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어떤 스포츠보다도 '평균'을 중요시 여긴다. 투수와 타자를 평가하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라고 할 타율과 방어율이 일단 평균값이다. 팀 간의 순위를 매기는 승률도 평균값으로 따진다. 야구의 오랜 격언 가운데 하나가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것이지만, 실제 야구는 처음부터 끝까지 확률 즉, 평균을 맞춰가는 게임이다.

야구가 어려운 이유이다. 동네 축구는 있지만 동네 야구는 드문 이유이기도 하다. 야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연습과 훈련이 없으면, 흉내조차 내기 어렵게 설계되어 있는 종목이다. 예컨대, 동네 축구의 경우 달리기를 월등하게 잘하면, 다른 걸 좀 못해도 중간은 갈 수 있다. 키 180cm에 탄탄한 근육질의 몸매라면 역시 육탄 저지로 그럭저럭 수비수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야구는 아니다. 달리기를 잘한 들, 근육질의 몸매이든 무용지물이다.

▲ KBS2 TV의 '천하무적 일요일' 코너 <천하무적 야구단> ⓒKBS
<천하무적 야구단>의 재미는 여기서 출발한다. 애당초 임창정, 이하늘, 김창열이 주축이 되어 시작 된 이 프로그램은 스스로들이 연예계 평균 이하임을 번뇌하거나 부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각각 과거의 톱스타, 늙은 사자, 전직 스트리트 파이터로 불린 이들은 A급을 찾아다니는 것으로 쇼는 시작됐다.

이후 멤버에 마르코, 한민관, 마리오 등이 합류하고 외모만큼은 A급이라고 할 김준과 오지호까지 결합하면서 <천하무적 야구단>은 시합을 뛸 수 있는 최고 인원이라고 할 9명의 정예(?) 멤버를 갖추었다. 평균을 낼 최소 조건은 갖춰졌지만, 애당초 이들의 실력은 견적이 안 나오는 것이었다.

프로그램을 제안했던 임창정, 이하늘, 김창열과 원래 연예인 야구팀에서 야구를 했던 오지호를 제외하자면, 멤버들의 야구 실력은 그야말로 TV야구 관람을 즐기는 카우치 포테이토(couch potato)족의 수준을 넘지 않았다. 특히, 2PM을 제치고 가뿐히 '들짐승'계의 원조로 자리매김한 마르코의 경우는 야구의 어려움, 평균 이상의 수준에 이르기 위한 노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경우였다. 부러운 신체 조건과 놀라운 운동신경을 가진 마르코였지만, 그는 야구의 룰조차 몰랐다. 그저 방망이를 휘둘러 공을 맞추고, 열심히 뛰어다녔지만 시합에 투입하기엔 모든 것이 부족한 선수였다.

그렇게 <천하무적야구단>은 중학교 팀에게 콜드게임으로 지고, 지옥훈련을 떠났다. 그 버라이어티의 문법은 한때 대한민국 평균이하 임을 강조하던 <무(모)한 도전>의 그것과 닮아 있었다. 그들은 확실히 야구를 하기엔 평균 이하였다. 평균 이하들의 도전기, <천하무적야구단>의 가장 기본적인 재미이다.

야구와 관련된 유명한 농담 중에 이런 것이 있다. 야구장을 함께 찾은 연인. 야구를 모르는 여자가 남자에게 계속 질문을 한다. '오빠, 저건 왜 저래?', '오빠, 저건 또 왜 저래?' 등등등. 친절히 대답하던 남자의 목소리도 점점 지쳐가고, 드디어 여자가 결정적인 질문은 던지다. 상황은 투수가 타자에게 볼넷을 주어 누상에 있던 주자들이 걸어서 한 루씩 진루하는 상황, 여자가 묻는다. "오빠, 저 사람들이 이젠 왜 걸어가?" 가뜩이나 경기가 안 풀려 슬슬 불쾌지수가 오르고 있던 남자가 대답한다. "그럼, 누가 업어다 주랴?"

물론, 남자의 시각만 대변한 술자리 농담 수준의 얘기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야구의 룰이 그만큼 복잡하단 얘기다. 실제로 야구는 선수들이 시합 중에 룰을 헷갈리는 일이 종종 벌어질 정도로 까다로운 종목이다. 3아웃의 개념조차 잡혀있지 않던, 마르코가 갖은 놀림과 희롱을 극복하며, 스스로 '야구박사'가 됐다고 대견해하는 <천하무전야구단>의 진화는 그 자체로 야구가 대중문화에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야구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굉장히 다르게 보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야구에 관심 없거나 최근 국제경기 한 두 게임을 본 이에게는 출연진들의 허술한 플레이가 속출하는 몸 개그 프로그램으로 보일 수도 있다. 야구를 아주 예전에 좋아했던 이들에게는 야구를 다시 하고 싶어지게 만들 것 같다. 막상 사회인 야구를 직접 해본 이들은 천하무적 야구단 멤버들의 얼핏 엉망 같아 보이는 플레이에서 예전 자신의 모습을 보거나 현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천하무적야구단>이 너무 빠른 시간에 너무 잘 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더 높은 곳을 향해 진전하되 그 꾸준함이 가장 보편의 리듬 이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야구이건 아니건, 스포츠로 삶을 설명할 수 있다면 그런 것 아니겠는가. 누구나 9회말 2아웃의 기적을 꿈꾸지만, 그 기적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9회말 2아웃까지 경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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