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년 전 오늘, ‘구본홍 출근 저지 투쟁’을 이어갔던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가 이제는 ‘출근 투쟁’을 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27일 오전 8시 서울 남대문로 YTN타워 1층, 노종면 지부장을 비롯한 해직자 6명은 회사에서 고용한 안전요원들을 향해 “들어가겠다” “비켜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들은 안전요원들의 스크럼에 막혀 노조사무실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YTN은 지난 21일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임시 대표이사) 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 결과가 공개된 것과 관련해, 해직자에 대한 회사 출입 금지 조치를 밝혔으며, 26일에는 노조사무실을 포함해 회사 출입을 전면 제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회사 쪽의 이러한 조치로 오늘 YTN타워 1층에는 약 15명의 안전요원이 배치됐다. 이들 가운데 5명은 스크럼을 짜고 해직자들의 출입을 전면 차단했으며, 2명은 디지털캠코더로 해직자와 노조원들의 모습을 채증했다.

▲ 8월27일 오전 8시, 노종면 지부장을 비롯한 해직자들이 노조사무실로 향하려 하자 안전요원들이 이를 막고 있다. ⓒ송선영
해직자들은 “들어가겠다. 비켜달라. 방문증을 발급받으라고 해서 방문증을 받았는데 무슨 이유로 막냐”며 “언론사에서 이게 무슨 일이냐”고 강하게 성토했다. 이들은 안전요원들을 향해 ‘책임자가 누구냐’ ‘왜 막는지 설명을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안전요원 뿐 아니라 회사 쪽 관계자 그 누구도 해직자들의 물음에 답하지 않았다.

이 과정을 먼발치에서 지켜보던 총무국장은 ‘노조원 출입을 막는 이유가 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근본적인 원천 봉쇄는 아니다”라며 “회사에서 노조의 활동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이어 ‘그 판단이 된 노조의 활동이 뭐냐’는 등의 질문이 이어지자, 안전요원 직원 두 명은 “(총무국장을) 누가 부르신다”며 황급히 그를 데리고 자리를 떴다.

노조는 오전 8시25분부터 YTN 정문에서 약 70여명의 노조원이 모인 가운데 배석규 직무대행을 규탄하는 손팻말 시위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는 지난 26일 지역 근무를 희망하지 않는 보도국 기자 5명을 지역으로 발령한 회사 쪽의 인사에 대한 규탄 목소리도 이어졌다.

“보복성 징계가 분명하기 때문에 인사는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 어제의 인사 조치가 얼마나 부당한지는 따로 말하지 않아도 (노조원들이)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눈물을 흘렸다. 법적으로 바로 대응할 것이다.” (노종면 지부장)

손팻말 시위를 마친 해직자들이 다시 노조사무실 출입을 시도했으나 안전요원들이 끝내 저지하면서 결국 이들은 1층 로비 곳곳에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일년 전과 달라진 점은?

현재 YTN이 일 년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지난해 노조는 구본홍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는 투쟁을 했던 반면, 오늘은 출근을 하기 위해 출근 투쟁을 했다는 점이다. 손팻말에 등장하는 대상도 바뀌었다. “구본홍은 사퇴하라”라고 손팻말을 장식했던 문구는 “제왕행세 사장대행 배석규는 물러가라”라는 문구로 바뀌었다. 1년 만에 상황이 바뀌게 된 데에는 구본홍 전 사장의 사퇴와 배석규 직무대행의 잇단 강경조치가 주요한 원인이 됐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은 점도 있다.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와 징계를 목적으로 위해 열리는 인사위원회가 공통점이다.

