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스=전혁수 기자] 21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위증 혐의로 구속됐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국민들의 공분을 샀던 '법률미꾸라지' 두 명이 구속되면서, 또 다른 법률미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구속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연합뉴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을 각종 지원에서 배제하는 '블랙리스트'를 설계·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조 장관은 헌정사상 현직 장관으로서는 최초로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았다.

성창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발부한 이유로,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이 증거인멸을 시도했거나 시도할 염려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두 사람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은 뚜렷하다.

김기춘 전 실장은 압수수색을 앞둔 시점에서 사설 CCTV 영상, 서류, 휴대전화 등에 들어있는 정보를 상당량 지운 것으로 알려졌고, 조윤선 장관은 문체부 장관 취임 직후 장관 집무실 및 블랙리스트 의혹의 핵심인 예술정책국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를 교체했다.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장관의 구속 이후 특검의 칼날이 어디를 향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아진다. 특히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가 관심을 모은다.

20일 특검 브리핑에서 이규철 특검보는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수사 진행과정에 대해 "현재 기초 조사를 하고 있고 아마 추후 수사가 시작되리라 예상한다"면서 "현 단계에서는 구체적인 일정이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연합뉴스)

우병우 전 수석에 대한 특검 수사가 시작되면 지난해 검찰 특별수사팀이 수사했던 가족회사 자금유용, 아들의 꽃보직 논란, 처가 땅 차명보유, 부동산 거래 의혹 등과 함께 민정수석 재직 당시 직무유기, 직권남용 혐의 전반을 포괄할 것으로 보인다.

우병우 전 수석은 지난 2014년 최순실 씨의 최측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비위 정황을 밝혀냈지만, 묵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 씨의 국정농단을 묵인했다면 이는 민정수석으로서 직무유기다.

또한 우병우 전 수석은 최순실 씨를 이미 알고 있었을 거란 의혹도 받고 있다. 우 전 수석의 장모 김장자 씨는 최 씨가 대학생연합회장을 맡았던 구국봉사단 활동을 했고, 최 씨와 수차례 골프라운딩을 했다는 정황이 있다. 장인인 이상달 씨는 최 씨의 아버지 최태민 씨와 '호형호제'하던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병우 전 수석의 청와대 발탁 자체가 최순실 씨의 입김에 의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최 씨와 김장자 씨 사이에 인사청탁이 있었다는 의혹이다. 그러나 우병우 전 수석은 박근혜 게이트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 대부분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우병우 전 수석과 구속된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장관의 청문회 답변 태도에 대해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은 "똑같은 사람끼리 모여 똑같은 짓을 하고 있구나란 말을 하고 싶다"고 답답함을 토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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