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노종면)의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임시 대표이사)에 대한 불신임 투표에 대해 “대표와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고 나선 가운데, 정작 법조인들은 “불신임 투표를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YTN노조는 20일 오전,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된 배석규 직무대행에 대한 신임 여부를 묻는 투표 결과를 공개, 배 직무대행에 대한 불신임 92.8%(257명), 신임 3.2%(9명), 무효 4%(11명)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YTN은 “불신임 투표 결과가 언론에 공개된 것은 대표이사와 회사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며 명예훼손을 입증할 증거를 수집하는 동시에 법무팀을 중심으로 명예훼손과 관련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팀 관계자는 “공공연하게 사실을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 ‘명예훼손’인데 불신임 투표 결과를 공시하여 대표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명예훼손과 관련한 증거를 취합했으며, 조만간 관련 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YTN노조의 불신임 투표와 관련해 YTN이 노조 앞으로 보낸 공문. ⓒ송선영
그러나 YTN의 “명예훼손” 주장과는 달리, 대다수 법조인들은 <미디어스>와 전화 통화에서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는 데 한 목소리를 냈다.

법무법인 동서남북의 한명옥 변호사는 “법적인 효력 없는 불신임 투표를 명예훼손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불신임 투표는 KBS를 비롯해 이전에도 있어왔고 사장 대행으로 있는 사람의 자질이 부족하거나, 노사의 합의를 깬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노조의 요구를 경청하라’는 의사를 전하는 것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명예훼손의 구성 요건이 된다고 해도 위법이라고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며 “승소 가능성이 매우 적다고 보고, 법적 책임을 묻는 것 자체가 무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 이상훈 변호사도 “일단 불신임 투표 자체를 두고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는 없다”며 “이를 바탕으로 비난 여론이 일어난다면 명예훼손을 검토할 수도 있겠지만 불신임 투표 행위가 언론의 공공성을 목적으로 한다면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사실이 아닌 것을 주장했다면 명예훼손의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탁경국 변호사도 “불신임 투표를 하는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할 경우에는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있지만 불신임 투표를 한 행위와 결과를 언론 등에 공개한 것 자체를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대 교수도 “당연히 명예훼손이 안 된다”며 “불신임 투표는 ‘내가 이러한 사람을 신임하지 않는다’에 대한 견해의 표명이고 사실적 주장이기 때문에 명예훼손이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YTN, 해직자 출입 막기 위해 용역 직원 배치

▲ 24일 오전, YTN에서 고용한 용역 직원들이 노종면 지부장의 출입을 막고 있다. ⓒYTN노조
배석규 직무대행이 지난 21일 해직자 6명에 대한 ‘회사 출입 금지’ 조치를 밝힌 뒤, YTN은 오늘(24일) 오전부터 해직자의 출입을 막기 위해 1층 정문과 후문, 노조사무실이 있는 15층과 보도국이 있는 19층 등 회사 곳곳에 용역 직원들을 배치했다. 용역 직원들은 해직자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노종면 지부장 등 해직자 6명의 얼굴이 담긴 사진을 가지고 있다.

회사 출입을 막으려는 용역 직원과 노조원 사이의 마찰도 있었다.

오늘 오전 10시, 용역 직원 10여명은 스크럼을 짜고 노종면 지부장의 회사 출입을 막았고, 이에 노조원들이 강하게 항의했다. 노조원들은 당시 현장을 지나가던 배석규 직무대행을 향해 ‘사장이 그렇게 하고 싶으냐’고 성토했다. 이후 ‘노조 사무실의 출입만 허용하라’는 총무국 직원의 지시로 용역 직원들은 노 지부장을 감싸고 있던 스크럼을 풀었고, 상황은 일단락됐다.

이에 대해 YTN노조는 성명을 통해 “용역을 배치한 의도는 겉으로는 해직자들의 출입을 통제한다고 하지만 결국 배대행이 신변의 위협을 과민하게 느끼고 있기 때문”이라며 “해직자들을 물리력으로 막을 자신이 없다면 용역을 거둬들이라. 노조는 손톱만큼도 배대행에게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으니 겁먹지 말고 용역을 거둬들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출입 막은 것은 업무방해이자 부당노동행위”

산별노조인 언론노조 노조원의 회사 출입을 막은 것은 “노조 활동에 대한 업무방해이자 부당노동행위”라는 주장도 나왔다.

언론노조 김세희 노무사는 “노동법상 부당 노동행위 등으로 해고를 당했을 경우 최종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해고된 사람으로 보지 않는 선례가 있는 등 산별노조인 언론노조 조합원의 노조사무실 출입을 막고 회사 출입을 막는 것은 오히려 회사가 조합 활동을 막는 업무방해 행위이자 부당노동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는 “회사 출입을 막기 위해 흔히 회사 쪽에서 출입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지난해 전주방송이 해고자에 대한 진입 금지 가처분 신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가처분을 신청한다 해도 기각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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