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KBS 이병순 사장이 김영해 현 기술본부장을 신임 부사장으로 임명하는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으나 KBS 이사회는 부사장에 대한 임명동의안 자체를 부결시켰다.

따라서 이병순 사장의 연임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대두되고 있다. KBS 내외에서는 이병순 사장이 부사장 2인을 해임하고 신임 부사장 선임에 나선 것을 두고 연임을 위한 카드 아니냐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진행된 KBS 임시 이사회에서 이병순 사장은 조직안정화를 위해 신임 부사장으로 김영해 기술본부장에 대한 부사장 임명동의안을 제출했으며 동시에 부사장직을 2인체제에서 1인체제로 변경하는 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병순 사장(왼)과 KBS 여의도 사옥(오른)ⓒ미디어스

그러나 KBS 이사회에서는 ▲임명동의안이 제출될 것이란 사실만 통보된 채 오늘 이사회에서 기습적으로 김영해 기술본부장을 추천하는 것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 ▲부사장직을 2인 체제에서 1인 체제로 간다는 것은 직책의 변화로 큰 사안지만 이사회보고도 없었다 ▲조직안정을 위한다고 하지만 2달의 임기를 위해 조직체계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오히려 조직의 불안정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등의 이유로 부사장직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후보자인 김영해 기술본부장에 대한 검증 절차는 아예 진행되지도 않았다.

이병순 사장은 이 자리에서 “‘기밀유지’를 위해 후보자를 오늘 공개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이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따라서 유광호, 김석묵 부사장의 사표로 인해 공석이 된 부사장직은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KBS이사는 “다수결로 결정한 것은 아니지만 임명동의안 부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견 마찰은 없었으며 거의 만장일치로 결정된 것”이라면서 “모든 이사들이 합리적, 이성적, 상식적으로 판단했다”고 총평했다.

KBS의 한 관계자는 “이병순 사장이 김영해 본부장을 부사장으로 추천한 것은 사장 연임을 위한 목적 이외에 다른 이유를 찾기 어렵다"며 “김영해 기술본부장은 이병순 사장에 대한 충성도가 제일 높았던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KBS 관계자는 “김영해 기술본부장은 뜻밖의 인물이었다”면서 KBS노동조합과의 이면의 커넥션이 있지 않았나 하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그는 “KBS 노조 강동구 위원장은 기술직 출신으로 이병순 사장이 예상됐던 인물이 아닌 김 기술본부장을 올린 것은 연임국면에서 KBS 노조를 회유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부사장직 임명동의안 부결을 결정하는데 11명의 이사 중 홍수완 전 KBS 기술본부장만 반대하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또한 “이병순 사장과 KBS 노조와의 커넥션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오늘 부사장 임명 동의안이 부결된 것은 이병순 사장의 연임이 물 건너간 것이라고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또 다른 KBS 관계자는 “이늘 이사회는 이병순 사장의 실수로 볼 수 있일 뿐 연임이 물 건너갔다고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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