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22일, 한나라당의 언론관련법이 국회의장 직권으로 상정된 뒤, 조중동과 매일경제 등이 방송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언론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신청한 권한쟁의심판 및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아직 나지 않은 상황이지만, 이들은 언론법 ‘통과’를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방송 진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조중동을 비롯해 매일경제, 국민일보 등은 사실 이미 방송에 진출해 있다. 언론관련법 개정과 관계 없이 보도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이 아니면 케이블TV와 같은 유료방송 진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조선일보는 비즈니스앤, 중앙일보는 QTV, J골프, 카툰네트워크, 지주회사 ISPLUS, 매일경제는 MBN, 한국일보는 석세스TV, 국민일보는 쿠키TV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다면 이미 유료방송 시장에 진출해 있는 신문사가 종합편성채널에 진출한다면 어떻게 될까? 종합편성채널은 기존의 지상파 방송과 비교했을 때 케이블을 이용해 송출한다는 점만 다를 뿐 교양, 보도, 오락 등 프로그램 편성은 지상파 방송과 동일하다.

▲ 중앙일보사 사옥 ⓒ미디어스

중앙일보, 방송본부 출범식 열어 방송 진출 선언

지난 1999년 제일기획의 Q채널을 인수해 중앙방송을 설립하며 가장 먼저 유료방송 시장에 진출한 중앙일보는 2005년에는 J골프, 2006년에는 카툰네트워크 코리아 등의 채널을 잇따라 런칭했다. 또 지난 7월 11일에는 교양, 다큐멘터리 채널인 Q채널을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한 ‘리얼 엔터테인먼트’ 채널 QTV로 바꾸는 등 방송 진출을 위한 단계를 차근차근 밟고 있다. QTV의 채널법인 중앙미디어Q채널유한회사는 중앙미디어네트워크의 IS PLUS(구 일간스포츠) 방송부문과 글로벌 미디어 그룹 타임워너의 방송 자회사인 터너 브로드캐스팅시스템의 합작 투자를 통해 탄생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13일 중앙일보는 홍석현 회장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일보 방송본부 출범식을 열어 방송 진출을 선언했으며, 14일 지면을 통해 김수길 전 발행진 겸 신문제작총괄을 방송본부장으로, 김교준 전 논설실장 방송사업단장으로 임명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면을 통해 “지상파 막장드라마는 선정적”이라며 여러 차례 비난한 바 있는 중앙일보 케이블TV의 경우, 지상파의 막장 수준을 넘는 선정적인 방송을 하고 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많은 케이블TV임을 감안하더라도 QTV 프로그램의 선정성은 도가 지나치다.

현재 QTV는 <포토그래퍼> <열혈기자> <20세기 차트쑈 소년중앙> <The Moment of Truth KOREA> <연애반란 : 내 애인을 부탁해> <왕관은 내꺼야> <비하인드> 등 모두 7개의 프로그램을 자체제작 하고 있다. 방송인 정은아, 붐, 개그맨 김구라, 윤형빈, 정준하, 정형돈 등 인기 연예인들이 MC로 활약하고 있으며, 방송 시간도 밤 11시 혹은 12시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이 대부분이다.

최고의 사진작가를 발굴한다는 서바이벌 형식의 <포토그래퍼>와 실제 연예기자에 도전해 최후에 남는 1인이 일간스포츠 연예부 기자로 입사하게 되는 <열혈기자>, 과거 유행 아이템 등을 정리해 차트쇼 형식으로 보여주는 <20세기 차트쑈 소년중앙>를 제외한 다른 프로그램의 경우, 다루는 주체 자체가 선정적이며, 영상 또한 노골적이다.

▲ 'The Moment of Truth KOREA' 4회 화면 캡처

매주 토요일밤 12시에 방송되는 <The Moment of Truth KOREA>는 1억원의 상금을 놓고 벌이는 진실게임 토크쇼로, 높은 단계로 올라갈수록 상금 액수는 커지고 마지막 질문까지 진실을 답할 경우 1억원의 상금을 얻게 된다.

과거 재연배우를 했던 김 아무개씨(여성)가 출연했던 제4회 방송의 경우, ‘성관계’ ‘낙태’ 등의 단어가 들어가는 선정적인 질문들로 가득했다. 이 프로그램의 경우 관람 연령은 15세이지만 MC인 김구라씨가 여성 출연자에게 했던 다음과 같은 질문이 15세에 적당한 질문인지는 알 수 없다.

