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문재인은 공산주의자’ 발언으로 법원으로부터 3000만원 배상 판결을 받았던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이 “MBC는 ‘태극기 집회’에서 절대적으로 환영받는다. 이 집회에서는 MBC만 행사차량에 탑승이 가능하다. JTBC는 들어오지도 못한다”고 극찬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방문진 이사에 따르면, 고영주 이사장은 19일 오후 2시 여의도 방문진 사무실에서 열린 정기이사회에서 MBC 김장겸 보도본부장의 업무보고를 받던 도중 “집회 인원이 많다고 민심이 아니다. 또 1월7일부터는 태극기 집회가 촛불집회 인원보다 2배 많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연합뉴스)

1월7일부터 촛불집회 참여인원보다 보수단체의 태극기 집회 참여 인원이 더 많았다는 고 이사장의 주장은 경찰 추산을 기반으로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경찰은 촛불집회 참석인원을 2만4000여명, 보수단체 집회 참여인원을 3만7000여명으로 추산했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경찰추산 결과는 큰 문제가 있다. 우리는 (인원추산)근거를 요구할 것”이라며 “광화문광장 양 도로와 사거리, 시청 방향으로 수많은 시민들이 운집했다. 11주째 광화문에 오는 시민들에 대한 경찰의 흠집내기”라고 비난한 바 있다.

이날 고 이사장은 김장겸 보도본부장에게 “여러 매체가 왜곡 조작방송을 하니까. 애국 시민들이 MBC만 보고 있다”면서 “조만간 MBC 시청률이 확 높아질 것이다. 지금처럼 공정성을 잘 유지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야당 추천 유기철 이사는 고 이사장의 발언에 대해 “공영방송 이사장이 이렇게 편향된 시각으로 편파방송을 부추길 수 있는가”라며 “고 이사장은 양쪽 집회에서 MBC가 환영받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게 순리 아닌가.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김장겸, MBC뉴스 시청률 하락 "공정 보도했기 때문"

이날 김장겸 MBC 보도본부장은 2016년 보도국 업무를 통해 “4.13 총선 개표, 사드배치, 최순실 게이트 등을 공정성과 객관성에 기초한 보도를 하려고 노력했다”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보다 시청률이 더 떨어져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고 밝혔다.

지난 16일 오후 열린 방문진 임시이사회에 참석한 안광한 MBC 사장은 “지난해 11월 ‘최순실 사건’의 영향으로 뉴스 시청률이 하락했다”면서도 “사회적 관심도에 비해 초반 뉴스 방송량이 상대적으로 적고 오보 방지와 선정적 뉴스 경쟁을 자제하는 뉴스 기조가 시청률 측면에서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안광한 MBC 사장

안 사장은 향후 보도 시청률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도 “대선과 개헌이라는 큰 사안에서 이슈 발굴과 심층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보도·시사 분야에서 기획과 심층성 강화에 주안점을 두겠다”면서 “앞으로도 선정적 보도 경쟁을 지양하고 중립적 보도와 민주적 여론 형성으로 시청자 신뢰와 공감대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뉴스 시청률과 신뢰도 하락은 그간 MBC가 보여준 모습을 집약해서 나타내는 결과”라며 “안 사장은 이런 현실에 대해서 솔직하게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MBC에 대한 여론조사 및 학자들, 언론인들의 평가를 보면 채널 이미지가 손상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그럼에도 안 사장은 본인에 대한 비판을 모두 정치적인 입장 차이로 몰아가고 있다. 그 자체가 안 사장이 정치적으로 편파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난 4일 MBC '막내기자' 3명이 '보도 참사'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를 내고, 책임자 사퇴 등을 요구하는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유튜브에 올렸다. 왼족부터 이덕영, 곽동건, 전예지 기자. (사진=유튜브 화면 갈무리)

MBC 보도부분 시청률 하락에 대한 MBC 내부 구성원들의 진단도 안 사장과 김 보도본부장의 생각과는 달랐다. 지난 4일 MBC 막내 기자들 3명은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MBC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을 요청하는 ’MBC 막내기자의 반성문‘이란 제목의 영상을 유튜브 등에 올렸다.

이후 최기화 보도국장은 해당 영상을 올린 기자들에 대해 경위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에 기자협회 소속 96명의 기자들은 ’막내기자들의 경위서, 선배들이 제출한다‘는 영상을 만들며 반발에 나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 당시 '보도참사'라고 불릴 정도로 뉴스의 편향성이 심각한데도 이를 개선하기는커녕 누구도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현 상황을 비판하기 위한 MBC 기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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