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동의 톡투유>는 세상에서 없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비슷하게 시도됐던 <힐링캠프>가 견디지 못했던 것을 보면 결코 쉽지만은 않은 포맷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그것은 말 잘하는 김제동을 자주 할 말 없게 만드는 청중들의 이야기, 바로 우리들의 이야기를 말하고 듣고, 그래서 함께 웃고 또 함께 울게 되는 그런 풍경들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장점은 엄마다.

그렇게 웃고 울리는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다른 얼굴만큼이나 다양하지만 그래도 그 중 가장 빈도수가 높은 것은 역시나 엄마와 자식들의 이야기다. 일요일이 일주일의 시작일 수도 있고 마지막일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톡투유가 일요일의 마지막 방송인 것만은 분명한데, 그 시간이 이처럼 촉촉해질 수 있는 것은 참 들어도 들어도 그 감동이 줄지 않는 그 이야기들 때문이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보통은 자식들이 먼저 손을 든다. 그리고 톡투유 신청 이유가 애초에 엄마 때문이라는 말들을 거의 공통적으로 하는 모습들이다. 그리고 개성에 따라 엄마 이야기를 한다. 평소에 하지 않던 말을 하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니 그 말을 듣는 엄마들은 다들 하나같이 눈물을 흘리고, 그런 자식과 엄마 사이에 흐르는 그 사소한 정감들을 보며 또 따라서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러나 분명 그러고 싶었지만 결국 손을 들지 못하고 그저 남의 이야기만 듣다가 풀이 죽어 돌아가는 자식들이 있을 것이지만, 그래도 아마 엄마는 그 자식의 마음을 알았을 것만 같다. 22일의 방송에서도 참 여러 가족들의 이야기가 다른 듯 같게 소개되었다. 그런 그들의 말 중에서 참 잊히지 않는 대목이 있었다.

재수 한 언니, 삼수한 본인 그리고 단번에 대학에 합격한 동생으로 인해 5년 동안 줄곧 수험생 뒷바라지를 해야 했던 엄마. 말로만 들어도 그 고생과 조바심이 가뭄에 갈라진 논밭 같음을 알 수 있는데 그 엄마가 했다는 말이었다.

“엄마가 최순실이 아니어서 미안하다”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그것이 옳지 않음을 알지만, 모두 분노하고 있지만, 사실 세상 모든 엄마들은 최순실이 되고 싶을 것이다. 지탄의 대상이 되어도 자기 자식에게 그렇게 세상 모든 것을 다 해주고 싶은 그 맹목적인 사랑을 모를 수 없다. 물론 그 엄마는 최순실이 됐어도 최순실과 같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말이 그럴 뿐이다. 그런 엄마가 자식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세상은 뭔가 잘못된 것이다.

이날의 톡투유 주제는 숟가락이었다. 요즘이라면 누구나 일감으로 수저계급론을 떠올릴 수밖에는 없고, 그런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패널인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는 흙수저는 사실은 스텐레스 수저라고 애써 긍정적인 이야기를 했지만, 현실에서 겪는 많은 일들을 다 위로하지는 못할 것이다. 말 몇 마디로 해소될 사태가 아니지 않겠는가.

JTBC <김제동의 톡투유-걱정 말아요 그대>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가 흘러 톡투유가 끝마칠 때가 됐다. 그때 노래가 들려왔다. 그룹 디어 클라우드의 노래 ‘엄마의 편지’였다. 그 노래 중 한 줄의 가사에 사로잡혀야 했다.

“세상에 나 태어나서 제일 잘한 일은 첫째인 너를 가진 일”

참 소박하지만 위대한 고백이었다. 엄마가 자식에게 꾸밈없이 가슴 그대로를 드러낸 말. 이 말에 긴 사족을 달아봐야 쓸데없다. 그 엄마의 자식으로 태어나지 않은 내가 없기 때문이다. <김제동의 톡투유>는 늘 이렇다. 엄마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너무도 분명하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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