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의 2막이 올랐다. YTN과 KBS에 낙하산 인사를 감행한 효과를 경험한 이명박 정권이 MBC까지 노리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이사진을 정권의 입맛에 맞춰 교체하더니 노골적인 MBC 장악 시나리오를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 김우룡 이사장ⓒ송선영
그 최전선에 김우룡 신임 방문진 이사장이 있다. 김우룡 이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MBC 엄기영 사장과 경영진의 사퇴를 노골적으로 거론하고 있다. 더하여 ‘PD수첩’과 ‘100분토론’ 등의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노골적인 적대감을 드러냈다.

엄기영 사장과 MBC 경영진에 대한 방문진의 탄압은 이미 예견되었다. 지난 7월 2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방문진 이사진의 대부분을 뉴라이트 출신의 한나라당 추천인사들로 선임 할 때부터 이명박 정권의 ‘MBC 접수’는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방문진 구성 한 달 만에 MBC의 사장과 경영진의 사퇴가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법률에 보장된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않은 현직 사장을 강제적으로 사퇴시키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는 이미 국민들에게 너무나 익숙하다.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송만들기’를 위해 KBS의 정연주 전 사장을 퇴진시킨 바로 그 방법인 것이다.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구성원들과 시민·사회단체들의 끈질긴 저항에도 불구하고 이명박 정권은 감사원, 검찰청, 국세청 등의 권력기관을 총동원하고 권력에 편승한 유재천 이사장과 이병순 사장을 앞세워 KBS를 정권의 홍보방송으로 전락시켰다. 이제 그 방식 그대로 방송장악 시나리오 2탄, 'MBC 장악‘이 진행되고 있다.

방문진은 사장 사퇴압력의 발단으로 삼았던 8월 26일, 현안보고에 이어 오는 9월 2일 ‘MBC 총괄평가’를 위한 이사회를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김우룡 이사장과 이사진들은 임기가 보장된 엄기영 사장의 사퇴를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KBS를 망가뜨린 유재천과 친위이사들이 정연주 전 사장을 강제로 해임한 행태를 반복하려 하는 것이다.

“언론은 통치자가 아니라 통치 받는 사람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신문이 권력에 봉사할 때 사람들은 이를 주구(走狗)라고 부른다. 언론은 국민이 스스로 판단하고 자유스러워질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언론은 보도하고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것이다. 권력을 감시하고,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이 언론의 본분이다. 비록 정부정책에 반하더라도 언론은 올바른 여론을 반영해야 한다. 비판과 반대는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두 축이 아니던가. 국민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언론뿐이다. 올바른 언론은 핍박받을수록 더욱 저항한다.”

언론노조의 성명이 아니다. 참여정부 시절인 지난 2004년 10월 21일 동아일보에 기고한 김우룡(한국외대)교수의 칼럼 내용이다.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 2탄’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앞장선 김우룡 이사장이 학자시절 외치던 언론의 본질이다.

▲ 서울 여의도 MBC 사옥ⓒ미디어스
단지 정권이 한번 바뀌었을 뿐이다. 언론의 가치, 민주주의의 원칙이 바뀐 게 아니다. 정권에 빌붙어 권력의 한 자락을 나누어 가질 수 있다면 언제나 내버릴 수 있는 게 학자의 양심인가?

이명박 대통령은 7월 27일, 라디오 주례연설에서 “정권이 바뀌었다고 바뀐 정권에 유리하게 보도해 달라는 것을 원치도 않고 그렇게 되지도 않을 것”이라며 “어떤 정권도 방송과 언론을 장악할 수 있다고 하는 시대는 지나갔다”고 발언했다. 그러나 오늘을 사는 국민들은 모두 알고 있다. 대한민국의 주요 방송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추악한 방송장악 음모가 결국 이명박․한나라당 정권의 방송장악 시나리오에 의한 것임을... ‘방송 정상화’라는 허울을 씌워 방송을 장악하려는 이 정권의 이중성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하는 것을...

방송은 우리 사회의 비판적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명박 한나라당 정권, 그리고 이들의 하수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김우룡 이사장과 어용 방문진 이사들에게 엄중히 경고한다. 공영방송의 눈을 가리고 입을 틀어막는 공작을 즉각 중단하라.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