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순 KBS 사장이 취임 1년 평가 토론회에서 “이병순 사장 체제가 KBS 미래 가치를 훼손시켰다”는 혹독한 평가가 내려졌다.

이진로 영산대 교수(한국언론정보학회 매체자본연구회장)는 민주언론시민연합(약칭 민언련)이 주최한 ‘이병순 체제 1년, 공영방송 KBS 평가’ 토론회에서 “이병순 사장은 2009년 상반기 338억 흑자와 사업이익 45억 흑자 실적을 발표하면서 1년의 성과를 경영에서 찾고 있다”라며 “이와 같은 ‘흑자프레임’은 터무니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흑자경영 이면에는 방송제작비를 줄이고, 인건비를 줄인 결과에서 비롯된 것”이며 “약 250억 원의 자산 매각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이러한 현상은 오히려 프로그램의 질적 하락과 신뢰도 저하라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시사IN>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KBS의 신뢰도는 29.9%를 기록 2007년에 비해 13.2%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

이 교수는 “공영방송은 시청자에게 공익에 부합하는 양질의 콘텐츠를 보편적 서비스로 제공해야 함으로써 사회의 건강한 유지와 발전에 기여할 것을 목표로 삼는다”며 “흑자경영이 곧 공영방송의 성공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병순 사장은 ‘흑자’경영을 빌미로 수신료 인상을 이야기하지만 국민들로부터 정당성을 얻지 못할 것”라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 8월 24일 열린 '이병순 체제 1년, 공영방송 KBS 평가 토론회'의 모습
김덕재 KBS PD협회장은 “제작진으로서는 KBS의 흑자는 프로그램을 담보로 만들어낸 성과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2009년 ‘불교’관련 다큐를 기획했으나 제작비 문제로 무산됐다”고 예를 들었다. 그동안 한국방송대상을 거머쥔 2008년 ‘차마고도’, 2009년 ‘누들로드’와 같은 다큐가 이병순 체제에서는 더 이상 제작될 수 없다는 얘기다.

또한 김 회장은 “이병순 사장이 취임하면서 KBS의 방송지표를 ‘공정’, ‘공익’으로 세우며 그 실현을 위해 게이트키핑을 강조해왔다”며 “그러나 그 결과 프로그램의 연성화, 민감한 사안에 대한 회피, 권력 띄어주기가 횡횡해졌다”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신태섭 교수(KBS 전 이사)도 “게이트키핑을 주장하며 결제를 9~10단계로 만들어 그 속에서 관료주의적 통제를 강화했다”며 연성화된 KBS 보도를 비판했다.

그러나 신 교수는 “(이병순 사장 이후)새로운 사장 체제는 더 나빠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KBS 이사와 사장 선임을 제대로 하라는 끊임없는 요구와 감시가 필요하다”며 “KBS 구성원들이 내부 역량 보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지혜 민언련 모니터부장은 이병순 체제 1년간의 KBS 보도를 분석한 결과를 내놨다. 그는 “KBS 보도가 ‘땡이뉴스’로 변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면서 “이런 경향은 지난 1년 간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지속적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이 부장은 “정부 1년 출범 평가에서 타 방송사의 경우는 ‘비판’이 두드러졌으나 KBS는 ‘시각차가 있다’는 찬반논란으로 몰아갔다”며 “이명박 대통령 감싸기 행태가 두드러졌다”고 주장했다. 또 경제관련 보도에서 역시 ‘친MB’ 면모가, 민감한 이슈에 대해서는 축소하거나 아예 보도를 하지 않는 등의 행태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은 모니터 결과를 통해 KBS는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이 포스코 인사에 개입한 사건, 한승수 총리 아들이 불공정거래 의혹에 보도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그는 "그러나 이에 반해서 확인도 되지 않은 디도스(DDoS) 공격의 북한 배후설은 적극적으로 보도했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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