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구속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특검은 김기춘 전 청와대비서실장과 현 조윤선 문화체육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오랜 공방 끝에 실체를 드러낸 문화예술인 대상의 블랙리스트 때문이다. 블랙리스트는 위헌이다. 헌법과 법률을 수호해야 할 정부가 위헌을 저지른 것은 단순한 불법의 차원을 넘는 심각한 문제이다.

늦었지만 다행으로 문화부 블랙리스트가 세상에 알려진 이상, 이제는 이 은밀하고 졸렬한 블랙리스트가 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면 블랙리스트가 모두 사라졌을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황교익 페이스북 갈무리

18일 늦은 밤, 맛칼럼니스트 황교익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충격적인 내용을 고발했다. 갑자기 출연키로 했던 KBS로부터 ‘출연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이미 열흘 전쯤 담당 피디와 작가를 만나 방송 내용에 대한 강연 내용까지 서로 확인했다는 황교익의 출연정지 사유는 ‘특정 정치인을 지지’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황교익 씨는 지난 14일 더불어포럼에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황교익 씨는 선거기간도 아닌 때에 특정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이 방송출연금지의 이유가 될 수 없다고 항의의 뜻을 밝혔다. KBS 측에서 다시 연락이 왔으나 달라진 것은 없었다는 사실만 재확인했을 뿐이다. 문화부 블랙리스트와 마찬가지로 황교익 씨가 KBS에 출연을 못하게 된 단 하나의 이유는 문재인을 지지했다는 것이다.

황교익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서 “이 신념은 나의 권리이고, 나의 자유이다. KBS는 나에 대한 협박을 거두라. 그리고 사과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황교익 씨가 KBS 아침마당에 출연해 강연할 내용은 ‘맛있는 식재료 고르는 요령’이었다고 한다.

황교익 (사진 SBS 스페셜)

황교익 씨가 더불어포럼에 가입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사실이다. 오히려 이런 일들을 통해 더 알려지게 된다는 사실이 더 아이러니하다. 또한 강연 내용으로 보아 시청자 누구도 정치적 동기를 갖고 티비를 볼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할 수 있다. 과연 황교익 씨의 출연을 막아야만 했을까? 황교익 씨 말대로 현재는 선거기간도 아니지 않은가.

아마도 이것은 일종의 신호탄이자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이 일은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또 하나의 블랙리스트를 떠오르게 한다. 바로 방송인 블랙리스트다. 떠오르는 인물들이 있다. 김미화, 김제동, 윤도현 등. 특히 방송인 김미화는 블랙리스트로 인해 KBS에 출연하지 못한다는 발언으로 인해 피소를 당했었다. 그러다 4개월 만에 KBS의 소취하로 소송전은 마무리가 됐지만 그 원인이 됐던 블랙리스트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지 못하고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황교익 씨 문제 하나로 블랙리스트의 존재 유무를 따지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가 우리들에게 준 절망적 팩트는 설마가 모두 사실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황교익 씨 사안이 단순해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특검이 됐든 아니면 검찰이 됐든 방송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할 것이다. 아직 블랙리스트와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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