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에서 미디어 분야를 관장할 조직 형태와 관련해 위원회 체제 중심의 개편 방향이 논의의 주도권을 잡고 있다.

‘설계의 문제가 아니라 실행의 문제였다’며 미래창조과학부를 강화하자는 의견이 없는 게 아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정보통신부 부활’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어 힘이 실리지 않는다. 또한 그동안 미디어 관련 기능과 업무가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 등으로 나뉘어 진행된 것에 대한 평가도 한 몫하고 있다.

각론의 차이는 있지만 협치를 근간으로 하는 미디어위원회 설치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현재 방통위, 방통심의위원회, 미래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나눠져 있는 미디어 관련 기능과 업무를 가칭 미디어위원회로 통합하자는 안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안정상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사견을 전제로 가칭 미디어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 지난 방송학회 주최의 토론회에서 그는 지상파, 종편, 보도전문채널 등 기존 방통위 소관인 방송정책 업무를 포함해 미래부의 유료방송 정책과 방송영상관련 플랫폼 콘텐츠 사업을 미디어위원회로 이관 통합할 것을 제안했다. 또한 문화부의 신문, 인터넷, 뉴스통신, 방송영상, 광고, 독립제작사 등의 업무도 미디어위원회 소관으로 규정했다. OTT, MCN 분야도 포함된다.

그는 “진흥과 규제는 한 기구에서 진행해야 한다”며 “지상파방송 등 무료방송은 방통위에서, 유료방송 등은 미래부에서 맡고 있는데 방송정책을 유료와 무료로 나눠 관할하는 나라는 우리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존 방통위 업무 중 하나인 통신규제 기능은 가칭 디지털ICT부를 설치해 이관하고 방통심의위의 방송 심의기능은 미디어위원회로 이관할 것으로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현재의 방통심의위는 해체된다.

안정상 수석과 비슷한 맥락에서 미디어위원회 설치를 주장하는 심영섭 박사는 신문 지원을 강조하고 있다. 19일 언론학회 주최의 토론회 발제문에서 그는 미디어위원회 소관업무로 신문 산업에 대한 교차지원 담당을 명시했다. 그는 “방송과 통신 및 인터넷영역에서 기금을 조성하여 매체산업의 균형발전을 위해 신문사업에 대한 교차지원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여론형성과 관련된 미디어분야와 ICT 등 산업 분야를 분리해야 한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이고 있다. 심영섭 박사는 “박근혜 정부의 미디어 정책은 산업적 관점에서 미디어 산업 육성과 국제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완화에 중점을 두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정책으로 소수의 통신기업의 방송 산업에서의 영향력 강화와 신방겸영 과정에서의 공적 기능 축소로 인한 선정적 상업주의의 일상화 현상이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차기 정부 조직에서 독임제 부처가 아닌 미디어위원회라는 합의제 위원회가 강조되는 것은 협치의 필요성 때문이다. 조기 대선에 따라 선출되는 대통령은 여소야대의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는 협치 이외에 국정을 운영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으로 더구나 여론형성과 관련 있는 미디어 정책을 독임제 부처가 끌고 가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 심영섭 박사는 이를 ‘방송통신정책의 공공적 협치’라고 강조했다.

위원회 체제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게 아니다. 박근혜·이명박 정부에서 위원 추천 몫을 악용해 위원회를 독임제 부처로 활용했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여대야소와 보수정권에서 벌어진 일로 차기 정부에서 재연될지 관심이다. 이와 관련해 위원 수를 늘리고 추천 단체를 늘리자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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