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이 “MBC 사장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원칙이다”면서도 “그렇지만 경영에 실패했을 때에는 책임을 지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당연히 대주주로써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라는 민주당 의원들의 요구에 “개별적 프로그램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면서도 “경영에는 프로그램 편성도 포함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오늘 오전 10시 30분 국회 문화체육관관방송통신위원회(이하 문방위) 소속 민주당 전병헌, 조영택, 장세환, 김부겸 의원 등은 엄기영 MBC 사장 사퇴 요구에 항의하기 위해 방문진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전병헌 의원은 “경영의 현황과 회사의 상황을 살펴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대주주라고 해서 경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간섭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소유 경영의 분리’의 원칙을 강조했다.

▲ 9월 1일 오전 10시 30분 문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방문진 김우룡 이사장에 항의하러 와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상단 우측에 앉아있는 김우룡 이사장의 모습ⓒ권순택
전 의원은 “언론보도를 통해 나오는 이사진의 발언들은 보면 이 원칙들이 모두 흔들리고 있어서 유감스럽고, (정권에서) KBS에 이어서 MBC까지도 흔들어대고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전 의원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 공정성을 유지하는 생명줄은 경영진의 임기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며 엄기영 사장에 대한 사퇴 요구 중단을 요구했다.

장세환 의원도 “방문진 이사진 자격으로 업무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시비해서는 안 되지만 그 권한을 벗어나는 발언은 안된다”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여당 추천 이사들의 ‘잘못된 발언’으로 “법적으로 보장돼 있는 사장임기가 남았음에도 물러나야 한다는 식으로 발언을 한다든지, 특정 프로그램에 대해서 잘못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 등”을 꼽으며 이에 대한 해명을 촉구했다.

또한 그는 “김 이사장이 언론이 정치적으로 독립되어야 하며 권력에 비판적이어야 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서 “그러신 분이 지금 하시고 계신 것을 보면 정 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영택 의원 역시 “점령군처럼 들어가서 사장의 거취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은 월권을 넘어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의원들의 요청에 대해 김 이사장은 “임기를 보장하는 것은 원칙이다”면서 “그런데 MBC의 경우 일부 프로그램의 조작, 날조된 내용을 유포해 국민들의 불안을 조성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영진이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하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경영에 실패했을 때에는 대주주로써 책임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PD수첩>이 날조됐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법적으로 아직 결정된 바 없으며 경영진에서 사과방송을 하기도 했다”며 “<PD수첩>이 전 국민에게 광우병에 대해 일깨워서 정부에서도 두 차례나 재협상을 했던 것이 아니냐”고 맞섰다.

그는 “정권이 바뀌었다고 해서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들어와서 개별 프로그램에 대해 개입하고 경영진의 퇴진을 논하는 것은 온당하지 않다”며 김 이사장의 정치적 편향성을 꼬집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정치적 독립성을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 “어느 당에도 가입한바가 없다”고 말해 정치적 편향은 ‘오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경영에서 편성과 편집을 제외하면 자칫 월급주고 빌딩관리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경우에 따라서는 포괄적으로 이야기하겠지만 개별 프로그램을 ‘넣어라’, ‘빼라’, ‘옮겨라’하는 것은 앞으로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전 의원은 “한나라당 추천으로 방송위원을 역임했고, 18대 국회에서는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 공동위원장을 하면서 최소한도의 여론조사도 진행되지 않도록 하는 데 일조 한 분으로 알고 있다”며 “당적을 가진 적이 없는 것이지 정치에 있어서 편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일반 사람들의 판단”이라고 김 이사장의 발언을 일축시켰다.

전 의원은 마지막으로 “18대 국회에 들어오기 전에는 미디어 신뢰도는 KBS가 부동의 1위였지만 불법적으로 사장을 몰아내고 난 이후 20%대로 떨어졌다”면서 “언론사의 가장 큰 평가의 잣대는 국민들의 신뢰도”라고 강조했다.

김 이사장은 “40년 만에 MBC에 대한 관리감독의 책임을 맡게 됐다”면서 “MBC 경영진에 대해 내일 오후 2시 이사회에서 보고를 듣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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