당신은 유명 연예인의 성관계 장면을 눈앞에서 본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전 남편이 아닌 다른 사람의 아이를 낙태한 경험이 있습니까?
당신은 대한민국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과 성관계를 한 적이 있습니까?
당신은 전 남편과의 성관계 횟수가 다른 남자와의 성관계 횟수보다 더 많습니까?
당신은 남자와의 성행위 장면을 녹화한 적이 있습니까?

매주 목요일밤 12시에 방송되는 <비하인드>도 선정적이기는 마찬가지다. 현재까지 방송된 주제를 살펴보면 ‘100% 부킹의 진실’ ‘보여주고 싶어요. 바바리맨!’ ‘유부남녀 연애시대’ ‘휴가의 목적’ 등으로, 방송은 나이트클럽, 바닷가의 부킹, 불륜 남녀의 모습 등을 보여준다.

‘이면에 숨겨진 비밀을 들여다본다’는 이 프로그램에서는 해운대 바닷가에서 부킹을 하는 남녀의 모습과 불륜커플들이 자주 드나드는 명소, 나이트클럽 안에서의 부킹 모습, 고등학교 주변에 자주 등장하는 노출증 환자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전국의 미인대회를 싹슬이 해 돈도 벌고 화제도 돼보자”는 취지의 프로그램인 <왕관은 내꺼야>는 ‘미녀 7명’이 각 지역의 미인대회에 참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7명의 여성들은 ‘단양 철쭉 아가씨 선발대회’ ‘비키니 선발대회’ 등에 참가해 1등을 목표로 경쟁한다. ‘여성의 성을 상품화한다’는 논란에 직면해 있는 미인대회를 주제로 삼은 것도 문제지만, 방송에서 여성들이 비니키 수영복을 입은 모습 등 선정성을 이용해 자극적인 방송을 하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 '비하인드' 8회 "휴가의 목적" 화면 캡처

지상파 막장 비판해온 중앙일보, 자사 케이블TV의 막장은?

그동안 중앙일보는 지면을 통해 “배신과 불륜과 같은 단골 레퍼토리가 자주 등장하는 지상파 드라마는 막장”이라고 폄훼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7월25일치 8면 <다큐는 조작, 예능은 표절, 드라마는 막장 … 대한민국 방송 그들은>을 통해 “막장 괴물’은 주로 드라마 쪽에 출몰한다”며 “무리한 설정과 불륜·패륜으로 가득한 ‘막장’ 드라마가 우리 안방 극장을 삼켜버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어 “하지만 최근 방송사들은 입만 열면 “방송의 공공성”을 외치고 있지 않은가”라며 “조작·표절·막장에 이처럼 눈감고 있으면서 공공성을 외치는 게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정작 무리한 설정과 불륜 등으로 막장 요소가 가득한 것은 지상파 드라마 뿐 아니라 종합편성채널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중앙일보의 자사 케이블TV도 마찬가지였다. “막장 방송을 하면서도 방송사들은 입만 열면 방송의 공공성을 외치고 있다”고 비판했지만, 막장 방송을 하면서도 방송사들을 향해서만 “방송의 공공성을 외치고 있다”고 비난한 셈이다.

중앙일보는 지난 6월23일치 42면 사설 <‘막장 드라마’에 ‘막말’까지 … 막가는 방송>을 통해서는 “방송통신심의위가 ‘막말 방송’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반말·비속어·은어 등 방송에 적합하지 않은 언어를 사용한 횟수가 가장 많은 김구라씨는 지난해 말 심의에서도 ‘막말 진행자’ 1위였다”며 “그런 김구라씨에게 ‘씨’라는 경칭을 붙이기도 거북하다”고 맹비난했다. 현재 김구라씨는 ‘막말을 반복하는 진행자에게는 출연 기회를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한 중앙일보 케이블TV인 QTV의 MC를 맡고 있다.

이에 대해 조준상 공공미디어연구소장은 “중앙일보가 Q채널을 종합편성채널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삼고 있는 것 같다”며 “종합편성채널로 갈 경우, Q채널의 방송 내용등도 들어가게 될 것인데, 그렇다면 그동안 중앙일보가 비판했던 지상파의 막장과 사실상 같아지는 것으로 중앙일보가 그때 가서 뭐라고 할지 궁금하다”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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