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사부의 전설은 이제는 동주와 서정, 인범 등을 통해 연결되기 시작했다. 김사부의 가치를 인정하고 그의 삶을 살아가려는 젊은 의사들의 모습은 곧 <낭만닥터 김사부>가 이야기하고 싶었던 가치이기도 했다. 아직은 많은 의사들이 의사 사장님이 아닌 의사 선생님이라는 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대사는 진한 울림을 남겼다.

괜찮아가 절실한 사회;
세상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살리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김사부와 돌담 병원 의료진은 거대 병원의 축하 리셉션에 참석했다. 인공 심장을 인공 심장으로 교체하는 첫 수술 성공에 대한 축하 자리였다. 도 원장은 이 모든 것을 자신의 공으로 돌리며 그저 권력과 찬사에 취해있을 뿐이었다. 이런 자리에 초대 받지 않은 김사부의 등장은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도 원장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욕망을 내려놓지 못했다. 원장 자리를 놓치기 싫었던 도 원장은 김사부에게 급하게 거래를 시도할 정도였다. 김사부가 가져온 '대리 수술 명부'는 도 원장에게 아킬레스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법적인 처벌을 피해갈 수는 있지만 도덕적인 문제까지 넘어설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도원장은 김사부에게 '외상전문병원'을 지원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거래를 시도하는 도 원장을 향해 날린 김사부의 일침은 반갑기만 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협박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도 원장은 김사부 말 그대로 '노답'일 수밖에는 없었다.

"그냥 닥치고 조용히 내려와. 추하게 버티지 말고 내려와서 니가 싼 똥 니가 치워"

도 원장을 향해 김사부가 내놓은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그간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해결하라는 요구였다. 이 상황에서 젊은 의사들이 탁월한 능력을 보인 김사부에 몰려드는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이런 변화를 그대로 두고 볼 수 없었던 도 원장의 도발에 김사부도 흔들리지 않았다.

"꿩 먹고 알 먹고"를 상생이라 생각하는 도 원장과 그건 상생이 아니라 멸종이라고 단언하는 김사부의 차이는 극명하다. 탐욕스러운 의사 사장과 환자를 위한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은 김사부의 갈등은 풀어낼 수 없는 극명한 차이였다. 풀어내기 어려운 그 간극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문제이기도 하다.

스스로 돈의 노예가 되고 다른 이들 역시 그 노예로 살아가기를 강권하는 사회. 그렇게 줄 세워진 사회가 정상적인 사고 체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과한 욕심이다. 극단적 자본주의 사회는 천민자본주의라는 말처럼 천박함으로 이어졌고, 그렇게 사회는 오직 돈만 숭배하게 되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싶어 했던 인범은 스스로 성장하는 길을 선택했다. 의사 아들로 태어나 철저하게 아버지의 그늘에서만 살아가던 인범은 아버지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그렇게 아버지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인범은 돌담 병원에서 김사부를 만나며 달라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곁으로 돌아오라는 아버지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인범은 스스로 성장하겠다고 밝혔다. 도원장은 한 번도 자신의 명을 어긴 적도 없었던 아들의 반란에 당황할 수밖에는 없었다. 그저 자신의 권위로 뭐든지 가능할 것이라 믿어왔던 도 원장의 가치관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손목 부상을 당한 김사부로 인해 조바심을 내는 동주와 서정, 그리고 직원들의 모습과 달리 여느 때와 다름없는 김사부. 그런 김사부의 모습에 더는 침묵하고 있을 수 없어 직접 묻는 서정에게 김사부가 건넨 "괜찮아"는 특별한 가치를 지닌 발언이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서정이 이 단어를 특별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에게 지속적으로 해주었던 김사부의 든든한 위로였기 때문이다. 김사부를 처음 만난 후부터 계속 들었던 든든한 격려였다. 손목을 다쳐 의사 생명이 끝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도, 그리고 이후 벌어지는 작고 큰 실수가 나왔을 때도 김사부는 언제나 "괜찮다"며 흔들릴 수 있는 서정을 다잡아 줬다.

서정이 진정한 의사가 될 수 있게 만들어준 것은 바로 김사부의 이 든든한 격려와 위로 때문이었다. 실수를 한 번만 해도 재도전이 불가능한 세상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는 김사부와 같은 모습이다. 실수는 누구라도 할 수 있다. 그런 그들에게 질타보다는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최선이니 말이다.

우연화를 둘러싼 인범과 은탁의 싸움은 사랑을 의심하게 했다. 사랑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행동임을 누구라도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의외는 인범은 서정을 좋아하고, 연화는 동주를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그들은 함께 생활하며 누군가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는 등 '낭만'적인 돌담 병원을 만들어가고 있었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세상 바꿔보겠다고 이 짓거리 하냐. 난 사람 살려보겠다고 이 짓거리 하는 거야.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그 순간만큼은 내가 마지노선이니까. 내가 물러서면 그 사람은 죽는 거고, 내가 포기하지 않고 조금만 더 노력하면 그 사람 사는 거고"

김사부가 원하는 삶은 단순하다. 사회 취약 계층이 병원을 찾지 못하고 거리에서 사망하는 것을 줄이겠다는 노력이다. 이런 김사부의 포부에 도원장은 그 나이에 아직까지 비현실적인 꿈을 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런 도 원장에게 김사부는 개멋 부린다며 좀 더 고급진 표현으로 "낭만"이라고 했다.

<낭만닥터 김사부>의 가치는 바로 그 '낭만'에 방점을 찍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의사 사장님이 아닌 의사 선생님이 되고 싶어하는 이가 더 많다고 이야기하며 활짝 웃는 김사부의 모습은 이 드라마가 보여주고 싶었던 진짜 이야기였다. 의사란 무엇인가에 대한 지루할 수도 있는 질문의 끝은 그래서 더욱 큰 가치로 다가왔다.

"매순간 정답을 찾을 수는 없지만, 우리가 왜 사는지 무엇 때문에 사는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지 마라. 그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그 낭만도 끝이 나는 거다"

SBS 월화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내가 왜 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사는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포기하는 순간 모든 것은 끝날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의사라는 직업만이 아니라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든 그 질문은 결국 자신을 다잡고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만드는 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 장면, 그동안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김사부의 과거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김사부의 첫사랑이 특별판으로 편성되며 그 주인공으로 등장한 인물은 김혜수다. 그를 바라보는 한석규의 눈빛 속에는 사랑이 가득했다.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설레는 예고가 되었다.

한석규와 김혜수의 조합이 흥미로운 것은 이들의 인연 때문이기도 하다. 둘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닥터봉>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1995년 작인 이 작품에서 한석규와 김혜수는 로맨틱 코미디의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었다. 사별한 바람둥이 치과의사와의 사랑을 담은 <닥터봉>의 두 사람이 22년이 지나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재회하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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