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조기 대선에서 '반문(반문재인)연대'가 구성될 것이란 전망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당이 제3지대의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4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와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이 회동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경선 룰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 간 것으로 보도됐다. 정가에서는 국민의당과 손학규 의장이 손잡는 것은 서로 윈윈으로 결국 시간 문제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손학규, 사실상 대선출마 선언

이에 앞서 손학규 전 대표는 22일 오후 2시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민주권개혁회의' 창립식을 개최했다. 손 전 대표는 "대한민국의 새 판을 짜고, 제7공화국의 꿈을 이루는데 국민주권개혁회의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면서 "동지들과 함께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저에게 짐이 주어진다면 피하지 않고 감당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는 사실상의 대선출마 선언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22일 서울 세종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국민주권개혁회의' 창립행사에 참석한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눈에 띄는 것은 손학규 전 대표가 개헌을 매개로 한 자신의 대선 전략을 공식적으로 드러냈다는 점이다. 일단 손 전 대표는 "대선이 현행 헌법에 의해 치러지면 개혁공동정부를 구성하고 개헌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해, 개헌은 해야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기대선이 현행헌법으로 치러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러면서 손학규 전 대표는 "대통령은 개헌이 효력을 발생할 때까지 임기를 마치고 새로운 헌법에 의해 정권을 물려주면 된다. 그 임기는 다음 국회의원 선거가 있을 2020년 6월까지, 3년이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권출마를 선언함과 동시에 개헌의 시기와 차기 대통령의 임기에 대한 구상을 밝힌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손학규 전 대표를 따라 탈당한 이찬열 의원을 비롯해 김종인 전 대표, 강창일, 오제세, 최운열, 강훈식, 김병욱, 정춘숙, 최명길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의원들과 박지원 대표, 조배숙, 이상돈, 김성식, 윤영일, 채이배, 이동섭 의원 등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안철수, 지역행보 강화…'여전한 경쟁력'

안철수 전 대표도 점차 대권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안 전 대표는 국민의당 원내대표 선출과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대표를 중심으로 하는 호남세력에 패배했지만, 여전히 국민의당의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로 꼽힌다.

한 때 지지율이 6위까지 추락하기도 했지만, 23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1월 3주차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전국 성인 2520명 대상으로 무선전화면접, 스마트폰앱, 유무선 자동응답으로 실시, 응답률 15.3%, 신뢰수준 95%에서 표본오차 ±2.0%p)에서 7.4%의 지지로 4위 자리를 탈환했다. 정당별 대선 6자 가상대결에서 10.4%의 지지를 얻어 여전한 경쟁력을 선보였다.

▲23일 전남 목포시 목포동부시장에서 상인과 악수하는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 15일 전당대회 이후 17일 여수수산시장 화재현장 방문을 시작으로 18일 전북 전주, 19일 전북 익산, 군산, 21~22일 광주, 23일 전남 무안, 목포, 신안, 화순 등을 연속으로 방문하며 지역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호남을 중심으로 침체된 자신에 대한 민심을 회복하고 제3지대의 대표주자로 나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특히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해 4·13총선에서 정당투표 2위를 이끈 원동력 중 하나였던 '강철수'를 다시 꺼내들었다. 안 전 대표는 22일 광주 일·가정양립본부에서 열린 '강철수와 국민 요정들' 토크쇼에서 "강철수 별명을 처음 붙여주신 곳이 바로 여기 광주"라며 "그 별명에 따라 작년 총선을 강하게 돌파했고, 국민의당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을 끝까지 돌파하겠다"면서 "제 돌파력은 작년 총선 때 이미 증명했다"고 강조했다.

'손학규 vs 안철수' 경선 성사되나

그러나 여전히 안철수 전 대표의 지지율은 '안철수 신드롬' 당시에 비하면 미약한 상태다. 국민의당 입장엔서 승부수를 던져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는 얘기다. 박지원 전 대표가 손학규 전 대표에 지속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오른쪽)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연합뉴스)

22일 국민주권 개혁회의 창립행사에 참석한 박지원 대표는 축사에서 손학규 전 대표에게 국민의당 합류를 권유했다. 박 대표는 "안철수 전 대표는 손학규 전 대표와 현안에 대해 꾸준히 대화를 해 왔고, 개헌에 대한 입장도 손학규, 안철수, 박지원의 생각은 거의 일치한다"면서 "국민의당은 손학규 전 대표의 개헌 추진에 대해 가장 먼저 당론으로 화답했다"고 말했다. 그는 "손학규는 박지원과 함께 할 때 행복했고, 박지원과 헤어졌을 때 불행했다"면서 "여러분이 국민의당의 대선드림팀이 돼주면 우리는 반드시 정권교체, 국가대개혁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지원 대표의 제안대로 손학규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입당하거나 연합을 통해 안철수 전 대표와 경선레이스를 펼친다면, 언론의 관심과 함께 누가 승리하든 국민의당 대선주자의 주가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른정당 입당이 점쳐지는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당이 손학규, 안철수 전 대표의 대권주자 경선으로 흥행몰이에 성공하면, 제3지대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려있다.

손학규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 입장에서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6년 만의 정계복귀로 국민들 사이에서 존재감이 떨어져 있는 손 전 대표 측은 3지대 후보와의 경쟁으로 세를 불려나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민의당 내에 경쟁할 만한 대권주자가 없는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경선을 통해 침체된 지지율을 재도모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