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시장에서 결합상품이 지배력 전이를 유발하는가. 방통위가 올해 이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 결합상품의 지배력 전이는 케이블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이슈이다. 케이블업계는 통신사가 IPTV결합상품 판매과정에서 IPTV에 과도한 할인율을 적용함으로써 통신시장의 지배력을 유료방송시장에 전이시켰다고 주장해 왔다.

반면 통신사는 IPTV결합상품이 유료방송시장에 일정부분 영향을 미쳤지만 이를 지배력 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IPTV결합상품이 가져온 시장변화는 유료방송 서비스 품질제고와 요금인하라는 것이다. 양측의 이러한 주장은 각각 합리적 논리를 갖고 있다. 방통위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소비자 편익 제고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업자가 결합상품 판매를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은 이윤증가, 시장지배력 확대, 가격상한 회피 등이다. 이런 목적 달성을 위해 사업자는 우선 결합상품을 구성하게 된다. 이때 사업자가 구성하는 결합상품 형태에는 끼워팔기, 순수결합, 혼합결합 등이 있다.

그러나 한 상품을 사려면 다른 상품을 반드시 사야하는 끼워팔기, 개별상품으로는 판매하지 않고 결합상품으로만 판매하는 순수결합은 시장봉쇄, 지배력 전이, 소비자 선택권 제한 등 불공정 경쟁의 문제를 야기한다. 때문에 정부는 끼워팔기, 순수결합 형태의 결합상품 판매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개별상품과 결합상품 판매가 동시에 이뤄지는 혼합결합의 경우 소비자 선택 제한, 높은 할인율 적용 등으로 소비자 편익제고에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에서 사업자는 통상 혼합결합 형태로 결합상품을 구성하게 된다.

혼합결합 형태의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도 경쟁사 배제와 같은 불공정 경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들어 A사는 서로 다른 속성의 a상품과 b상품을 개별판매와 결합판매하고 B사는 b상품만 판매한다고 가정할 때, A사가 a+b 결합상품 할인율을 주로 b상품에 귀속시켜 B사의 b상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면 B사의 b제품은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a상품이 소비자의 일상생활 영위에 필요성이 높은 경우 B사의 b라는 개별상품보다 A사의 a+b결합상품을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그 결과 B사는 b제품을 A사의 b제품보다 낮은 비용에 생산할 수 있다하더라도 A사의 결합상품 판매 전략으로 인해 시장을 빼앗길 개연성이 높다. 이처럼 결합상품은 기업행위에 따라 소비자 편익을 제고하기도 하지만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IPTV 결합상품은 일반적인 혼합결합과 다르다

그런 맥락에서 IPTV결합상품이 지배력 전이를 유발하는지 판단하려면 방송통신시장의 상황을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다. 먼저 결합상품의 형태와 관련하여 소비자가 IPTV를 이용하려면 반드시 인터넷에 가입해야 한다. 인터넷은 개별상품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IPTV는 인터넷 가입을 전제로 제공되는 방송서비스이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는 A사의 인터넷, B사의 IPTV 형태로 이용하기가 어렵다. 즉, A사 IPTV를 이용하고 싶을 경우 A사 인터넷 가입이 전제되어야 한다. 때문에 IPTV결합상품은 일반적인 혼합결합과는 성격이 다소 다르다.

IPTV결합상품의 이러한 특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IPTV사의 통신시장 지배력 보유여부, 지배력 있는 통신상품과 IPTV상품의 결합 현황, IPTV결합상품 할인율 적용 현황 등 시장에 관한 정보를 축적해야 한다. 나아가 지배력 전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시장획정, 시장성과, 사업자 행위, 이용자 행위 등 결합상품 시장에서의 경쟁상황을 분석해야 한다.

덧붙여 지배력 전이에 대한 개념을 정립해야 한다. 시장성과 지표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수집된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정부는 결합상품 판매 활성화를 통한 서비스 품질 제고, 요금인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하여 2007년 통신시장에서의 인가역무 결합판매를 허용하고, 이후 요금적정성 심사면제 할인율을 10%에서 30%로 확대하는 등 일련의 조치를 취해왔다. 결합판매가 가져올 지배력 전이 이슈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다. 물론 통신시장 경쟁상황 평가 등을 통해 결합시장 동향을 살피고는 있었지만, 전반적인 정책기조는 요금인하 등 소비자 편익 효과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그 결과 방송통신 융합에 따른 통신시장 지배력의 방송시장 전이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해왔다. 올해 방통위가 이에 대한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힌 만큼, 결합상품 시장에 대한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합리적인 성과를 도출해 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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