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후 2시에 열린 개회식 도중 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본회의장을 집단으로 퇴장하는 일이 벌어졌다. 정기국회 언론악법 2 라운드가 시작된 셈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김형오 국회의장의 개회사가 장세환 민주당 의원이 “김형오는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쳤고, 나머지 민주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날치기 주범 김형오는 사퇴하라’, ‘언론악법! 원천무효!’라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어 지난 7월 미디어법(언론관계법)을 직권상정한 김 의장에 대해 항의를 표했다.

김 의장은 ‘직권상정’에 대해 민주당의 사과요구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에서 미디어법 처리가 무효라고 판단하면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라며 ‘직권상정’ 남용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9월 정기국회 개회식에는 한나라당과 타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 김형오 국회의장. 사진은 국회 문방위 민주당 의원들 항의방문이 예고된 지난 7일 의장실을 나서는 모습.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같은 9월 정기국회의 격돌은 이미 예고돼 왔다.

민주당은 오늘 오전 원내대책회의에서 이강래 원내대표는 “정기국회를 시작하는 시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여야간의 신뢰회복”이라며 “원활한 정기국회 운영을 위해서는 한나라당이 7월 22일 언론악법 날치기 처리 과정에 대한 명백한 사과와 확고한 재발방지에 대해 약속하라”고 주장했다.

또한 이 원내대표는 김형오 의장을 겨냥해 “본회의 개회식에 참석하는 것이 김형오 의장의 지난 과오를 사면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의장으로서의 권위를 지키고 품위를 세우려면 지난날의 과오에 대해서, 정중하게 사과하고 그 사과를 바탕으로 정기국회를 어떻게 끌고 갈 것인지에 대한 입장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이 원내대표는 또한 “아직 남아있는 MB악법을 또다시 일방적으로 날치기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이에 김형오 국회의장은 개회사에서 “미디어법 처리과정에서 보여드린 국회의 모습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헌법재판소가 미디어법 처리를 무효라고 판단할 경우 분명한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또 “헌법재판소의 최종판단이 나올 때까진 이와 관련한 정쟁을 중단하자”고 덧붙였다.

민주당의 집단 퇴장을 두고 한나라당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은 정기국회 개회식부터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며 ‘비신사적 구태정치’라고 규정했다.

반면 노영민 민주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미리 배포된 김형오 국회의장의 개회사에는 국회의 정상적 운영을 위해 가장 노력해야 할 국회의장의 책임에 대해선 아무런 얘기도 없었다”며 “오로지 야당에게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형오 국회의장은 국회를 파행으로 만든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감사 시기도 난항, 한나라당은 9월 VS 민주당 10월

한편, 9월 정기국회는 시작됐지만 여야는 아직 국회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9월 10일에 국정감사를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민주당은 추석 이후 10월에 해야 한다는 입장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은 “역대로 국정감사는 대부분 10월에 했다”면서 “곧 인사청문회가 있는데다 국감 준비기간을 감안하면 9월에 (국정감사를) 실시하자는 것은 하지 말자는 얘기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국정감사는 매년 9월 10일부터 20일간 행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동 법률에 따르면 국정감사 기간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때에는 이를 조정할 수 있다”고 되어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10월로 요구하는 것은 재보선 직전에 정치공세로 유리한 구도를 만들겠다는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국정감사는 은근슬쩍 넘어갈 수 있는 통과의례가 아니다”라면서 “국정감사는 한 해 동안의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민을 대신하여 국정을 점검하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는 국회의 중요한 기능"이기 때문에 졸속으로 처리할 수 없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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