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의 뉴스룸은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서 일약 한국 최고의 뉴스가 되었다. 그 뉴스룸. 적지 않은 사람들의 기대가 현실이 되었다. 그 기대란 바로 ‘뉴스룸’이라는 이름에 있었다. JTBC의 뉴스룸이 세상에 나오기 전 미드의 동명 드라마 ‘뉴스룸’이다. JTBC에서는 드라마를 의식하지 않았다지만 어쨌든 시청자들은 손석희에 대한 신뢰만큼은 아닐지 몰라도 그 뉴스룸이라는 이름 때문에라도 기대감은 컸다.

미드 뉴스룸이 시즌1이 방영된 것은 2012년. 한국은 이미 뉴스에 대한 갈증이 견딜 수위를 넘은 지점이었다. 언론이 경계해야 할 권력, 돈 그리고 시청률에 순치된 상황이었다. 그때 비록 드라마였지만 ‘뉴스룸’의 판타지는 신기루보다 강력했다. 그 뉴스룸이 시즌3까지 세상에 나올 즈음 한국에서 드라마가 아닌 실제 뉴스룸이 탄생한 것이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 왜 이렇게 늦었나?"

JTBC 뉴스룸은 ‘한 걸음 더 먼저, 한 걸음 더 깊이... JTBC 뉴스룸에서는 진실이 뉴스가 됩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걸고 시작했다. 요즘은 ‘더 먼저’는 강조하지 않고 있지만 여전히 뉴스룸이 택하고 있는 자세는 ‘더 깊이’였다. 팩트 뒤에 숨어 현상을 나열하는 건조한 뉴스가 아닌 팩트에 가려진 진실에 파고들겠다는 다짐이자 실천 강령일 것이다.

그런 뉴스룸은 마침내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신뢰도는 물론 시청률까지도 다 잡는 쾌거를 이뤘다. 그 대목에서 드라마 뉴스룸의 대사가 생각났다. “난 여기에 진짜 뉴스를 하려고 온 거야. 좋은 뉴스는 인기가 없을 거라고 도대체 누가 그런 거야” 미드지만 영국발음을 하는 뉴스룸 피디 멕켄지의 당찬 일설이었다. 드라마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지만 뉴스룸의 진정한 즐거움은 늘 같은 클로징에 있다. “저희는 내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금토일에는 듣지 못하고 월화수목 나흘 간 손석희 앵커를 통해서만 듣는 멘트다. 그 최선의 뒤에 생략된 ‘더 깊이’와 ‘진실’의 단어를 알기에 매일 지루함 없이 늘 새롭게 설레게 되는 마법의 클로징이 되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 왜 이렇게 늦었나?"

그런 뉴스룸에는 몇 가지 히트 상품이 존재한다. 밀착카메라, 팩트체크, 비하인드 뉴스 그리고 그 중 최고인 앵커브리핑. 뉴스룸에서는 그저 앵커브리핑이라고 하는데도 시청자는 애써 손석희의 앵커브리핑으로 읽는다. 이 앵커브리핑의 본질에 대해서는 해야 할 말이 아주 많지만, 그중에서도 매우 특별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언론에 대한 언급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1월 23일에도 앵커브리핑은 또 언론에 대해서 뼈아픈 발언을 내놓았다. 손석희 앵커가 인용한 것은 미국 대통령 트럼프의 맞선 미국 언론인의 성명이었다. 손석희 앵커는 이를 ‘언론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기자들의 답변서쯤이 될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 인용에는 여러 가지 내용이 담겨져 있지만 아마도 우리 현실에 가장 밀착된 것은 “우리는 신뢰를 되찾을 것이고 정확하게, 겁 없이 보도할 것입니다”라는 부분이 될 것이다.

이어진 앵커브리핑에는 그 이유를 이렇게 말하고 있다. “언론을 순치하려는 권력과 권력에 순치된 언론.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은 이미 자명합니다”라고 말이다. “바람 부는 팽목항에서, 소녀상의 눈물 앞에서, 외교와 경제가 무너지고 민생이 허물어지는 동안 비선에게 모욕당해야 했던 이 땅의 민주주의 앞에서 기자들은 어디에 있었나? 왜 이렇게 늦었나?”를 물었다.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 "당신은 어디에 있었나? 왜 이렇게 늦었나?"

왜 그렇게도 손석희 앵커는 언론에 대해서 자주 말을 하는가. 아니 해야만 하는 것일까. 지금 그렇게 할 수 있는 언론인은 그리 많지 않다. 또한 뉴스룸만 그렇지 않아서 다른 언론에 대해 공격하는 것이라고도 생각할 수 없다.

오해일지는 모르겠지만 어떤 불안 때문이 아닐지 모르겠다. 그 불안은 여전히 반성 없는 공영방송의 모습에서, 최순실 게이트 이후 다시 본 모습으로 돌아간 종편에서, 보도가 아닌 정치를 하려는 언론의 모습에서 당연히 느낄 수밖에 없는 어두운 징조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선이 본격화되면 더욱 본격화되고 현실이 될 불안이기도 하다. 언론장악금지법안이 국회에서 난항을 겪고 있지만 그것이 아니더라도 언론이 먼저 권력에 장악되지 않는 연대를 하자는 말일 것이다. 손석희 앵커가 언론에게, 다시 기자들에게 하고픈 이야기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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