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효종, 이하 방통심의위)가 입주해 있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는 태극기를 든 친박 보수단체 회원들 300여명으로 가득 찼다. 이들은 ‘JTBC의 태블릿PC 보도가 조작됐다’고 주장하며 박효종 위원장에게 ‘JTBC 보도와 손석희 사장에 대한 징계 및 처벌’을 요구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에 핵심증거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은 태블릿PC의 증거 능력을 무력화하려는 시도다.

▲‘자유대한민국지키기 범국민운동본부’는 23일 오후 1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방통심의위 박효종 위원장의 JTBC 태블릿PC 보도 심의 결단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사진=미디어스)

‘자유대한민국지키기 범국민운동본부’는 23일 오후 1시 서울 목동 방송회관 앞에서 ‘방통심의위 박효종 위원장의 JTBC 태블릿PC 보도 심의 결단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 미디어워치 전 변희재 대표(태블릿PC조작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 정미홍 전 KBS 아나운서 및 보수단체 회원 30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박효종은 내란방송 방치죄로 구속하라’, ‘방통심의위 해체하고 대한민국 돌려달라’는 등 과격한 구호를 외치며 ▲박 대통령 탄핵 유도한 언론·방송 일주일 내내 사과방송할 것 ▲방통위는 3월 예정인 종편 재허가 심사에서 JTBC 재허가 취소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서 사회자 역할을 맡은 엄마부대 주옥순 대표는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였던 박효종 위원장에 대해 “박 교수를 방통심의위에 앉힌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라며 “그런데 언론들이 자기를 심어준 대통령에 대해 난동을 치고 있어도 한 마디 규제 못하도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언론의 난동으로 인해 탄핵 심판까지 받고 있는데, 박 교수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라고 일갈했다.

▲23일 '방통심의위원회 박효종 위원장의 JTBC 태블릿PC 보도 심의 결단 촉구 결의대회'에 참석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모습. (사진=미디어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은 셰익스피어의 말을 패러디, “강한자여 그대의 이름은 여자”, “강한자여 당신의 이름은 엄마 부대”라고 한 뒤 “대한민국의 잘못된 편파 보도와 왜곡 방송에 맞짱 뜨고 싸우는 어머님들을 볼 때 고개가 숙여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언론의 왜곡 보도 편파 방송이 대한민국을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며 태블릿PC가 최순실 씨 소유라고 한 JTBC의 보도는 허위보도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허위보도와 조작방송을 하는 언론에 대해 왜 방통위는 가만히 있냐”면서 “방통위는 직무유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평범한 가정주부라고 밝힌 이수미 씨는 “지금 우리는 북한과의 핵전쟁 준비도 덜 했는데 언론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유례없는 희대의 전쟁”이라며 “언론이 국민을 선도하는 게 언론의 의무인데, 대한민국 언론은 국민을 기만하고 우롱하고 있다”고 지탄했다. 이어 “대한민국 언론은 종이 쓰레기에 불과하고, 방송은 쓰레기보다 못한 앵무새 집단”이라며 “침묵하는 보수는 비겁하다. 이제 행동하는 보수가 필요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친박 보수 단체들이 이렇게 JTBC의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에 집중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탄핵 정국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로 판단된다. ‘JTBC태블릿PC조작진상조사위원회’ 등의 보수단체들은 지난 18일 태블릿PC 조작의혹과 관련, 손석희 사장과 의혹보도 관계자 등을 고발하며 “태블릿 PC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실증 자료가 없다”고 강조했다.

변희재 전 미디어워치 대표 등 보수인사들이 JTBC 태블릿PC 의혹에 대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고발조치를 했으나 방심위는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디어워치 변희재 전 대표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태블릿PC 진상규명이 대통령 탄핵 판결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냐’는 질문에 “지금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에 대해 심의를 요청을 한 상태”라며 “탄핵 결정이 3월 이후에 날 것으로 예상하는데 JTBC의 징계는 1월 말에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징계 받는 것만으로 탄핵 정국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순실 씨의 변호인 이경재 변호사도 같은 맥락의 주장을 지속해왔다.

하지만 최근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검찰 조사에서 태블릿PC에 담긴 문건을 보낸 것은 본인이 맞고, 또 최 씨 외에는 그런 문건을 보낸 적이 없다고 자백한 것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밖에도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검찰에 제출한 제2의 태블릿 PC와 박 대통령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만들라고 최종 지시했다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JTBC가 보도한 태블릿PC 외에도 박 대통령 탄핵 심판에 필요한 핵심증거들이 더 늘어난 것이다.

그럼에도 보수단체 회원들은 방통심의위에 ‘JTBC의 태블릿PC 보도’에 대한 심의 및 징계를 요구하며 법적으로 또는 여론전으로 논란을 만들어 헌재나 특검에 압박을 주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 (사진=조선닷컴)

한편, TV조선 이진동 사회부장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JTBC가 입수한 태블릿PC에 대해 “제가 알기론 JTBC 기자가 입수한 게 맞다”고 말했다. 그는 “문제의 건물에 jTBC·한겨레·경향신문 기자가 같이 갔다고 들었다. 그런데 그 건물 관리인이 신문을 8개나 보는 사람”이었다며 “한겨레신문 기자한테는 너희 신문은 논조가 마음에 안 든다. 특히 정치담당하는 성모 기자라는 실명까지 거론하면서 ‘그 친구 글이 제일 마음에 안 든다고 했다고 들었다. 세 기자가 아무 소득 없이 그냥 물러나왔는데 jTBC 기자만 ‘휴대폰을 놓고 온 것 같다’며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관리인이 ‘내가 손석희를 좋아한다’고. 그러면서 직접 열쇠로 책상서랍을 열어 줬는데 그 안에 태블릿PC가 들어 있었다고 들었다. 전원이 꺼진 채로, 충전장치도 없이. 저는 그렇게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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