▲ YTN노조원 70여명이 "배석규는 물러가라"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송선영
갑작스러운 인사 조치

YTN은 지난해 8월26일 오후, 보도국 부장 인사를 단행했다. 당시 노조는 “구본홍씨와 사측이 예정에도 없던 보도국 부장인사를 강행했다”며 원천무효를 선언하는 등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어 27일 오전, 노조원 60여명은 편집회의를 위해 회의실에 모여있던 부서장들을 향해 “우리들이 방송독립을 외치는 것은 투사여서가 아니라, 여기 계시는 선배들이 가르쳐준 대로 '언론의 길' '기자의 길'을 행동으로 옮기고 있는 것인데, 왜 가르쳐준 선배들은 침묵하고 있냐”며 강하게 항의했다. 이어 9월1일에는 사원인사를 강행했으며, 이에 노조원들은 ‘인사 불복종 투쟁’을 이어간 바 있다.

정확히 1년 뒤, YTN은 지난 26일 지역 근무를 희망하지 않은 보도국 기자 5명을 오는 2010년 6월 지방선거 취재와 관련해 ‘지역취재역량 강화’를 이유로 대전, 대구, 울산, 광주, 부산 등 5개 지역으로 발령했다. 회사는 “징계성이 아닌, 원칙과 기준을 가진 인사”라고 강조했지만, ‘오비이락’인지 발령이 난 기자 5명은 노조 활동을 하는 동시에 젊은 사원의 모임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이들이었다.

지역 발령을 받은 한 기자는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지역으로 가는 것은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일을 해야 하는 것이기에 사전 예고 혹은 본인의 동의가 있어야 했지만 이러한 부분은 없었다”며 “회사에서 봤을 때 지역으로 발령한 5명이 노조 활동을 할 뿐 아니라 젊은 사원들의 모임의 주축이라고 생각해서 발령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부당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가기 싫다”고 덧붙였다.

노조도 이에 대해 오늘 성명을 내어 “이들은 지국발령을 예고하면서 보복의 성격은 아니라고 했던 배석규의 말은 역시 거짓이었다”며 “이번 지국발령을 사실상의 징계요, 치졸한 보복이라고 규정한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들은 “언제 선거를 열달이나 앞두고 인력을 배치했던가. 언제 본인 동의 없이 지국발령을 낸 적이 있던가. 엄연히 근무지를 특정해 인력을 선발하는 YTN의 공채 제도는 어디로 갔는가”라고 물으며 “돈 주고 산 용역 뒤에 숨어 알량한 인사권을 휘두르는 배석규는 법을 어긴 대가와 함께 비겁의 대가도 치르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징계를 목적으로 한 인사위원회

YTN은 지난해 8월25일 오후 4시, ‘포괄적 인사를 논의하는 자리’를 이유로 인사위원회를 진행하려 했다. 그러나 노조가 “일부 노조원들을 징계하기 위한 인사위윈회”로 규정하며, 강하게 항의하고 나서 결국 무산됐다. 이후 인사위원회는 10월6일 오후, 노 지부장과 현덕수 전 지부장을 비롯한 노조원 6명에 대한 해임과 노조원 6명에 대한 정직, 노조원 8명에 대한 감봉, 노조원 13명에 대한 경고 조치를 당사자들에게 통보했다.

1년 뒤인 오늘 오전 10시30분, 인사위원회가 열렸다. 회사 쪽이 밝힌 이번 인사위원회 논의 안건은 △대표이사 신임 투표 △조합원 총회 관련한 보안요원 폭행 △방문증 교부 관련 보안요원 폭행 △대표이사 업무방해 및 보안요원 폭행 △상근자 지시 위반, 회사 명예 실추, 회사 질서 문란 등이다.

징계를 위한 성격이 짙은 인사위원회 대상은 대부분 노조원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폭행, 회사 질서 문란 등과 관련해 회사 쪽의 주장과 대상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상근자 지시 위반, 회사 명예 실추, 회사 질서 문란’의 경우, 시기가 지난해 10월 7일부터 올해 8월 24일까지로 광범위하며, 이 시기 안에 했던 총파업, 제작거부 등 노조의 전반적 행위가 징계대상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사위원회는 추후 회의를 통해 대상자들의 소명 과정 등을 거친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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