 출마할 수 있다는 미묘한 느낌을 준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황교안 대행의 대선 출마는 헌법적·정치적·행정적으로도 어불성설"이라면서 "대통령 유고시 승계 조항에 따라 오른 권한대행직의 헌법상 임무는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대선의 공정한 심판역을 맡던 사람이 선수가 되겠다고 뛰어 나오면 선거 운동장이 순식간에 혼란과 무질서에 빠질 게 뻔하다"면서 "황 대행이 대선에 출마한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가 두 번째 권한대행직을 맡게 될 텐데 그 어깨에 내려앉을 안보·치안·외교·정무 등 국정관리의 무게감을 '대행의 대행'이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황교안 대행도 엄연히 대통령 피선거권을 갖고 있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위태로운 나라의 운명을 살피고 대선 관리에 진력하는 게 그의 역사적 소명임을 잊지 말길 바란다"고 말했다. 끝으로 "황 대행은 그의 마지막 공직이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24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는 한발 더 나아가, 황교안 대행의 대선 불출마 선언을 촉구했다. 동아일보는 <황교안, 대선 불출마 선언 없이 위기관리 어렵다> 사설에서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 불출마로 명확히 선을 그을 것을 당부했다.

동아일보는 지금은 아니다라는 황교안 대행의 답변을 "별 탈 없이 국정을 관리하다 기회가 되면 출마할 수도 있다는 소리로도 들린다"고 해석했다. 동아일보는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로 또 다시 권한대행이 나온다면 나라꼴이 뭐가 되겠는가"라면서 "황 대행은 출마 선언 즉시 '국정 방기' 책임론에 휩싸일 게 뻔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박근혜 정부의 호위무사 소리를 들었던 황교안 대행은 이제 대한민국의 호위무사로 나서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대선 출마 문제부터 명확히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출마 안 한다', 그 한마디가 그렇게 어려운가"라고 거듭 황 대행의 불출마를 종용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