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박양지 기자] 거듭되는 반전, 조금 지나친 배경 설정, 두 개의 플롯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는 구조. 이런 요소들을 특징으로 하는 소설이 23일 출판됐다.

제목은 <신의 속삭임>(행복우물, 464쪽)이며, 저자는 일요신문 부산경남본부장인 하용성이다. 소설은 장르도 완전히 새롭다. 스릴러, 추리, 판타지, 정치, SF, 구도소설 등의 요소가 모두 담겼다.

<신의 속삭임> 표지와 저자 하용성.

우선 과하다싶은 배경 설정은 바로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상징적인 국가원수로 하는 통일국가다. 하지만 저자는 이를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남북 정치권의 합의 여부에 따라 일어나지 못할 일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저자는 자신의 이런 관점을 소설 내용을 통해 풀어낸다.

소설은 위에 언급한 내용으로 인해 우선 눈길을 끌지만 숨은 주제는 따로 있다. 기독교를 비롯한 주류종교에 대한 날선 비판과 대안제시, 반수구와 반일 등이다. 저자의 관념이 투영된 이런 내용들은 소설 곳곳에서 드러난다.

소설의 핵심을 이루는 요소인 ‘종교’는 사실 재미없는 단어다. 하지만 소설의 내용 전개는 이를 주제로 한 것과는 달리 매우 흥미롭다. 김정은 대통령 시해사건이란 관심을 끌만한 요소를 끌어온 뒤 주제에다 삽입해 살짝 버무렸다. 저자가 자신이 밝히고자 하는 무거운 주제를 위해 눈길을 끄는 아이템을 대입한 셈이다. 특히 거듭되는 반전, 예측하지 못한 결말 등이 흥미를 뒷받침한다.

소설은 남과 북이 2020년 통일을 이루는 것으로 시작한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상징적인 국가원수인 대통령으로 추대하는 형식이며, 국호는 고려연방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법통과 체계 등은 그대로 계승한다.

통일이 되는 그해 가을, 한 아이가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태어난다. 아이는 새로운 불교 종파를 창시한 승려와 개혁적인 성향의 개신교 목사 등의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통일 이후 8년이 지난 시점, 김정은 대통령 시해사건이 발생한다. 사건은 범인이 대통령과 영부인을 쏘고 현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음에 따라 미궁에 빠진다. 사건의 해결과정과 주인공인 세홍의 성장이 어우러지면서 스토리는 계속 이어진다.

그러던 중 연방정보원이 시해사건의 실마리를 하나 잡아낸다. 행방이 묘연했던 범인의 어머니가 중국에서 신분을 바꾼 채로 산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 하지만 그녀도 곧 의문사를 당한다. 실망하던 연방정보원이 그녀의 유품에서 새로운 단서를 하나 발견한다. 연방정보원은 이를 기초로 사건의 배후를 추적해나간다.

소설은 이후 시해사건의 해결과정 및 주인공 세홍의 성장이 오랫동안 봉인된 비서(祕書)로 모두 마무리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반전이 나온다. 하지만 이는 단지 소설 말미에 전개되는 잇따른 반전의 서막일 뿐이다. 반전을 이루는 핵심줄기는 주인공을 둘러싼 거대한 음모다.

소설은 전체적인 흐름이 일단락된 후 이어지는 에피소드 1·2·3·4로 인해 모든 결말이 지어진다. 이 네 가지 에피소드들은 앞서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반전을 거듭하면서 남은 퍼즐을 모두 완성한다.

<신의 속삭임>은 주인공 세홍이 창시한 종교가 모순에 가득 찬 기존 주류종교를 대신할 새로운 믿음이라고 웅변한다. 특히 기독교가 인류가 지향해야 할 신앙으로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고 말한다. 현 시대가 보다 진화한 종교적 패러다임을 요구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또한 소설은 내용 곳곳에 독자들의 개인적인 판단과 해석을 요구하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숨어있다. 이를 들춰보는 것도 소설을 읽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주인공인 세홍의 얘기와 김정은 대통령 시해사건이라는 두 개의 핵심 플롯이 씨줄과 날줄처럼 교차하다 마지막에 이르러 하나로 귀결된다는 점도 흥미롭다.

저자 하용성은 청년시절 프로뮤지션의 길을 걷다가 이후 언론계에 발을 디뎠다. 그는 지난 10여 년간에 걸친 언론활동을 <신의 속삭임>을 집필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해석한다. 이 기간 자신의 내부에서 이뤄진 관념의 진화가 소설을 쓰게 된 바탕이 됐다는 설명이다.

하용성은 “마음속으로 ‘재미’라는 단어에 계속 방점을 찍으면서 집필에 임했다. 특히 지루함을 방지하기 위해 당초 초안에 서술된 종교적인 내용의 상당 부분을 들어냈다”면서 “그 밖에 기독교, 수구세력, 일부 보수언론, 친일론자 등에 대한 정제되지 않은 공격은 덤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행복우물 대표이자 작가인 다니엘 최는 “시놉시스를 처음 봤을 때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저자의 무한한 상상력과 거침없는 시도가 기존의 틀을 모두 거부했기 때문이다. 어려운 가운데에서도 과감하게 기획출판을 결정한 배경이 여기에 있다. 기대해도 좋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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