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2시 MBC 최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가 당초 엄기영 MBC 사장에 대한 경영평가가 논의될 것이란 예상과는 다르게 각 이사들의 의견 표명만 제시되는 수준에서 끝났다. 그러나 차기환 이사는 엄 사장의 사퇴와 관련해 “심사숙고해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말을 남겨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사회가 끝난 후 한상혁 이사는 “상황변화가 있었다”면서 “경영진 평가에 대해 구체적인 이야기가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김광동 이사도 “현 경영진에게 MBC를 계속 맡겨도 되는지에 대한 각자의 이야기만 됐다. 결의사항은 없었다”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차 이사는 “경영과 편성, 소유가 분리되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언론의 공공성을 보장하는 것과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공식이든 비공식 모임을 통해서건 심사숙고해서 독자적으로 판단하겠다”며 엄 사장의 사퇴 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 방문진 이사회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차기환 이사의 모습ⓒ권순택
엄 사장이 제시한 ‘New MBC Innovation Plan’에 대해서도 차 이사는 “MBC 경영진이 잘해보겠다고 했는데 그 말에 대해 신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이야기만 됐다”면서도 “지난 업무보고와 상충되는 부분들이 있어 만족스럽지 못했다”고 말해 MBC 경영진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차 이사는 “MBC 경영진에 딜로이트 경영컨설팅 계약서를 요청했으나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를 들어 거절했다”며 “유감을 표명한 이사도 있었다”고도 전했다. 차 이사 역시 “보고서가 유출되는 것은 안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방문진에서 계약서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잘못된 것 같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PD수첩>의 원본테이프의 진상조사를 같이 하자는 것에 대해서도 지난 업무보고 때와는 다르게 재판 중이어서 테이프를 제출할 수 없다는 부정적인 답변이 왔다”며 “업무보고 당시 구두 보고와 보충질의에 대한 답변이 상충하는 등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 이사는 “지난 1년 6개월 MBC를 경영하는 동안 <PD수첩>과 <100분토론>의 시청자 의견 조작에 대해 MBC 내 이사회가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다”며 MBC 경영진에 대한 경영평가에 있어 이 부분을 반드시 짚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는 이어 “남은 1년 6개월을 다르게 경영할 수 있는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구체적 조치 및 행동이 있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차 이사는 MBC 노동조합의 해명 요구서와 관련해 “답변해야할 위치에 있지 않다”면서 “요구서에 대해 공개답변하고 다시 반박하고 이런 방법들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다음 방문진 이사회는 9일에 열리며 MBC 계열사의 업무보고와 결산보고가 있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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