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KBS 이사진 구성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KBS 이사 선임을 단행할 계획이었으나 갑자기 연기했다. 또한 이사 선출을 위해 21일 전체회의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있었지만 이 또한 마찬가지였다. 현재로선 신임 KBS 이사 선출 위한 방통위 전체회의가 언제 열릴지 미지수다.

방통위 이태희 대변인은 난항의 원인에 대해 “애초 19일 열리는 상임위 안건에 포함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넣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인선에 있어 신중한 판단과 오늘 김대중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국민장 기간 등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인선의 신중한 판단과 DJ 서거가 이유라는 것이다. 현재 국회 미디어법 통과와 관련해 헌법재판소의 평결을 앞두고 있지만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 추진을 중심으로 하는 ‘미디어법 기정사실화’에 몰두하고 있다. 물론 사안은 다르지만 태도는 정반대다. DJ 서거 때문이라는 이유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 서울 여의도 KBS 본사 사옥 ⓒ미디어스
남는 건 ‘인선의 신중한 판단’인 셈이다. 차기 KBS 이사진 구성은 방통위가 후보를 가려내 최종적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절차로 진행된다. 그러나 ‘추천 몫을 쥐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이사 선임을 사실상 결정한다’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자격 기준에 명백히 미달하지 않는 한, 두 당의 추천인사를 방통위가 뒤바꾸기는 힘들다는 얘기다. KBS 이사진은 이사장을 포함해 총 11명으로 구성된다. 여야 추천 비율은 ‘8대 3’으로 정리됐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신중한 판단’의 내면에는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경로를 통해 한나라당의 추천 명단을 접할 수 있지만 하루하루 전달되는 내용이 다르다. 종잡을 수가 없다. 한나라당으로서는 절대 과반수를 넘어서는 8명의 이사 추천권을 가지고 있지만 고려해야 할 인사가 많은 게 문제가 되는 모양이다. ‘자리는 적고 고려해야 할 사람은 많은’ 셈이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를 위한 관제화의 길로 KBS를 이끌 적임자 찾기가 녹록치 않은 사정이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쪽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혼란의 정황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정권교체로 하루아침에 야당으로 전락한 상황에서 챙겨줘야 할 사람이 많은 게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의 KBS 이사 추천 결과가 챙겨줘야 할 대접으로 나타난다면 미디어법 날치기에 항의하며 거리로 나선 저항의 정신과는 한참 동떨어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런 식의 추천 결과가 지금의 야당 추천 방통위원들이라는 현실은 이런 우려를 뒷받침한다.

민주당은 KBS 이사 추천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의 미디어법을 방송장악용이라고 규정했다. 이 규정은 KBS 이사 추천에서도 명확히 드러나야 한다. 절대 다수를 이루는 한나라당 추천 이사들에 맞서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공영방송 KBS를 곧게 세우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적임자 찾기가 민주당 추천의 으뜸 기준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또 한 가지 전제가 있다. 이병순 현 체제에 저항하고 있는 KBS 구성원과 연대 가능한 인물이 KBS이사로 추천돼야 하다는 점이다.

민주당의 KBS이사 추천 결과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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