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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재발견된 보석들 : 왕지혜, 배그린, 현빈[하재근의 TV이야기]
하재근/문화평론가 | 승인 2009.08.31 17:39

최고의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쓸쓸히 막을 내렸다. <스타일>처럼 어이없는 작품도 화제작으로 떠오르는 판인데, <친구, 우리들의 전설>같이 잘 만든 작품이 이렇게 무관심과 냉대 속에서 퇴장하다니. 확실히 세상은 부조리하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영상미, 긴장감, 무게감, 몰입도 등 어느 것 하나 나무랄 것이 없었다. 단지 문제가 있다면 깡패를 지나치게 멋지게 그려냈다는 것. 이점만큼은 확실히 실망스러웠다.

그러나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멋진 깡패들의 잔인한 폭력’이라는 아쉬움으로 가릴 수 없는 강력한 미덕이 있다. 이 작품은 중반부에 아픈 인간들의 이야기를 훌륭하게 그려냈다. 그것은 폭력 깡패극인 영화와 다른,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만의 독자적인 매력을 창출해냈다.

영화 <친구>가 멋있었다면,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아팠던 것이다. 보는 사람을 아프게 만드는 처연한 이야기가, 영화제작팀의 사전제작으로 만들어진 최고의 영상미로 펼쳐진 작품이었다. 그런데 왜 망했을까?

   
  ▲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기본적으로 주말 심야편성이라서 불리했고, 결정적으로 칙칙한 이야기라서 불리했다. 게다가 극 초반에 영화와 같은 내용을 교차편집한 것은 혼란을 초래했고, 폭력과 모자이크는 거부감을 불렀다. 5회부터 최고의 드라마가 펼쳐졌지만 위와 같은 악재들은 결국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비운의 작품으로 만들고 말았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건, 상업적 성공여부와 별개로 이 작품이 보석처럼 빛나는 배우들을 남겼다는 점이다. 모든 배우가 빛나 보이는 정말 보기 드문 드라마였다. 주요 인물들과 그 인물들의 주변에 있는 교사, 가족, 선후배 등이 모두 빛이 났다. 하여 그중에 일부를 콕 찍는 건 괴로운 일이나, 젊은 배우들 중에선 꼽자면 왕지혜, 배그린, 현빈 등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재발견된 보석들 왕지혜와 배그린

왕지혜는 <친구, 우리들의 전설>의 친구 네 명 중에 무려 세 명이 좋아하는 로맨스의 핵심적 인물이었다. 만약 왕지혜의 캐릭터가 설득력이 없거나, 매력이 없거나, 혹은 연기가 어설펐다면 작품은 붕괴지경에 처했을 것이다.

왕지혜는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훌륭하게 감당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여자이므로 단순하게 예쁘고 섹시하면 된다는 차원이 아니었다. 왕지혜는 본인이 어찌할 수 없는 비극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서도 자존감을 잃지 않는 연약하지만 강한 캐릭터였다. 그녀의 기본적인 정조는 아픔이었다. 아픔과 슬픔, 그러면서도 잃지 않는 의지. 이런 성격을 그녀가 온전히 표현했기 때문에 세 명이 그녀를 좋아한다는 설정에 설득력이 생길 수 있었다.

영화 <친구>에서 그녀의 캐릭터는 그냥 미모로 친구들을 매혹시킨다는 전형적이고 수동적인 인물이었다. 영화에서 그녀의 캐릭터를 유명하게 한 건, 뇌쇄적으로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부르는 장면과 유오성의 ‘벌렁벌렁’ 폭언이었다. 드라마에선 이 두 가지가 아닌 그녀 자체의 비극적이고 복합적인 매력이 부각됐고 왕지혜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그것을 소화해냈다.

왕지혜는 데뷔한 지 몇 년 된 배우다. 하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비로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세상에 존재를 알린 것을 축하한다.

왕지혜가 ‘아픔’의 인물이었다면 배그린은 ‘밝음’을 표현했다. 그녀는 이시언과의 알콩달콩 명랑한 사랑놀음으로 <친구, 우리들의 전설>을 우울함의 늪에서 구원했다. 극의 구성상 출연비중이 현저히 작았지만, 그 속에서 자신의 매력을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배그린과 이시언의 천연덕스러운 연기가 만약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아닌 일반적인 주말드라마에서 나왔다면 훨씬 널리 알려졌을 것이다. 아쉬운 일이다. 데뷔 3년차 중고신인 배그린의 앞날을 기대해본다.

   
  ▲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MBC  
 

현빈의 재발견

현빈은 작품 초기 장동건과 비교되며 평가절하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이 1회부터 4회까지 영화와 같은 내용을 교차편집하는 구성을 취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비교를 당하며 아류 취급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작품 중반 이후 현빈이 보여준 모습은 결코 장동건의 아류가 아니었다. 현빈은 장동건의 동수가 아닌 자신만의 동수를 창조하는 데 성공했다. 장동건의 동수는 마초적이고 공격적이었다. 반면에 현빈의 동수는 서정적이고 처연했다.

현빈은 과거에 몇몇 청춘 드라마의 꽃미남 캐릭터로 이름을 알렸다. 현빈을 상징하는 건 뺨이 쏙 들어가는 예쁜 미소였다. 하지만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서 현빈은 그런 이미지를 완전히 버렸다. 그가 여기서 보여준 건 예쁜 미소가 아닌 아픈 눈빛이었다. 그것은 배우로서의 현빈을 재발견하게 했다.

영화에선 유오성이 주인공으로 보였지만, 드라마 <친구, 우리들의 전설>에선 장동건 캐릭터인 현빈이 주인공처럼 느껴질 정도로 현빈의 눈빛은 사람의 마음을 끌었다. 현빈에 비해 상대적으로 밋밋해보였던 김민준은 마지막 회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지만, 작품 전체를 놓고 봤을 때는 네 친구 중에 현빈의 존재감이 가장 컸다.

훌륭한 작품은 배우까지도 빛나게 하는 법이다. <친구, 우리들의 전설>은 주연부터 조연까지 모든 배우들을 빛나게 하는 괴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가치를 입증했다. 이런 작품이 냉대 속에 스러져 간 건 안타깝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ooljiana.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다. 성룡과 퀸을 좋아했었고 영화감독을 잠시 꿈꿨었던 날라리다. 애국심이 과해서 가끔 불끈하다 욕을 바가지로 먹는 아픔이 있다.

하재근/문화평론가  webmaster@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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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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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jj 2009-09-01 12:30:32

    현빈의 재발견이라고 하시는데...
    부산 사람들...현빈의 사투리 때문에 집중이 안된다고 다들 그랬습니다..
    가끔씩 전라도 사투리까지 구사하시던데요...솔직히 많이 당황했습니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제작일정에 많은 제약이 있었으리라 생각하지만....

    하지만 현빈의 말도 안되는 지역불명 사투리때문에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는 은기역의 손안모씨의 연기는 더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너무 비교가 되더군요...
    연극배우라고 하시던데...정말 연기처럼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정말 은기라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아 정말....왜 현빈을....
    곽감독님의 최대 실수....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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